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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T Jul 01. 2022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시골 텃밭에 자라는 고수

好, 好, 好


고수를   먹어 봤을  사람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그런 면에서  고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안타깝지만, 나를 완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끊임없는 에너지가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의 사랑을 받을  없다면, 나를 완전히 좋아해 주는 사람이라도 많았으면, 아니, 몇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고수를 격렬히 좋아한다. 20대 시절 해외 생활을 많이 한 덕분에, 고수가 들어간 음식을 많이 접했고, 그 덕분에 고수만의 '헤어 나올 수 없는 맛'을 일찌감치 알아버렸다. 쌀국수를 먹을 때 고수를 첨가하는 게 아니라, 고수를 먹기 위해 쌀국수를 먹는다고 해도 내게는 과언이 아니다.

우리 집 남편은 고수를 먹어본 적도 없던, 고수의 향도 무척 싫어하던 사람이다. 나와 함께 산지 5년이 된 지금, 내가 쌀국수에 고수를 넣어 먹을 때면, 자신의 쌀국수에도 고수를 슬쩍 얹는 단계에 이르렀다.



고수 만나기 한 달 전


5월 26일 텃밭에 뿌린 고수 씨앗


가끔씩  먹는 우리  쌀국수에도 고수를 올려먹고 싶다는 원초적인 본능에서 시작되어, 고수를 우리 텃밭에까지 심게 되었다. 생각을 실행으로 바로 옮겨, 고수 씨앗을 인터넷으로 구매하여 지난 5 텃밭에 뿌렸다. 고수 씨앗은 씨앗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이상한 동그란 물체였다. 안은    가벼워서 바람에 쉽사리 날아갈  가녀렸다.  자라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씨를 밭에 흝뿌렸고,  예상과는 다르게 한동안 고수는 싹을 틔우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고수 씨앗이 발아를  했는지 원인을 명확히   없다. 다만 극심한 가뭄으로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지 못해서, 발아를 못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애써 나를 위로하는 멘트이지만, 원래 싹이 난 모종보다 씨앗으로 심는  어렵다더라.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그러던 어느 날,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마침내 땅을 적셨다. 그 비가 온 후 텃밭에서 처음으로 고수를 만났다. 그날 예상치 못한 고수와의 만남은 '희열'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한 달 동안 목 빠지게 기다렸던 고수였으니까. 씨앗을 심고 2주가 지났을 때는, 솔직히 단념했었다. 고수 농사는 글렀구나. 고수 욕심 고이 접어, 고수라는 기억을 마음 창고 저 편으로 치워 버릴 때쯤, 이 녀석이 나타난 것이다.



내가 고수를 심은 땅은, 한때 아무것도 안 자라 마치 빈 텃밭처럼 보였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부모님께서는 고수 밭에 고구마를 심으셨었다. 무성한 고구마 잎 사이로, 그 땅에서 먼저 깊이 자리 잡았던 고수가 마침내 나를 보며 인기척을 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지금은    정도의 크기로 아직 작다. 하지만 당장 뜯어서 쌀국수에 넣어도  만큼 강한 향을 지녔다. 조만간 집에서 텃밭 고수를 얹은 쌀국수 요리를 만들어야겠다.




하수가 도전하는 고수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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