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신의 물건이나 놀이를 다른 친구와 공유하지 못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자기주장이 너무 지나친 모습을 보면, 아이가 사회성이 없고 제멋대로인 것 같아서 참 걱정이 돼요.
하지만 반대로,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만 놀이하려고 하거나, 겉도는 모습이 보인다면 그것또한 참 걱정스러운 부분일 수 있어요. 실제로 독불장군 유형의 아이들 만큼이나 혼자놀려고 하는 아이로 인해 고민하는 엄마가 참 많거든요.
사회성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자
그런데 아이의 사회성을 걱정하기 전에 <사회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아이가 외향적이면 사회성이 좋고 내향적인 성향이면 사회성이 낮다고 느끼시는 경우가 있어요. 또 아이가 적극적으로 달려들면 사회성이 좋아보이고 새로운 것에 두려워하며 움츠려 드는 성향을 가질 경우 사회성이 낮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정말 그런걸까요?
또한 만약 아이가 무조건 친구들을 좋아하고 트러블 없이 잘 지낸다면 사회성이 좋다고 생각해도 괜찮은걸꺼요?
아무래도 우리는 사회성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
사회성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협력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즉 관계를 맺는 것과 관련이 높지요. 관계를 건강하게 맺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만 지나치게 주장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하지 못하고 무조건 남에게 맞춰주려고만 해서도 안되요. 반쪽만 있어서는 건강할 수 없다는 거죠. 정말 건강하는 의미에서 관계맺는 능력은, 내가 원하는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내 것이 채워져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어요
이전에 애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에릭슨이라는 학자는 평생을 사는 동안 우리가 8개의 미션을 이루면서 발달해나가는 단계를 이야기했다고 했어요. 그중에 1단계가 스스로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세상(엄마)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했고요.
그리고 여기서 바로 세번째 단계가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것>이예요. 4-5세 무렵부터 시작하는 단계이죠. 자기 스스로 원하는 것을 주도하고 다른 사람들과 원만하게 함께 하는 능력을 조금씩 발달 시켜야 하는 미션을 시작하게 되는거예요.
그런데 이 세번째 단계를 제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앞에 있는 두번째 단계를 끝냈어야 해요. 그 두번째 단계가 바로 <스스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 이예요. 아이의 입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세상에 있는 온갖 것들을 만져보고 탐색하며 실험을 하기 시작하는 시기죠. 물론 이 실험으로 인해 집은 늘 난장판이고, 우리는 늘 힘들어요. 아이의 놀이는 정신이 없고 자꾸만 반복되어 지겹기도 하고요. 하지만 다음 단계를 위해서도 꼭 성공적으로 지나가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예요.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왜 다음단계를 위해 중요한 것일까요?
한번 생각해볼께요. 만약 내가 배가 너~무 고파서 라면한 그릇을 끓여 먹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옆에서 누군가가 "맛있겠다 나 딱 한입만!" 이라고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흔쾌히 줄 수 있을까요? 아마 그럴 수 없을거예요.
내가 배고플때는 딱 한입만 달라고 하는 것도 엄청 야속하게 느껴지지요. 하지만 반대로 내가 굉장히 배부른 상태에서는 라면 한 그릇을 나눠먹는 것 쯤은 쉬운 일 일거예요.
아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하지 못했는데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라고, 나누어주라고 하면 너무 무리한 요구로 느껴질 수 있어요. 내가 완전히 배부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어떻게 나누어줄 수 있겠어요!!
물론 그렇다고 아이에게 항상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둘 수 는 없어요.
제한도 필요하고 가르침도 필요하죠! 그런데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는 자칫 양조절에 실패하다보면 너무 많은 아이의 욕구를 눌러버릴 수 있다는 거예요. 심지어 아이가 마음대로 충분히 해야하는 놀이장면에서 까지도요.
위험하지는 않지만 치우기가 힘들다보니 못하는 게 하는 것, 아이가 스스로하면 시간이 오래걸리니 못하게 하는 것, 그것보다는 원래의 놀이방법이 있으니 제대로 된 것을 가르쳐주게 되는 것.
이런 마음들이 아이로 하여금 하고 싶은 대로 충분히 해보는 경험을 자꾸만 막게 되곤 해요.
그러면 아이의 마음엔 해보지 못한 욕구가 자꾸자꾸 쌓이게 되고 내가 내 마음대로 하면 엄마를 곤란하게 하는 구나 라는 부끄러움까지도 느끼게 되지요.
결국 아이는 "내가 언젠가는 꼭 해보리다!!" 라는 마음으로 (부모보다 만만한 상대인) 친구들과 있을 때에 더 내 마음대로만 하려고 과도하게 뾰족한 행동을 하기도 해요. 여기서 내 맘대로 안하면 정말 못하니까요. 아니면 어느곳에도 자신이 없어 그냥 차라리 혼자서만 놀려고 더욱 속으로 파고 들기도 하고요.
반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해보는 것> 미션을 충분히 달성한다면, 그리고 엄마와의 장면에서 내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보장이 된다면 아이는 점점 타협할 수 있게 돼요. 엄마와 놀이 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주장하고 존중받은 경험이 있으면 친구들과 있는 장면에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어요. 또 다른 장면에서 내 욕구를 채울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친구들과 있는 장면에서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고요.
산꼭대기에 올라가야
내려올 수 있어요
돌이 지나 2단계 미션으로 접어들면서 아이는 내가! 싫어! 라고 하며 고집을 부리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이 매우 강해져요. 물론 아이에게 허용해주는 만큼이나 분명한 제한을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해요. 하지만 아이가 두번째 미션단계를 지나갈 수 있도록 안전한 장면(예를 들어 놀이..)에서 만큼이라도 산 정상을 한번 찍게 해주셔야해요. 아이는 산정상을 보며 '저긴 뭐기 있을 까' '한번 만 해보고싶다' 라고 느끼거든요.
정상적인 잘난척 과정이예요. 어차피 산 정상을 찍고 세상에서 내가 하는 것이 제일 멋지다고 생각해도 아이는 금방 현실을 맛보게 되거든요. 엄마아빠보다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친구들 보다 못하는 것이 있는 자신을 계속 만나며 좌절을 경험하게 될테니까요. 내가 마음속에서 정상을 한번 찍어본 것과 못한 것은, 그 이후의 좌절을 견디는 것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게 된답니다.
사회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어요. 물론 사회성 발달에 현저한 지체가 보이는 아이들도 있어요. 또 여러 과정에서 놀이치료나 상담이 필요한 만큼 구멍이 생긴 아이들도 있고요. 다만 이 글에서는 좀 더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사회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사회성이 걱정될 때 보완할 수 있는 활동을 시키거나 혹은 스킬을 가르치기위해 많이 애쓰시는데요, 물론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아이가 진정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건강하게 맺으며 내가 원하는 것을 함께 해나가기 위해서는, 1단계와 2단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가정,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서 아이가 스스로를 신뢰하게 되는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해볼 수 있는 경험이 있는것이 아이로 하여금 보다 자신있게 안정적으로 세상에 나가게 하는 힘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요.
아이와의 관계에서
우선 이것만 기억해보세요
1.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인 안돼를 줄이도록 노력해보세요
중요한 것에 대해 안돼 라고 제한을 거는 것은 중요해요. 하지만 습관적인 안돼가 많으면 아이의 자율성(내가 원하는 것을 해보는것)이 자꾸만 자리를 잃어요.
2. 놀이(아이의 영역)에서 만큼은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세요.
놀이에서 만큼이라도 아이에게 지시하거나 우리의 놀이방법을 강요하지 말아보세요. 아이가 선택하는 장난감으로 아이의 방식을 따라하며 놀이하면 아이의 만족감도 커지고, 다른 장면에서 더 많은 협력을 얻어낼 수 있어요.
3. 사회성은 만들어지는 중이예요 . 결코 완성된 나이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아이는 제멋대로 하기도 하고 다시 좌절도 하면서 사회성을 길러나가는 중이예요. 또 아이는 7세 까지도 여전히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부족하답니다. 타인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하도록 질문하고 도와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고 너무 다그치지는 마세요. 아이는 자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