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인의 대화'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하며
달을 보라는데 왜 손가락을 보냐는 달마의 꾸짖음은 생존을 위해 운동을 하는 현대인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체중감량을 얼마나 할 건지', '하루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몇 그램 먹을 건지', '산을 몇 개를 정복할 건지', 저마다의 목표들이 난무하는 운동시장에서 나는 자주 달마처럼 답답함을 느꼈다.
우리는 왜 운동을 해야 할까. 나는 단 한 번도 기록을 목표로 세운적이 없다. 대신 꿈은 항상 있다. 올해 최고의 유행어 '내 꿈은 이제부터 너야'라는 명대사는 운동의 이유였다. 도무지 들 수 없는 덤벨을 바라보고만 있을 때 ’할 수 있다'며 '같이 들어줄게'라고 말하던 언니, 10km 마라톤 대회가 겁이 나 신청 못하고 우물쭈물할 때 ’같이 연습하면 돼 ‘라며 속도 맞춰서 함께 오랫동안 연습해 준 사람. 무턱대고 험난한 산을 갔다가 낭떠러지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내게 손 내밀며 자신을 믿고 발을 딛으라던 아저씨. 운동이 체중 감량과 개미 허리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고 선을 그어났는데, 운동 하러 가면 그 선을 지워버리고 함께 '진짜 운동'을 하자고 손 잡아준 사람들이 있었다.
못할 거 같은 도전, 오늘 운동은 건너뛸까 하는 망설임 앞에 운동화끈을 조여매는 이유는 그 사람들을 보러가기 위해서다. 어떻게 새벽마다 일어나서 운동을 하냐고 종종 질문을 받는다. 간단하다. 새벽 헬스장에 멋진 언니들이 많으면 된다. 미라클 모닝에 계속 실패했다. 근데 어쩌다 새벽 F45 클래스를 들었는데 한 멋쟁이 사업가 언니가 꾸준히 새벽 운동을 해치우고 구르프로 머리를 말고 정장을 빼입고 가던 게 너무 멋있어서, 그거 보고 싶어서 새벽에 눈이 떠졌다. 마치 그 사람이랑 같이 어울리면 멋쟁이 커리어 우먼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러닝 7년 차지만 여전히 뛸 때마다 '이 힘든 걸 왜 하지?' 생각한다 하지만 하루이틀 뒤 찍터벌(러닝크루의 사람들의 모습을 찍어주는 취미사진가)들이 찍어준 예쁜 사진을 보면 힘든 러닝도 미화된다. 그리고 또 러닝 하러 간다. 항상 산에 가는 이유도 사람 때문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 거다. 산에 얼마나 기이하고 다정한 사람이 많은지. 가끔은 내가 산신령을 진짜 만난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힘들 때나 위급상황에 큰 도움을 받는다. 먹을게 귀한 산 중턱에서 물과 김밥은 어찌나 많이 꽁으로 얻어먹었는지. 여러 운동을 통해 대가 없이, 무한한 유무형의 것을 받았다.
나는 항상 시작과 끝을 함께 생각한다. 지금의 운동하는 나, 그리고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도 찰나고 변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그들을 인터뷰를 하고 기록해야겠다 다짐했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에게 다정함과 멋짐을 선물로 받았기 때문에 내가 가진 7년 내내 먹고 살기 위해 했던 일. 무언가의 장점을 찾고, 관찰하고 질문하며 글로 새기는 일. 이젠 나의 꿈인 사람들을 위해 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래서 '근육량 몇 퍼센트냐', '백대 명산 몇개 해치웠냐', '풀마라톤은 싱글이냐'라고. 그 질문 앞에서 작아지지만 상관없다. 그보다 더 귀한걸 운동 통해 얻었다. 함께 할 줄 아는 마음, 보이지 않는 걸 볼줄 아는 법, 조건 없이 누군가를 응원하는 방법, 저마다의 속도를 존중하는 법을 함께 운동한 생활 체육인들에게 배웠다. 운동 목표는 숫자가 아닌, 함께 하는 이들의 모습이 서로의 꿈이 될 때 더 재밌다는걸 알려준 나의 생활 체육인들의 인터뷰. 레디? 렛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