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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추도사 Oct 06. 2020

지금 이대로의 방역, 난 반댈세!

가습기 살균 사건 목격자의 코로나 방역법

"방역하겠습니다" 퇴근 시간 즈음이 되면 방역하시는 분이 하얀 보호복을 입고 나타난다. 방역하겠다는데도 '안도감'보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저 소독액은 안전한 걸까'. 코로나바이러스로 이후 헬스장, 식당, 사무실, 어디든 규칙적으로 방역을 하고 있음을 공지하고 인스타에 실시간으로 이를 찍어 올린다. '이곳은 안전하다'라는 걸 알리는 조치인데도 불안감이 높아지고 계속 의심하게 된다. 지금 뿌리고 있는 화학제품은 진짜 안전하긴 한 거죠?


고등학교 때 동네 이웃 모자가 목숨을 잃었다. 대학 막학기 즈음 그들이 '가습기 살균 사태'의 피해자란 걸 알았다. 당시 언론 전공생이라 해당 사건과 관련된 신문 기사 및 다큐멘터리를 정말 많이 봤다. 그리고 트라우마가 생겼다. 글로벌 기업이 만들었고 정부기관이 무해하다고 검증한 화학제품. 당시 정부와 기업의 조치를 목격하면서 '결국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화학제품에 거부감이 생겼다. 그때 부터 세제나 소독액 같은 화학제품으로 완벽하게 깨끗한 상태보다는 물과 비누로만 헹궈 적당히 깨끗한 것을 지향했다. 섬유탈취제, 향수의 인위적인 향에 두통이 생겼고 과자의 영양성분표를 보다가 어려운 화학첨가물이 들어가 있으면 식욕이 떨어졌다.


요즘 방역과 위생을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시행하는 정책들을 볼 때마다 가습기 살균 사태 피해자의 사연이 떠오르며 경계태세가 되곤 한다. 그리고 의심 한다. 막 방역 처리한 공간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숨을 참는다던가, 물건을 소독했다고는 하지만 뭔가 맨손으로 만지고 나서는 찝찝하다. 국가는 백신 개발하면 코로나를 종식할 수 있다고 정답처럼 말하는데, 그 백신이 당장 내일 발명된다고 해도 맞지 않을 거다. 보통은 백신 개발은 3년은 걸린다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임상실험을 안한 약을 평생 써야 할 몸에 투여하는 게 내 몸을 지키는 유일한 해법인지 되묻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일상의 습관이 있다면 환경과 생태에 더욱 고민하는 것이다. 생태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발의 근본적인 원인을 기후 위기로 꼽는다. 인간이 박쥐 서식지 주변을 개발하면서 바이러스가 전염됐다는 거다. 결국엔 환경을 간편하고 함부로 한 대가가 우리에게  돌아온 것. 그래서 면생리대를 쓰고,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항상 챙기고, 채식하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소독액을 뿌리며 방역을 한다고 해결될 간단한 문제였다면 진작에 생기지도 않았을 거다. 가습기 살균사태를 목격하면서 다신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게 좀더 화학제품을 쓸 때는 예민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동안의 삶의 모든 공식을 리셋했다면, 이제부터라도 다른 차원의 방역을 하고 싶다. 무엇보다 계속 이렇게 화학제품에 의존해서 방역 소독 하면서 살 수 없는 노릇이니깐.

*에세이의 단초가 된 참고 칼럼

1)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82] 코로나19와 기후변화

2)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69]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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