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취미' 발레리나가 해명하는 '취미' 발레의 편견 4가지
취미 발레 10년 차다.
스무 살, 대학에 입학하면서 발레를 배웠다.
일주일에 꼭 1~2번은 레슨을 받았으니 이젠 어엿한 '취미' 발레리나 정도 되겠다.
10년간 발레를 취미로 한다고 얘기하면서 깨달은 건 사람들이 '발레'에 편견이 크다는 것이다.
마르거나, 유연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운동 또는 남자는 못하는 운동 등
'발레'의 심리적 부담감은 러닝이나 헬스, 요가와 같은 운동보다 높은 듯했다.
편견과 달리, '취미' 발레 10년 차인 나는, 아직도 180도 다리 찢기를 못한다.
함께 발레를 하는 사람들 중에 몸이 뚱뚱하거나 비율이 발레리나 같지 않은 사람이 태반이다.
남자 '취미'발레리노도 종종 본다.
누구나 발레를 할 수 있다.
10년간 많은 많은 이들에게 받은 취미 발레의 편견을 4가지 정리해봤다.
1. 뻣뻣하면 발레 못하지?
가장 많은 들은 편견이다.
근데 이 말을 쉽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말하자면,
(웨이트 한 번도 안 배운 사람이)"저 데드리프트 100kg을 못할 거 같으니깐 웨이트 안 맞을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웨이트도 처음에는 5kg 덤벨에서 시작했다가, 점점 근육이 자라면서,
중량을 늘려가는 것처럼 발레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양다리를 30도 정도밖에 못 벌리더라도(제대로 근육 써서 하면 진짜 힘들다),
꾸준히 도전하면 조금씩 는다.
발레는 개인의 몸을 최대한 늘릴 수 있는 만큼 뻗어 개운함을 느끼는 운동이다.
1시간 동안 허리를 곧게 세우는데 노력하고,
닫혀있던 골반을 열어, 쓰지 않던 근육을 늘리는 운동. 그게 바로 발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가 가랑이 찢어진다.
뻣뻣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만 해도 충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운동이 된다.
우린 발레를 취미로 하려는 거지, 국립발레단 입단이 목적이 아니니깐!
각자의 신체 조건 아래 '최대한' 늘리면 된다.
2. 남자는 발레 못하지?
남자도 '취미 발레'한다.
같은 발레 스튜디오의 남자 회원이 개인 레슨을 받고 결국 발레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지금도 4,50대 아저씨들이 친구와 함께 더블 레슨을 받는걸 종종 본다.
한 아주머니는 본인이 레슨 받다가 정말 좋아, 그분의 남편도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발레 하면 발레리나를 연상해 여자들의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발레는 남자가 하면 더 멋진 운동이다.
한국 국립발레단의 유명한 발레리노들을 몸, 근육을 보면 남자의 몸이 '아름답구나'라는 걸 알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인간이면 본인의 몸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몸을 확인하며 근육을 길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발레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오로지 내 몸에 집중해 힘을 주고, 바른 자세를 학습하는 운동이다.
지속적으로 하면 길고 튼튼한 근육을 만들어진다.
즉, 인간에게 좋은 운동이다.
(자신의 몸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레오타드'나 '레깅스'를 입으면 좋지만,
민망하다면 그냥 운동복 입고하면 된다. 하지만, 자신의 정확한 몸 상태 체크를 위해 레오타드나 레깅스 추천)
3. 뚱뚱하면 발레 못하지?
또 뚱뚱하든 마르든 누구나 발레를 할 수 있다.
뚱뚱하면 발레 못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건
웨이트에 비유하자면 '난 모델 한혜진 몸매가 아니니깐 웨이트 못하겠다' 이런 말과 같다.
각자의 몸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라인이 있다. 발레는 그걸 찾아내는 운동이다.
뚱뚱하든, 날씬하든, 어쨌든 내 몸이고, 최대한 길고 곧게 교정을 하면서 거울에 그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체중 관리 '욕심'이 생긴다.
거울을 통해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최대한 길고 바른 자세를 확인하면,
'평소에도 좀 더 바른 자세를 가지고 싶다'
'살을 좀 더 빼서 예쁜 레오타드(발레 복장)를 입고 싶다'
'부기가 빠지니깐 좀 더 동작이 잘되고 선이 부드럽구나, 조금 살을 빼봐야겠다'라는 동기부여가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체중관리가 된다.
발레 하면 살 빠지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취미 발레를 많이 하면 최대 일주일에 3시간 정도이기 때문에, 이걸로는 살이 안 빠진다.
(실제로 어떤 운동을 해도 살 빠짐은 식단과 연관이 있지 운동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거 같다.)
다만, 발레 하면 살은 안 빠지는데, 몸 라인이 다듬어지는 건 분명하다.
발레는 내 몸이 평소 구석에 박혀 잘 안 쓰던 근육(사타구니, 겨드랑이, 뒷목, 발등, 아랫 뱃살)을 쭉쭉 늘렸다가 쪼였다가 한다.
구석탱이 근육들을 1시간 동안 마구마구 이용하기 때문에 어떤 운동을 해도 잘 빠지지 않거나 다듬어지지 않던 근육들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다.
4. 발레는 비싸지 않아?
발레는 한국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요가나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싼 운동이다.
왜냐면, 3개월 강매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발레와 비슷한 운동인 필라테스가 오히려 더 비싸다.
가장 일반적인 발레학원 레슨료는 1개월 일주일에 2번, 10명 그룹 기준 15~25만 원 사이다.
즉, 다른 사설 운동과 비슷하거나 싼 편이다.
발레만 배우다가 다른 요가와 필라테스,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도하면서 제일 당황스러웠던 건
3개월 한꺼번에 결제하라는 식의 강매였다.
발레학원을 지금까지 4곳 정도 다녔는데 아직까진 3개월 강매한 곳이 없었다.
(물론 3개월 한꺼번에 하면 싸게 해 줄지도)
발레 선생님들 대부분의 역량도 다른 운동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발레 선생님은 기본적으로 4년 내내 대학에서 발레를 배워야 한다.
발레 전공하려면 적어도 고등학교 때부터 자기 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입시를 치르고 대학 졸업까지 부단히 아름다운 몸을 고민한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한시간당 2만 원 정도의 가격을 내고 레슨을 받는 건 참 싸다고 생각한다.
특히 몸 관리를 철저히 했던 사람들인 만큼 식단 조절, 자세 교정, 스트레스 관리 등을 상담하면 '전공자'다운 팁을 얻을 수 있다.
장비도 특별히 돈이 들지 않는다.
레오타드와, 발레슈즈 그리고 타이즈 그리고 머리를 묶을 머리끈만 있으면 된다.
도합 5~6만 원 선이다.
처음에는 내 몸을 정확하게 볼 수 있게 예중 입시생처럼 '검은 레오타드에 핑크빛 타이즈, 그리고 2~3만 원짜리 국산 발레슈즈면 충분하다.(나도 3만 원짜리 국산 발레슈즈 쓰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추천해주는 곳은 '미투리(http://www.mituri.com)'라는 국산 발레 용품점이다.
다만, 처음 장비 살 때는 직접 매장 가서 사는 걸 추천한다.
발레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작품 활동이다.
몸으로 '날아오르는 나비', '우아한 백조'를 표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미'발레는 백조가 아닌 오리가 물 위를 아장아장 물장구치는 것,
나비가 아닌 애벌레가 꾸물꾸물거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백조같이 시범동작을 보이는 선생님 앞에서 오늘도 한 마리의 오리지만,
레슨 한 시간 동안 거울을 통해
내 몸의 가장 아름다운 선과 자세를 찾아가며
나도 무대 위 발레리나처럼 멋있다고 자부하게 만드는 운동이다.
참 많은 운동을 배웠지만 발레처럼 자신의 몸을 길고 곧게 해 주고,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내 몸 하나만으로 버티는 운동은 아직 없다.
애벌레든 어떻고, 오리면 어떠랴,
오늘도 열심히 아장아장 백조가 되길 꿈꾸며 다리를 찢고 고개를 빳빳이 들면,
분명히 백조처럼 될 날이 올 거라고.
혹여나 백조가 되지 못하더라도 지금의 최선을 다하는 거울 속의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니
좋은 운동은 분명하다.
(10년 차 취미 발레리나의 꼰대질 끝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