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선생님 무섭대요.”
부모가 아이에게 들은 그대로를 교사에게 전달한다. 마치 문제라는 듯이. 그런데 정말로 교사의 친절하지 못한 태도가 문제일까?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친절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겼을까? 학교라는 공간의 본질을 생각해 보면, 이 문제를 단순히 교사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더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한 학급에는 평균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각자의 성격과 행동 방식이 천차만별인 아이들 가운데 집중하지 못하고 규칙의 한계를 시험하는 아이들도 있다. 물론, 본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의 지도로 교육이 된다면 정말 훌륭한 아이이다. 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 이런 아이들은 꾸준히 교육해야 하며, 가끔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 행동도 벌인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즉각적인 지도와 제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교사는 신이 아니다. 모든 것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으며, 그 와중에 항상 친절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하하호호 웃으며 아이들을 지도할 수 없는 상황이 분명히 존재한다. 가정에서조차 아이가 떼쓰고 고집을 피우면 답이 없지 않은가? 교사가 학급 전체를 이끌어가는 복잡한 상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ADHD 등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 함께하면 교사가 견뎌야 하는 상황은 더더욱 힘들어진다. 한 반에 반드시 몇 명 있다고 보면 된다. 매일매일이 치열한 하루가 된다.
무섭다는 평가를 받은 선생님도 환경이 바뀌면 전혀 다른 평가를 받게 된다.
아이들이 모두 바르게 행동하고 수업에 집중하는 학급에서는 ‘무서운 선생님’도 '천사 선생님'으로 평가된다. 교사가 필요 이상으로 엄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성격보다 학급 구성과 분위기가 더 큰 요인이라고 본다.
2.
교사는 학생들을 1년 동안 맡는다. 그래서 큰 그림을 그려나가며 학급을 운영해 나아간다.
교사가 학급을 1년 동안 잘 운영하려면?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바로 학년 초 3월이다.
3월은 학급의 질서를 세우는 결정적 시기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낯설기 때문에 말을 잘 듣지만 익숙해지면 서서히 간을 보기 시작한다. 어디까지 행동해도 되는지, 어디까지 선을 넘어도 되는지, 어디까지 편하게 행동해도 되는지 확인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것 같다. 이때 교사가 원칙을 분명히 세우지 못하면 학급이 무너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학습의 문제가 아니라 학급 전체의 질서와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교사에게는 학습지도뿐만 아니라 학폭 예방, 안전 지도, 인성교육, 체험학습까지 다양한 책임이 주어진다. 그런데 ‘친절’만을 강요하며 교사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민원이 제기된다면, 학급 운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 민원으로 인해 1년을 끌고 나가야 하는 힘이 꺾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민원은 그 아이를 제외한, 잘 따라오던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3.
아이로부터 전해 들은 '무섭다'는 이야기가 객관적일까?
무섭다는 이야기가 객관적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아이는 자기중심적이다. 학교에서 잘못을 하고 지도를 받았을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선생님을 나쁘게 묘사함으로써 자신을 합리화하고 부모의 위로를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닐까? 선생님을 나쁜 사람 만들어 위로를 받으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는가? 문제는 이를 부모가 그대로 받아들여 학교에 민원을 넣는 경우다. 교사가 정말 심각한 잘못을 했다는 증거 없이, 아이의 주관적 경험만으로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의 잘못을 생각지 않고 남을 꾸짖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친절은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친절만으로는 아이를 바르게 성장시킬 수 없다.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친절뿐만 아니라 엄격함, 공정성, 일관성, 정의감, 인내심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가치는 상황과 맥락, 그리고 아이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교사가 친절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행동과 그 맥락을 따져보지 않고 민원을 넣는 것은 교사의 역할을 방해할 뿐 아니라, 아이의 성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친절병’은 교사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학급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한다.
교사에게는 친절과 엄격함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학급을 운영할 권리가 있다. 학부모 역시 아이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학교와 교사의 상황을 함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