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한 학생이 물건을 자꾸 잃어버린다. 처음에는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자기 물건을 제대로 챙겨야지.'
하지만 이상하다. 특정한 시기에, 특정 학생의 물건만 반복적으로 사라진다.
이쯤 되면 교실에 물건을 훔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무엇인가 의도적인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로 물건을 훔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상황에서 책임의 주체는 누구인가?
물건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아이의 잘못일까? 아니면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의 잘못일까?
당연히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의 잘못이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말한다.
"책임지고 범인을 잡아내세요."
하지만 교사가 범인을 어떻게 잡아낼 수 있을까?
1. 소지품 검사를 한다.
2. 범인이 나올 때까지 연대책임을 묻는다.
안타깝게도 두 가지 방법 모두 불가능하다.
그 자체로 부적절할 뿐 아니라 인권침해의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라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는 기본적인 도덕이다.
가정에서도 배웠겠지만, 학교에서도 교사들은 지겹도록 이 사실을 가르친다.
하지만 교사가 아무리 교육해도, 어쩔 수 없이 일부 아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한다.
그럼 교사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렇다. “범인을 잡아내세요”라는 요구에 교사는 무력감을 느낀다.
교실에는 20명 내외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한다. 그들은 살아 있는 CCTV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그들의 눈을 피해 물건을 훔쳤다면 교사가 그것을 어떻게 잡아내겠는가?
교사에게 거짓말 탐지기가 있다면? 지문 감식이나 DNA 검사를 할 권한이 주어진다면?
그런 권한이 있다면 교사는 물심양면으로 피해 학생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에게는 그럴 권한도, 방법도 없다.
이제 누가 조심해야 할까?
이 말이 피해 학생이 잘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예로 들어보자.
안전한 나라에서는 핸드폰이나 귀중품을 꺼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위험한 곳에서는 다르다. 관광객은 가이드를 통해 "소지품을 조심하세요"라는 조언을 듣는다.
이때 관광객이 이렇게 반발하지는 않는다.
"잘못된 건 범죄자인데 왜 우리에게만 조심하라고 하나요?"
미성숙한 누군가로 인해 지금의 학급이 불완전하다면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한 번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도둑질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이다.
교사가 방관하는 것도 아니다.
교사는 교실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지속적으로 도덕적 교육을 한다.
규칙을 명확히 세우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법도 고민한다.
하지만 교사는 탐정이 아니다. 교육 외의 다른 권한은 없다.
그렇기에 교사는 무력감을 느낀다. 이 점은 부모가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교실은 완벽한 공간이 아니다.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직 미숙한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며 배우는 공간이다.
때로는 그 미숙함이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누군가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 물건을 더 잘 지켜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완벽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교사가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래도 노력한다. 미성숙한 그 학생이 조금 더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며.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를 받은 학생이 교실에서 안정감을 느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