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두 번째 운동 1

천국의 계단 계속해? 말어?

by 달초롱

3개월 간의 점핑 운동이 끝났다. 일주일에 3번씩 빠지지 않고, 나름 신나게 보냈지만 그다음 결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보통 어떤 일이든 3개월만 습관을 들이면 그 뒤로 계속하는 건 쉽다고 하는데, 나는 의지가 부족한지, 아니면 좀 더 다양한 운동을 경험해 보고 싶은지, 아직은 꾸준히 하는 운동이 없다. 그래도 몇 년을 집에만 있다가 지금은 이렇게 운동이라는 걸 해보겠다고, 움직이는 게 다행이지 않은가.

점핑을 하는 동안 가기 싫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걸어서 10분 정도 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날씨 탓을 하기도 했고, 점핑을 하고 나면 활기참을 넘어서 몰아오는 피곤함이 싫을 때도 있었다. 이런 핑계없이 좀 더 접근 쉬운 운동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선택한 계단 오르기. 이제 22일이 지났고, 초반에 주말이라 아이들이 먼저 깨거나 남편의 부재 등으로 사흘을 빼고는 아직 꾸준히 오르고 있다. 계단 운동은 임신 후반에 한번, 작년에 화*한 다이어트 체험단 하면서 한번, 그러니까 계단 운동이라고 생각해 보면서 한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모두 하루만 해보고 너무 힘들고, 재미없어서 다시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벌써 3주가 넘어가다니 의외로 적성이 맞는건가. 세월이 흐르면서 좋아하는 운동도 변하는 걸까.

계절에 상관없이, 도구도 필요없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에 번뜩 생각난 운동이었다. 계단 운동은 짧은 시간 내에 칼로리 소모가 많아 공복에 하면 다이어트 효과에도 좋았다. 마침 아침 6시 기상을 시도한지 2주 정도 되었고, 책이나 명상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조금 따분하던 참이었다. 계단 운동에 필요한 내용들, 준비물(물, 편한 운동화와 무릎보호대), 계단 오르는 올바른 자세, 효과 등을 먼저 찾아봤다. 운동에 효과를 본 인증들을 보면서 의욕이 차올랐다. 하루 중 아주 잠깐의 시간으로 한 달 만에 2,3킬로그램을 넘어 5킬로그램까지 빠진 몸무게 인증샷들을 보면서 군침을 흘렸다. 더워진 날씨에 맞춰 옷장의 옷들을 바꿔 넣었는데 맞는 옷이 운동복이나 펑퍼짐한 원피스 외에는 입을 수 있는 옷이 아예 없었다. 세월이 흘렀다고 옷을 정리하기에는 아직 마음에 드는 옷들이 제법 있었다. 한 달만 운동하면 옷을 사지 않고도 구겨져 있던 옷들을 새옷처럼 입을 수 있었다.

일단 시작 전에 아파트 층수를 계산했다. 보통 90층 이상 정도 오르면 운동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 집은 지하주차장까지 치면 18층, 최소 5세트 정도 반복하면 된다. 일주일 정도는 운동이라고 붙이기 힘들 정도로 1세트에서 2세트로 10분 내외의 잠깐 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힘들면 질려서 다음날은 하기 싫어할 미래의 나를 위해 전략적으로 조금씩 올려주기로 했다. 그 와중에 숨은 차오르고, 무릎도 아파오고, 심지어 땀까지 주룩 흘렀다. 이게 맞나 잠시 고민도 하고, 계단 오르기에 대한 후기들을 다시 한번 찾아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건너뛰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한번 쉬면 계속 빠지고 싶은 유혹이 들 것 같아 아침에 눈 뜨면 생각할 겨를 없이 나갈 옷으로 갈아입고 나갔다. 어차피 바깥도 아니고, 날씨 체크도 필요없다. 전날 밤에 갈아입을 옷, 물통, 애플워치, 이어폰을 식탁에 두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현재는 5세트, 90층을 오르고 있다. 약 30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옷이 젖을 정도로 땀이 흐른다. 듬성한 머리숱 속속들이 땀방울이 맺혀 운동 후 샤워까지 하면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근래 아이의 차량 시간 변경으로 아침 7시에는 정상적인 하루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시간을 맞추려면 빠듯했다. 6시 기상 목표가 자연스레 5시 30분 또는 그 이전으로 점점 빨라져 한 시간 반 거리의 회사로 출근하는 남편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있다. 덕분에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었다. 종종 아침을 챙겨주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현관에서 뽀뽀 배웅을 한다. 아침을 먹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몇 권 읽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무한 반복하며 어린이집의 노란 버스를 기다린다. 미리 아침을 맞이하는 나로 인해 내가 바라던 가족들의 평화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점심시간 정도가 되면 이미 하루를 다 쓴 기분이지만 시작이 매우 알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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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요한 몸무게의 변화를 알아보자. 운동 시작한 지 2주쯤 되니 일어나면 뭔가 배가 들어간 기분도 들고, 두 개의 턱을 가진 얼굴도 나름 날렵해 보였다. 신나게 옷을 갈아입으며 전신 거울 앞으로 가본다. 나도 모르게 힘을 주고 있었나, 힘 뺀 배는 출렁, 내려앉으며 나 아직 여기 있다고 과시한다. 나를 매일 바라봐주는 내편, 남편에게도 기대에 차 물어본다. 유심히 보고, 갸우뚱하며 여기저기 만져도 보더니,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하며 말 끝을 흐린다. 참, 칼같이 솔직한 남편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은 잘 골라줘서 좋은데, 이번에는 나도 모르게 입이 삐죽 나온다. 사실 체중계의 숫자도 500그램 정도만 왔다 갔다 하는 정도니 남편의 눈이 정확하긴 했다. 운동과 함께 저녁식사는 거의 안하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저녁을 안 먹으면 500그램 정도 빠지고, 맛이라도 보면 겨우 빠진 500그램이 다시 붙어 있었다.

몸무게가 그대로니 의욕이 사라졌을까. 몸무게를 가리키는 숫자가 아쉽기는 하지만 나만 아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원래 아침잠이 많아 마지막 경고의 알람 소리에도 비몽사몽하다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할 때가 많았다. 이제는 정신 차리기도 전에 현관 밖으로 나간다. 계단을 오르며 하루의 일과를 생각해보고, 생각을 정리한다. 내가 이런 시간을 갖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생각이 다른 생각들을 물고 온다. 평상시 일과가 없는 비어있는 시간에는 핸드폰을 한다거나 영상을 보느라 내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돌보지 않았구나 싶었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빠른 박자의 노래에 맞춰 기분을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조용한 계단에서 울리는 나의 호흡을 즐겨 듣기도 한다. 며칠은 과호흡으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시간만 준다면 다리가 이끄는대로 계속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흡이 좋아졌다. 30분이라는 단 시간 내에 땀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기분 좋은 아드레날린을 뒤집어쓰고 집으로 들어온다. 거울에 비친 나의 눈빛은 또렷하고, 생기가 넘친다. 오늘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아직 외형적인 변화가 미비하지만 이 정도면 마음먹은 3개월 운동 프로젝트로는 합격이다. 과연 한 달 뒤에도 몸무게는 같은 숫자를 배회하고 있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오르고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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