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은 밤

by 테라

일요일 밤 10시입니다.

창밖은 이미 캄캄하고, 거리의 소음도 잦아든 시간입니다.

평소라면 편안해야 할 이 고요함이, 일요일 밤에는 왜 이렇게 숨 막히게 느껴질까요.


혹시 지금,

내일 출근을 위해 일찍 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침대 위를 뒹굴고 계신가요?

눈을 감으면 바로 월요일 아침이 와버릴 것 같아서,

피곤한 눈을 억지로 뜨고 주말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진 않으신지요.


상담실에는 매주 일요일 밤마다 '월요병'을 넘어선 극심한 무력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편의상 이분들의 마음을 모아 J님의 사연이라 불러볼까요?


J님은 퀭한 눈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또 전쟁 같은 일주일을 버텨야 한다는 게..
너무 끔찍해서 잠들 수가 없어요.

J님은 쉬면서도 쉰 게 아니었습니다.

몸은 누워있지만 머릿속은 이미 출근 중이었거든요.


'내일 회의는 어떡하지?',

'그 상사 얼굴을 또 어떻게 보지?'


다가올 현실의 무게가 가슴을 짓눌러,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온몸이 내일을 거부하고 있었던 겁니다.


남들은 다 씩씩하게 출근하는데,
저는 왜 이렇게 나약해 빠진 걸까요?


우리는 종종 이 무력감을 게으름으로 착각해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일요일 밤의 무력감은 당신의 몸이 보내는 절박한 방어 기제입니다.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앞두고,

우리 뇌가 "지금은 움직이지 말고 에너지를 아껴야 해!"라고 비상 버튼을 누른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건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입니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워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당신께, 저는 이런 처방을 드리고 싶습니다.


"두려운 게 당연합니다.

당신은 지금 전쟁터로 나가기 직전이니까요."


억지로 긍정적인 척, 씩씩한 척하지 마세요.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내일을 위한 파이팅'이 아니라,

'두려운 마음을 알아주는 위로'입니다.

무서우면 이불속으로 더 깊이, 안전하게 숨으셔도 됩니다.

그곳에서만큼은 아무도 당신을 재촉하지 않을 테니까요.



오늘 밤, 당신의 무거운 마음과 함께 도망쳐줄 노래는 선우정아의 <도망가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0l1HdemykU&list=RDD0l1HdemykU&start_radio=1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가보자 기억 속에 아득히 먼 그곳으로

나의 전부인 너를 위해 걱정 따윈

잠시 다 내려놓고

대신 내가 꼭 안아줄게


이 노래는 벼랑 끝에 선 당신의 손을 잡고 속삭입니다.


"너 지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우리 그냥 다 놔두고 도망가자."


해결해야 할 문제, 책임져야 할 의무들.

오늘 밤만큼은 이 노래 뒤에 숨어서 잠시 잊으셔도 좋습니다.

도망치는 건 비겁한 게 아닙니다.

거친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전략적 후퇴일 뿐입니다.

오늘 밤은 내일의 알람을 끄고, 이 노래 속으로 도망치세요. 당신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냥 여기서 나랑 숨어있자."


당신의 안전한 도피를 응원하며...



오늘의 마음 문장


일요일 밤, 당신이 멈춘 건 고장 난 게 아닙니다.
거친 파도가 치기 전,
숨을 고르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죄책감 갖지 말고,
이 밤의 평온함 속으로 깊이 잠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