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이름 그거 아니야!

11월 1주, 월요일

by thera 테라

원래 내 것인데, 남이 더 자주 사용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이름입니다.


우리들의 하루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며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보통 00 선생님, 00야~라고 이름을 불러주지요.

어느 날에는 성(姓)을 붙이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에는 성을 뺀 이름을 부르기도 합니다.


이날은 멀리서 보이는 반가운 내 작은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습니다.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와서 변화된 모습을 알아봐 주고 싶어 더욱 반가이 인사를 건넸더랬죠

"오~현지, 현지 머리 잘랐네" 다정하게 건넨 인사와 달리, 돌아온 아이의 대답은

"오현지라 부르지 마세요, 내 이름, 그거 아니에요. 저 현지예요, 현지!!"였습니다.


순간 멈칫 당황했지만 내가 아이를 왜 그렇게 불렀는지 설명이 필요할 거 같았고,

아이가 왜 그렇게 불리고 싶은지 아이의 마음도 알고 싶어 말을 이어갑니다.

"아~맞다. 현지. 현지 맞지. 그런데 우리 현지의 성은 오 씨인데, 그래서 오현지라고 불렀는데..."

"아니에요.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나는 현지예요"

"우리 현지는, 현지로 불리고 싶구나. 이쁜 이름 현지로 불러줄게~"


기분이 풀어진 아이는 교실로 총총총 돌아갔고,

아이의 마음이 궁금해 아이의 어머님과 통화를 위해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오늘 아침 입고 갈 옷을 고르면서 엄마와 실랑이가 있었고, 등원버스 시간에 늦을까 조바심이 난 엄마는

감정이 들어간 목소리로 "오현지!"하고 큰 소리로 제지의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합니다.


그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에 남았던 걸까요?

그날 아침, 아이는 날카로운 목소리의 '오현지'가 아닌 다정한 호칭'현지'로 불리고 싶었던 바람이 느껴졌습니다. 어머니와의 전화통화를 마치고 다시 아이를 찾아 다정히 불러봅니다.

"현지야, 머리가 너무 이쁘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닙니다.

아이가 세상에 자신을 소개하는 첫 단어이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를 담은 정체성입니다.

우리가 아이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주는지는 그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우리의 태도입니다.

존중은 그렇게 아주 작은 순간에 피어납니다.

그리고 그 존중은 아이의 마음속에 자조감이라는 따스한 씨앗을 심게 됩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자기 이름을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에 대한 선택입니다.

이는 단순한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 자신의 정체감과 감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선생님으로서 우리는 아이의 말과 행동을 통해 내면의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불러주세요 라는 말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이런 순간에 교사가 보여주는 반응은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이유를 함께 탐색해 주는 태도는 아이에게 '나는 내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어'라는 안정감을 줍니다. 또한 이름에 담긴 감정은 종종 가정에서의 경험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반응을 단순히 교실 안의 상황으로만 보지 않고, 그 배경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이런 접근은 아이와 가정, 선생님 사이의 신뢰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존중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말 뒤에 있는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려는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그 작은 존중이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단단한 씨앗이 됩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우리는 아이의 이름을 어떻게 부르고 있나요?

혹시 무심코 이름을 부르거나 별칭으로 대신하며 아이의

감정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


ㅣ 아이의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아이의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를 함께 나눈다면 더욱

다정한 이름 부르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26화엄마한테는 못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