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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울릴 때.

10월 5주, 목요일

by thera 테라

귀가인사를 시작으로 선생님들의 호흡은 좀 길어집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은 즐거움도 한창이지만, 혹시나 생길 수도 있는 여러 변수들을 감안하다 보면 긴장감도 항상 따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귀가시간이 여유로움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의 돌아간 자리도 정리하고, 다음 날의 준비도 이어지지요.


그때, 따르릉.. 전화벨이 울립니다.

발신자 번호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하이톤을 준비를 합니다.


"네~ 00 어머님~ "


통화버튼을 누르면서, 하루의 순간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혹시라도 걱정스러운 일이 있었나를 되돌아봅니다.

요즘 아이의 놀이, 표정, 또래관계, 특이사항 등 그 짧은 찰나에 나눌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정리가 됩니다.


"선생님, 잘 지내시지요. 오늘은 선생님이 생각나서 전화드렸어요."

"어제 우리 00가 잠꼬대를 하는데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3번이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제 막 말이 늘기 시작해서 그 표현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닌 3살 영아반 친구의 꿈에서 보고 싶은 선생님으로 등장했다는 소식에 조금 전 가졌던 긴장감은 사라지고 몽글몽글 마음속에 따스한 기운이 퍼져갑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나서도 한참이나 귓가에 맴도는 아이의 잠꼬대에 마음이 찌릿찌릿 눈시울도 붉어집니다.

그 말 한마디가 오늘 하루의 무게를 가볍게, 더 따스하고 좋은 선생님이 되리라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내일 아침, 아이와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주어야겠습니다.


"00야, 보고 싶었어"라고요.






영아기는 생애 초기의 정서적 기반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수용언어에 비해 표현언어는 발달해 가는 과정에 있으며 언어보다 감각과 감정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세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해 가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작은 몸짓, 눈빛, 표정의 비언어적 표현, 그리고 잠꼬대 같은 무의식적 표현이 그들의 진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창구가 됩니다.


선생님과의 안정적인 관계는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이 안정감은 단순히 울 때 달래주는 돌봄을 넘어, 아이 스스로 세상을 탐색하고 표현할 수 있는 내적참조체계로 작용합니다. 즉 선생님과의 관계가 안정적일수록 아이는 놀이에 더 깊이 몰입하고 또래와의 관계에서도 더 적극적이고 따스한 상호작용으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데도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정서적 안정감은 아이의 자기 조절력, 사회성, 자기 표현력의 기초가 되며 장기적으로 학습태도와 대인관계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아이의 꿈속에 선생님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 관계가 아이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하루가 아이에게 얼마나 편안하고 즐거웠는지,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말투 하나, 눈빛 하나, 손길 하나가 아이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됩니다.

그 창이 따스하고 안정적일수록 아이는 세상을 향해 더 넓고 깊게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나는 오늘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했을까요?

말보다 먼저 닿는 눈빛, 손길, 목소리의 온도는 아이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요.


ㅣ 아이가 나를 떠올릴 때, 어떤 표정과 감정이 함께

떠오를까요.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생각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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