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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함께

힘들어도 남에게 신세 지기 싫은 당신께.

그림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by thera 테라

"꺼야, 꺼야 할 거야. 혼자서도 잘할 거야."


자기의 일을 스스로 잘한다는 것.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스스로 하는 것에 강한 긍정적 강화를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혼자서 뒤집었을 때,

혼자서 걸었을 때,

혼자서 밥 먹기 시작하면서 말이지요.


인류만큼 출생부터 자생의 기간이 긴 존재가 흔치 않기 때문일까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에 칭찬과 보상이 따르다 보니 우리는 유독 '독립'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순간을 스스로,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걸음마를 처음 뗀 그 순간에도 부모님 또는 양육자의 손길이 필요했고,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그때도 균형을 잡아주는 손길이 필요했지요.


가족의 테두리를 떠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해야 할 범위가 더 넓어졌고

자의든, 타의든 다른 사람의 손길을 받을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유독.

혼자서 낑낑 거리면서도 다른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와줄까요?'라는 제안에

'신세 지기 싫어요' 마음속 이 말을

보통은 '괜찮아요'라는 말로 대신하지요.


남에게 신세를 지기 싫어하는 마음에는 여러 가지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거절의 트라우마입니다.

특히 어린 시기부터 최측근인 부모와의 애착관계에서 울음 등 불편함 호소에 충분한 안정적 경험의 부재 및 가족 구성원에게 내민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에 거절을 당한 경험이 많은 경우,

이 상처는 차곡차곡 쌓여 상처를 받기 싫어하는 자기 보호, 방어를 만들어 손을 내밀어 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도움받을 상황을 피해버리는 경우이지요.


둘째, 신세를 진 만큼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강박 및 부담감 때문입니다.

'Give and Take'가 익숙한 현대사회에서 받은 것을 기억하고,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맘 한편에 짐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난 널 도와주었는데, 넌 이것도 못해주는 거야?"라는 신세의 답례를 강요받을 때는 '도움 안 받고 말지'가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셋째, 자신의 결핍에 무감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아주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면 혹은 가까운 관계라 해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 앞에 부족한 존재이기보다는, 잘 살아가는 조금 더 완벽한 존재로 비치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가면(페르소나)을 보다 멋지게 포장 위해 자신의 결핍을 감추고 일에 더욱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생각해 볼까요?


타인이 내게 도움의 손길을 준다는 것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어려움에 있는지,

개인적 취향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관심이 없는 호의를 베풀기는 어렵습니다.


그 호의를 부채로 여기는 마음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에도 불편한 마음으로 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내가 받은 도움이 주는 사람에게 돌려주어야 할 부채가 아닌,

마음껏 행복하고 감사해하는 것,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관계는 더욱 따스하게 연결되지 않을까요?


힘들어도 남에게 신세 지기를 꺼리는 당신에게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 다나카 우사. 지형. 2006]를 처방해 드립니다.



밤하늘에서 떨어진 무지개 빛 별똥별을 주운 작은 햄스터는 만나는 동물 친구들에게 별똥별을 선물로 줍니다.

별똥별은

얼룩말에게는 알록달록한 모습으로,

나무늘보에게는 해먹을,

펭귄에게는 꽃잎을,

토끼에는 풍족한 당근을 갖게 해주는 등.

각 동물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로 변신시켜 주거가 채워주는 선물을 줍니다.


별똥별 선물에 행복해하며 만족하는 동물 친구들의 웃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가 싶은 순간,

마지막으로 작은 햄스터는 당신에게로 찾아옵니다.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라는 말과 함께.


어떠세요,

햄스터의 호의를 받아들이시겠어요?


**

위 제시된 남에게 신세 지기 싫은 이유는 보편적인 상황을 적은 글입니다. 개인의 히스토리, 가족과의 역동, 사회적 관계 속에 형성된 다양한 요인들이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독립 #도움받기

#관계 #그림책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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