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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야!

11월 1주, 목요일

by thera 테라


신체활동 교실로 이동하기 위해 '한 줄 기차!!'라는 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아이들이 한 줄을 만들어 서는 과정에 서로 먼저 앞에 서겠다고 주장하면서 실랑이가 생겼습니다.


"00가 먼저 왔잖아, 너는 뒤로 서"

"아니야, 00가 먼저 온 거 같은데.."


아이들의 의견마저도 분분한 가운데, 선생님은 두 아이에게 서로 양보하기를 권하였고 보통은 한 아이가 양보하여 자리를 잡기 마련인데 이번엔 두 아이 모두 완강하게 자기가 먼저 왔다며 앞에 서기를 주장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체활동 시간이 기다리고 있지만,

Gym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한 후 아이들과 이야기 나눕니다.


"친구들아, 맨 앞에 선다는 것은 다른 교실로 이동할 때 가장 앞장서서 이끌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해. 그리고 맨 마지막에 선다는 것은 다른 친구들 모두가 빠짐없이 다 줄을 섰는지 확인하고 교실 불을 꺼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하지."

"우리 00반 친구들은, 친구들을 위해 앞에서고 뒤에 서 줄 수 있는 친구들이지?"


친구들 모두와 실랑이를 벌이던 두 친구도 이야기를 들으니 일제히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말인데,

앞과 뒤에 서는 친구는 다른 친구들을 위해 마음을 써주는 중요한 역할이니 우리들이 돌아가면서 하면 어떨까?

1일 반장처럼"

"1일 반장이요?"

"응, 1일 반장. 하루씩 돌아가면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도와주는 거지"

"좋아요. 우리 반장 할래요~"

조금 전 긴장감까지 돌던 분위기는 어느새 '반장'이라는 역할에 기대감을 가지며 웃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고는 조금 더 생각해 보기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반장이라는 책임을 맡으면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어떻게 도와줄지에 대한 공약을 생각해 보기로 말이지요.

가. 나. 다 이름순으로 기호 1번부터 번호를 부여하고 그럴듯하게 포스터도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1일 반장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날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내가 반장이 되면 어떻게 친구들과 선생님을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는 말에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 줍기'부터 시작하여 '장난감 정리를 책임지기' '물컵 정리하기' '귀가할 때 책상 정리하기' '친구들을 잘 도와주겠다' '활동 책을 나눠주고 정리하겠다' '우리 반의 웃음을 책임지겠다'는 공약 등, 다양한 약속들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의 공약은 하나같이 따스하고 누군가를 살피고 배려하겠다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포스터와 공약은 교실 한 공간을 자리하면서 1일 반장을 할 때마다, 각자가 약속한 배려와 책임을 떠올리게 해 줍니다.





유아기 아이들은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바라보는 시기를 지나며, 점차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 규칙을 배우고 역할을 인식해 나가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내가 먼저야'라는 말속에 단순한 순서 싸움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존중받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확신입니다.


이 시기의 자존감은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경험을 통해 자랍니다. 특히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는

시기에는 사회적 역할을 인식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며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단순한 칭찬보다 자신이 공동체 안에서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 더 깊은 자존감을 형성합니다.

예를 들어, 줄을 설 때 앞에 서는 것, 뒤에 서는 것 모두를 '책임 있는 역할'로 인식하게 되면 아이는 단순한 순서싸움이 아닌 자신의 행동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이는 아이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역할 부여는 아이에게 자율성과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며,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높입니다. 동시에 친구들과 함께 역할을 나누고 서로를 도와주는 과정은 공동체 속에서의 소속감과 기여함을 느끼게 하며 사회적 자아를 확장시키는 기반이 됩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아이가 맡은 역할을 통해 스스로를 소중하게 느낄 수

있도록, 어떤 기회를 주었나요?


ㅣ 아이가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뒤에 서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나요? 그 순간을 어떻게 지지해 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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