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테이블 앞에 자리하고 이메일을 열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하얀 바탕에 찍힌 이 글자들이 트럼피인 양 자랑스러웠다.
브런치 작가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필력을 인정받고 곧 작가에 등단이라도 하게 될 것 마냥 꿈에 부풀었던 것이 바로 한 달 전이였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브런치스토리 시스템에 대해선 전혀, 아무것도.
글을 쓰면 당연히 읽힐 줄 알았다.
이미 내 글은 좋은 글이라는 인정을 받았다는 자만함이 차고도 넘쳤다.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 세상과 연결될 줄 알았다.
그러나 내 글은 바다에 던져진 병 속 편지처럼,
누군가에 손에 걸리기를 혹은 파도에 밀려 우연스레 잡히기를 바라는 요행심이 다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은
내 프로필명 아래 적혀있는 두 가지의 숫자였다.
하나는 구독자, 다른 하나는 관심작가.
구독자는 당연히 0, 관심작가는 1로 표기가 되어있는데
그 숫자를 누르니 브런치팀으로 자동 설정되어 있다.
디폴트 값으로 지정되어 있는 브런치팀을 클릭하니
명예의 전당에 오른 작가들의 프로필 사진이
또르르 한 줄 기차 하듯 보인다.
그들의 발자취를 하나 둘 따라가 보니...
브런치는 역시 망망대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브런치팀의 구독자를 보니 오늘 날짜 기준 268만.
이렇게나 많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매일 그들의 글들을
둥둥 떠올리고 있다.
어떤 이의 글은 발행하자마자 라이켓의 숫자가 초단위로 바뀌어지는가 하면,
어떤 이의 글은 게시한 지 여러 날이 되어도 숫자가 미동조차 않는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싶었다.
어떤 글은 빛처럼 순식간에 퍼지고, 또 어떤 글은 꼭꼭 숨어있는가. 좋은 글의 기준은 무엇이며 브런치가 좋아하는 글은 어떤 글일까?
작가들의 글을 탐미하고 감동하며 꼭꼭 한 글자씩 담아두며 라이킷을 누르고 구독을 누르는 과정에서
그들의 필력과 재능에 감탄과 존경을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라이킷'과 '구독'이라는 갈증이 순간순간 나를 불안하게 하고 조바심 나게 했다.
어느 날부터 늘어가는 구독 숫자는 기쁨이 됨과 동시에 고통이 되었다.
여느 SNS 시스템과 다를 바 없는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라이킷과 구독의 남발은 내가 띄운 글들에 라이킷을 하고 구독을 누르는 감사함 이면에
자신의 그것들을 늘리기 위한 수가 보여 그걸 알아차린
나의 영민함에 베이듯이 아팠다.
좋아하는 글을 한 글자씩 담고, 그 글에 공감하는 덧글을 남기는 과정에서 브런치라는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이 또한 내 하루의 시간을 계속 삼키는 듯 한 질식감에 라이킷수와 구독자수가 그 보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공허했다.
그때부터 나는 글을 쓰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무엇을 써야 할지보다, 어떻게 보여야 할지가 떠오르고. 라이킷 수가 얼마나 나올까 가 신경 쓰였다.
글을 쓴다는 것에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읽히고 싶다는 두 가지의 마음이 쿵쿵 부딪히며 쌈박질을 하는 거 같았다.
그 싸움은 매일 반복되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 일간 나의 행적은
하나의 브런치북을 완성하였고 또 다른 브런치북 발행과
이곳에서 만난 작가님들과 매거진으로 '함께' 하고 있다.
한 달여간의 숨 가쁨과 공허함, 실망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브런치스토리라는 이 공간에 남아있는 이유는,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나는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후
한 달쯤 되는 시점에 느끼는 소회를 조심스레 글로 남겨봅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인정욕을 베이스로 하는 '글쓰기'라는 행위가 지난 한 달간은 내게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경험하게 해 주었던 시간인 듯합니다.
브런치스토리에도 관계가 있고, 인플루언서가 있고
보이지 않는 연결과 영향력 속에서
온전한 글쓰기의 즐거움을 펼치기도 전에 많은 감정들이 오고 간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함께'라는 공간에서 글을 나누고
안부를 묻고, 서로 독려하는 과정들이
이 짧은 시간 내에 느꼈던 갈등과 고민들을 토닥이며
글을 쓰는 힘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은 꼭 나누고 싶어서... :-)
함께하는 모든 작가님들,
글쓰기의 꾸준함을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