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주, 수요일
오늘은 미역국이다!!
아침부터 원 가득히 풍기는 미역국 내음에
등원하는 첫 마디의 인사들이 오늘의 점심메뉴를 맞히는 걸로 통일되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 시간.
즐거운 이야기 꽃도 함께 피어납니다.
"선생님 더 먹을래요"
가을이 되면서 우리 친구들의 식욕도 왕성해지는지 점심시간 식사량도 늘어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즐거운 점심 시간에 갑자기?
훌쩍이는 소리의 주인공은 성원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이야기하며 맛있다를 연발하던 친구였는데 갑자기 눈물을 보이니 무슨일인가
싶어 걱정과 함께 다가가 물었습니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성원이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어떤 이유인지 짐작이 가는 상황입니다.
점심을 먹다가 손에서 숟가락을 놓쳤었는지 바닥에 숟가락이 떨어져 있었는데,
아마도 그 이유인가 싶었습니다.
"성원아, 숟가락이 떨어져서 그래서 그래?" 라는 물음에
성원이는 조용히 눈물만 떨굽니다.
그때 옆 친구가 이야기 합니다.
"야, 뭐 그런걸로 울어. 그런걸로 우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성원이는 더 깊은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숟가락이 떨어진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부정당한 것이 더 아팠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조용히 성원이 옆에 앉아 말합니다.
"성원이 마음이 많이 속상했구나. 울고 싶을 땐 울어도 괜찮아.그런데, 떨어진 숟가락은 다시 깨끗이 씻어서 사용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그 말에 성원이는 조금씩 울음을 멈추고,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들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나도 지난번에 젓가락 떨어트렸을 때 눈물났어."
"나도 국물 엎질러서 속상했었는데.."
아이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경험을 꺼내며 성원이의 감정에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흘리는 눈물의 이유는 어쩌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눈물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세상 어떤 눈물에도 울 일 아닌 일은 없습니다.
오늘 점심시간, 미역국 냄새보다 더 진하게 퍼진 건, 아이들의 감정을 향한 공감이었습니다.
성원이의 눈물은 우리의 즐거움을 잠시 멈추게 했지만,
그 멈춤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 그 감정을 존중받을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갑니다.
오늘의 미역국은 단지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 자존감이 자라나는 따스한 밥상이었습니다.
유아기는 감정이 자라나는 시기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울음이나, 표정, 몸짓의 비언적인 표현으로 마음을 드러냅니다.
이때 선생님이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해주는 경험은 아이에게 '내 감정은 괜찮은 거야'라는 안정감을 주게 됩니다.
특히 성원이처럼 단순히 숟가락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아이에게
"그런 걸로 울면 안 돼"라는 말은 감정을 억누르고 자존감을 흔들 수 있습니다.
반면 "속상했구나, 울어도 괜찮아"라는 말은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유아는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해석하고,
그 감정이 받아들여질 때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감정은 성별이나 상황에 따라 판단되어서는 안되며, 모든 감정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교실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인지적 배움을 위함이 아니라, 감정을 배우고 나누는 관계의 장입니다.
따스한 시선과 말 한마디는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감정을 표현 할 수 있는 교실, 그 감정을 존중받을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게 될 것입니다.
ㅣ '사소한 일'이라 넘기지 않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한 적이 있나요?
ㅣ 평소 아이의 눈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