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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쩡이 Feb 22. 2023

퇴사 한 달 후, 달라진 나의 하루  

2023년 1월 3일 수요일 

나는  3년 동안 다니던 수학학원 강의를 종지부 찍었다. 경력단절 8년 만에 복직한 일자리였지만 내 발로 사직서를 냈다. 

"원장님, 그동안 배려해 주시며 수업 스케줄 구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은 일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학원 특성상 중등부까지는 수업을 하여야 저의 가치도 올라갈 것 같은데 6시 이후 수업은 힘들 것 같습니다." 

"현정선생님, 그래도 조금만 더 버텨보지 그래요.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랄 거고 현정선생님 시간이 더 많이 생길 텐데.."


나는 하루 5시간 근무하는 시간강사였다. 5시 30분 땡! 

신데렐라 선생님이었다. 분명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고 있을 텐데 해가 지면 기다리고 있을 두 딸들이에게 미안했다. 친구들 전부 집으로 돌아가면 큰 방에 두 딸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삼기 켜 하원했다. 


첫째 초등학교 갈 때까지만 1년만 더 고생하자. 생각했다. 신랑이 도와준다며 아이들 하원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고정적인 퇴근시간이 아니어서 아이들은 똑같이 늦게 집으로 귀가했다. 수업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끝나는 시간만을 기다리며 수업을 연장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정말 봐주시는 분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했다.  아픈데도 어린이집을 보내야 했던 순간들... 열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보낼 수밖에 없던 순간들.... 마음의 불씨를 집혀주는 결정적인 일이 있었다. 


어느 겨울, 첫째가 기침을 심하게 하며 아파 밥을 먹지 못했다. 밤새 열은 계속 났고, 물수건을 해주며 내려가길 기다렸다.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마음에 열패치를 붙여주며  


"엄마가 오늘 일찍 갈게" 

"알겠어, 일찍 와"


말하며 어린이집을 차 태워 보냈다. 돌아서 집에 오는 길에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이는 내 마음을 알까? 내가 아픈 데 엄마가 같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린이집 가기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엄마가 일을 하고 있는 걸 아니 아이가 견뎌 준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엄마, 엄마는 일해야 하니까 괜찮아"

"고마워..."


아이를 안고 속으로 참 많이 울었다.. 아이는 알고 있었다. 엄마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두 딸을 키우며 맞벌이 부부로 지내온 지 3년 만에 종지부를 찍고자 결정했다. 집에서 아이들 기다리는 것보다 일하면서 아이들 데리고 카레우먼처럼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겉으로는 카레우먼이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다 무너졌다. 하루에도 여러 번 요동치는 내 마음의 고요함이 필요했다. 


퇴사 한 달 후, 새벽기상은 계속하고 있다. 유일하게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퇴사 후 더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오전 시간 아이들을 보낸 후 빠르게 집을 치우던 일은 여유시간이 생겨 하나씩 꼼꼼하게 치울 수 있게 되었다. 워킹맘 마음인 '빨리빨리'가 없어졌다. 집을 치우다 보면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난 뒤, 커피 한잔과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거실 한편에 자리를 잡는다. 제일 하고 싶었던 독서!!!! 천천히 읽으며 써 내려간다. 

손과 머리가 같이 움직이는 독서를 통해 내 마음의 고요함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 바쁜 일상이 아닌 여유 있는 일상 속에 하고 싶은 일들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을 안 하면 불안했던 마음이 다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70%는 지금 상황에 행복하며 감사하다. 


오후 4시 30분, 아이들이 하원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식탁에 준비해 놓는다. 

집에 돌아오면 식탁을 먼저 보며 활짝 웃는다. 엄마가 집에 있어 좋다며 행복해하는 순수한 모습을 느낀다. 

돈은 벌면 되지만 행복은 살 수 없는 것 같다. 행복을 사기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부분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아이와 충분히 행복한 뒤 일을 해도 늦지 않는다. 내가 나를 믿고 보살피며 응원해주고 싶다. 


"현정아, 잘했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잠깐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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