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중독자의 단상(斷想) #3
"좌절감"은 그렇게 자주 찾아오는 손님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성장'을 실천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정말 현격하게 빈도가 줄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좌절감이라는 감정이 찾아오는 경우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때
결국 이런 감정의 끝자락에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 내가 부족한 거지. 어떻게든 내가 더 노력하면(바꿀 수 없는 무엇)도 변화시킬 수 있을 거야!"
"떠나야 되나? 내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것 때문에 인생을 낭비해야 되나?"
최근에 찾아오는 좌절감은 후자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라 스스로를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건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려는 개인의 목표와 업무량 & 퀄리티의 밸런싱 때문에 안 그래도 상당히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큰 부정적인 감정이 치고 들어오면 나라는 그릇에 담긴 물이 넘치거나 갈라지는 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거나 명상 콘텐츠에서도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에 신경을 쓰지 말고 마음에 담아 둘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냥 물처럼 흘려보내라고. 사람이 좌절감의 원인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까? 아직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공감이 가지 않는다. 무엇인가 묶여있지 않은 자유로운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 불쑥 찾아오는 좌절감. 이 녀석은 허리케인처럼 불쑥 만들어져서 나의 감정을 파괴하고 불쑥 사라진다.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남은 감정은 부스러기들을 모아 정리하기 전까지는 힘듦, 괴로움, 자괴감, 슬픔, 무기력함이라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전쟁터와 같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2023.09.16
사진: Unsplash의Zoltan T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