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형편없는 딸은 지금 어떻게 됐나요?

행복하게 잘 삽니다

by 샤이어

손가락질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부모 마음에 못 박고 사냐. 부모가 뭘 그리 잘못했냐. 어떻게 부모를 저버릴 수가 있냐. 아무리 그래도 부모인데 그러면 안 된다.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은 못할망정 받을 거 다 받아놓고 효도는 커녕 못된 년이라 하면 나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부모인데... 에서 '부모'라는 그 단어는 무적이니까요.


그래서 부모도 저버린 '아버지왈: 형편없는 딸'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남편과 지지리 볶고 싸우기도 하지만 사랑받으면서 사랑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내가 필요할 때, 힘들 때 말로 표현은 투박해도 항상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남편과 사는 사랑받는 아내, 엄마 껌딱지 아들에게 사랑받는 엄마, 아들보다도 며느리걱정을 더해주시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에게 사랑받는 며느리로요. 내 생에 이만큼 좋아한 사람이 없을 만큼 사랑하는 남편과, 내 모든 걸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내 삶과 습관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도 가능할 만큼 사랑하는 아들과 살고 있습니다. 평생을 거실도 없는 집에 살았는데 남편과 으쌰으쌰 열심히 모아 거실이 있고 화장실이 2개 딸린 집도 얻었습니다. 성실히 살면서 열심히 모으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더욱 내 어린 시절이 처참해지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습니다.

날 괴롭힌 이에게 최고의 복수는 내가 행복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내가 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래서 벗어나는 것. 그래서 행복해지는 것. 그래서 더 이상 그 사람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것. 나는 복수했습니다. 우리 아버지에게. 그는 내가 형편없이 살 줄 알았겠지만 너무 잘살고 있거든요.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임에도 이 글을 작성한 이유는 잊어버리기엔 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고요. 내 아이를 볼 때마다 도무지 나에게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되어 흔들리는 마음을 한번 더 정리하고 싶어서이고요. 부모에게 상처받은 누군가가, 저처럼 비난받고 조종당하며 살아온 누군가가 혹여나 제 경험담을 보고, 제 글을 읽고 나서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좋겠어서입니다.

저도 30대가 되어서야 용기 낼 수 있었으니까요. 싫으면서도 왜 그리도 오라면 가고 하라면 했을까요. 누군가가 보면 왜 그렇게 살았냐 할지 모르겠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에겐 참으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겪고계신 분들, 겪었던 분들은 아실거에요. 그 힘든 일을 해낼 용기가 제 글 속에 담기길 바랐는데, 담겼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너무 동화 같은 마무리인가요?

하지만 정말로 사실이랍니다. 물론 행복 속에 슬픔도 있고 짜증도 있고 화도 있고 우여곡절도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인생에 가장 잘한 결정은 부모님과 거리 두기입니다.

저와 같거나 비슷한 어려움을 혹여나 겪는 분이 계시다면 꼭 응원해드리고 싶어요. 저처럼 극단적으로 절연할 필요는 없겠지만 거리 두기를 실천해 보시면 좋겠어요. 전보다 좀 더 넓은 세상이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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