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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어 Aug 23. 2023

착한 아이 컴플렉스

feat. K-장녀, K-장남

요즘 k-장남 k-장녀라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말 그대로 한국의 장남, 장녀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이인데도 그 아이가 아이를 돌보아야 했던 아이들. 그래서 양보하고 참는 게 익숙한 아이들. 가정의 대소사를 다 알고 같이 헤쳐나가야 했던 아이들. 때로는 부모의 상담소, 감정 휴지통이 되어야 했던 아이들이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버리지 못한다. 부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고 부모가 원하는 일을 하고 거절을 잘하지 못한다.


남편은 장남 나는 장녀이다. 나는 우리 세대에서 특이하게도 외동이지만, 그럼에도 장녀였다.


남편도 나도 참 '알아서 잘하는' 아이였다. 부모에게 잘 의지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게 맞지만 미성년자일 때부터 그래왔다는 것은 확실히 어딘가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 TV방송에서 '허구의 독립'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진짜 독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 내적으로 의존적 욕구가 결핍된다고 한다.


나의 남편은 생활력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었다. 결혼의 이유 중엔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이런 면이 큰 작용을 했다. 근데 오히려 그는 내게 굉장히 의존하는 편이다. 가끔은 내게 너무 과도하게 의존해서 조금 답답할 때가 있을 정도. (물론 그가 나를 답답해할 때도 있다.)


시부모님이 보시면 아마 놀랄지도 모를 정도로 내게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허구의 독립으로 인한 의존적 욕구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반대로 나도 문제가 발생하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뭐든 남편에게 결정을 도와달라고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과하지 않다면 우리는 서로의 결핍을 약간 메꿔주는 꽤나 좋은 파트너가 아닐까 싶다.


우리 부부가 가장 경계하고자 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우리는 독립적으로 자랐기에 우리도 모르게 아이에게 독립적인걸 강요하지는 않을까?

 '이제 네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에겐 그게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경계하게 되는 것은 온실 속 화초로 키우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과잉보호는 아이의 독립을 강요하는 것보다 아이를 더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챙기는 역할을 강요받는 장녀임과 동시에 보호받아야 할 외동딸이라는 포지션을 함께 갖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항상 과도한 통제를 받았고 그런 성장과정에서 많은 선택과 생각의 기회를 뺏겼다.


육아에 정답은 없으니 항상 두 부분을 조심하겠지만, 역시나 우리 부부는 좀 더 철없게 키우기로 한다. 과잉보호를 하지 않는 범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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