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약을 타고 만나는 민트빛 레이크 루이스

레이크 루이스에서 카누 즐기기

by 정그루

[지금까지의 여정]

8/7: 버나비(밴쿠버) 렌터카 타고 출발, 브라이덜 폭포, 골든 도착

8/8: [골든] 골든 스카이브리지, 키킹 홀스 보행자 다리, 세상에서 가장 큰 노, 에메랄드 레이크, 타카카우 폭포

8/9: [밴프] 밴프 도착, 다운타운 구경, 쇼핑, 안내소, 파크 뮤지엄, 보우 강 & 폭포, 캐스케이드 오브 타임 가든, 서프라이즈 코너 뷰포인트, Mount Norquay Lookout

8/10: [재스퍼 가는 길] 보우 호수, 페이토 호수, 워터 파울 레이크스, 콜롬비아 아이스 필드, 루이스 레이크

8/11: [밴프+캔모어] 밴프 곤돌라, 그래시 레이크스 트레일, 밴프 스프링스 호텔 구경, 밴프 다운타운 야경

8/12: [레이크 루이스+모레인+@] 레이크 루이스, 레이크 모레인, 바이 밴프




내 생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밴프에서 발을 떼려니 미련이 뚝뚝이다. 그래도 여정의 마지막을 레이크 루이스와 레이크 모레인으로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어 설렘이 남았다.



레이크 루이스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워낙 협소해서 새벽 또는 밤에 가지 않으면 항상 만차이고, 레이크 모레인은 아예 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결국 "Park and ride"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곳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고 두 군데를 보는 것이 흔하다. 레이크 루이스에 있는 아름다운 호텔에서 숙박을 하거나 애프터눈 티를 즐긴다면 또 다르겠지만. (부 러 워)


레이크 루이스 주변 길가부터 이미 노란 전광판에 "레이크 루이스 주차장 만차"라고 안내가 나온다.


park and ride


주차장도 만차 되었는데 주차하고 셔틀 탈 공간까지 만차 되는 사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Park and Ride" 공간만큼은 아주 광활하게 마련해 두었다. 우리답지 않게 서둘러 아침 8시 부근에 도착했는데도 생각보다 차가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부지런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성수기의 여행이란 이런 건가 보다. 어쨌든 주차하라고 안내하는 곳에 얌전히 주차하고 셔틀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찾았다.



화살표는 멀찍이 하나만 그려져 있고 화살표가 향하는 광활한 장소에는 천막(?)이 여러 개 있다. 공식 셔틀버스 천막과 사설 셔틀버스 천막들. 얼레벌레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셔틀 예약에 성공해 버린 우리는 짙은 녹색 공식 셔틀버스 천막을 찾는다.



천막을 찾긴 찾았는데, 입장권이 없다.


천막


이 오두막 같은 곳에 가서 우리의 예약 내역을 (마음속으로 으스대면서) 보여주고 버스를 타는 종이를 받았다.




종이를 받고 줄을 섰다. 펜스 길이로 봐서는 평소 줄이 엄청 긴 것 같은데, 그래도 아침 예약으로 와서 그나마 대기줄이 매우 짧은 편이다.


셔틀은 이곳 출발지 기준으로 레이크 루이스 행, 레이크 모레인 행이 있다. 그리고 레이크 루이스와 레이크 모레인을 왔다 갔다 하는 셔틀도 있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레이크 모레인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출발지에서 어느 호수를 먼저 갈 건지는 예약할 때 정한 그대로를 따라야 한다. 얼레벌레 예약 성공자는 도착지가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도 헷갈렸지만 다행히 레이크 루이스로 먼저 가라고 안내해 줘서 마음이 편했다. 레이크 모레인 쪽에 줄 선 사람이 조금 더 많은 걸 보고 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가 레이크 모레인 갔을 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감흥이 줄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레이크 모레인 가는 사람이 더 많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아니지. 모든 표가 만차인데.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원.



레이크 루이스와 레이크 모레인 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더 귀한 쪽이 있다면 레이크 모레인인 듯하다. 레이크 루이스는 어쨌든 차를 가지고 갈 수도 있고, 겨울에 스케이트를 타기도 하고, 봄에서 이른 여름에는 무기처럼 길쭉길쭉하게 얼어버린 슬러시 같은 얼음을 밀치며 카누를 타기도 하지만, 레이크 모레인은 여름 일부 시기에만 갈 수 있고, 꼭 셔틀을 통해서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걸어갈 수는 있으려나? 나는 알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알아보지 않고 코딱지를 후비고 지나가겠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에 여유 있게 탑승할 수 있었다.







내리자 보인 것은...



아침의 레이크 루이스였다. 애써서 아름다운 호수만 보이게 사진을 찍긴 했지만, 사진 포인트에는 사람들이 와글와글해서 약간은 감흥이 떨어지긴 한다. 8시 부근에는 아직 해가 쨍쨍하지 않아 호수 색깔도 약간은 침침하다. 침침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침침해서 덜 질리고 계속 봐도 편안하긴 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아름다운 뷰 옆에 있는 설명까지 눈을 가늘게 뜨고 열심히 적어 와서, 어설프게나마 남겨둔다.


호수의 아름다운 빛깔은 이 물이 빙하인 덕분. 호수에는 빙하 물과 빙하가 돌을 미세하게 간 입자가 함께 있음. 그래서 빛이 아름다운 빛만 반사함. 겨울에는 돌 입자들이 바닥으로 가라앉음. 얼음이 막 녹을 즘 레이크 루이스에 오면 지금 색깔과는 사뭇 다른 짙푸른 레이크 루이스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수심은 70미터까지도 된다고 하는데... 나의 상상력 밖이다.

여름에도 수온이 10도 정도로 춥다는데... 캐나다인은 역시 빙하에서도 못 참고 수영을 하고 고무배를 타고 누워있던데... 감기는 안 걸리나...




레이크 루이스 주위로 이렇게 작은 갈래의 호수도 볼 수 있다. 강물은 가까이에서 볼 때 조금 더 친숙하고 편안한 색을 띤다. 아마 우리가 산행을 가서 더 높은 곳에서 레이크 루이스를 봤다면 눈이 따가울 정도로 시린 색을 볼 수 있었겠지.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웬만하면 산행은 피하는 사람들. 우리는 강 주변을 한 바퀴 먼저 돌아볼지, 호텔 안을 구경할지 고민하다가...


줄이 적을 때 얼른 카누부터 타고 오기로 했다.




줄을 서고 왜 사람이 적을지 생각해 보니 햇빛이 없는 탓이었다. 햇빛이 쨍할 때의 숨 막히는 호수 색이 아직 나오진 않은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출발지에서 레이크 모레인을 먼저 선택한 사람들은, 해가 뜰 시간까지 계산해서, 레이크 루이스 와서 카누를 타려고 야무지게 계획한 사람들이었던가? 소름. 모르지, 야무진 사람들인지, 우리처럼 어느 시간이든 들여보내만 달라고 간절하게 아무 시간이나 클릭한 사람들인지.


나는 유행 따라 남들 따라가는 걸 싫어하는 마이웨이파라고 스스로를 보고 있었지만 천만에. 나도 남들처럼 햇볕 쨍쨍할 때 숨 막히는 레이크루이스에서 노를 젓고 싶어 좀 시무룩해졌다. 점원에게 스몰톡 겸 물어보니, 역시 오후에 카누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 건 맞다고 했다. 하지만 직원 본인은 차분하고 아름다운 아침의 레이크 루이스가 더 좋다고 했다. 너무도 아름다운 말이었다. 10초 만에 나도 차분하고 아름다운 아침의 레이크 루이스가 좋다고 생각하게 됐다. 참으로 덤보만큼이나 큰 팔랑귀를 가진 사람이 나다.




아침의 차분한 레이크 루이스의 아름다움은 약간의 동양풍마저 지니고 있다. 낭만 가득한 호수에서의 카약은 그 가치만큼이나 사악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유키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라는 곡을 사랑해서 캐나다 록키 그 많은 호수 중 꼭! 레이크 루이스에서 카약을 타고 오지 못하면 시름시름 앓을 사람들이 나뿐만은 아닐 테지.


* 에메랄드 1시간 $100

* 루이스 1시간 $165

* 모레인 1시간 $160

(세금 별도, 캐나다 달러이므로 0을 3개 붙이면 대충 맞음)


레이크 루이스는 이름값, 레이크 모레인은 희귀성 때문에 값이 비슷하고, 레이크 에메랄드는 아무래도 레이크 루이스라는 이름을 빼앗긴 비운의 호수라 그런지 가격이 착했다. 만약 캐나다 여행 전이고 카약은 타고 싶은데 세 군데 중 고민이신 분이 있다면, 그리고 나처럼 레이크 루이스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없다면, 쨍쨍할 때의 에메랄드 레이크에서 카약을 타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레이크 에메랄드, 루이스, 모레인 모두 숨 막히게 아름다웠지만 해가 촤라락 비쳐올 때 보았던 말 그대로 에메랄드빛이던 그 호수빛깔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레이크 에메랄드에서는 내가 카약을 안 탄 게 아니고 줄이 길어서, 주차를 못 해서 포기했던 거였구나!



이 낯선 종이를 받는다는 건 카누 탑승에 가까워졌다는 긍정적 신호이다. 여러 사람이 볼 지도 모르는(보기를 희망하는) 글을 쓰는 사람의 도의적 책임 때문에 구글로 친절하게 번역하여 그 내용을 올린다. 절대 내가 영어보다 보니까 눈이 따갑고 머리가 어지럽고 귀찮았기 때문이 맞다.



확실히 사람이 타국 언어로 읽을 때랑 한국어로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가 강력할 때 다가올 때랑 느낌이 정말 다르다.


"책임 면제", "청구 포기", "위험 부담 및 보상 계약"


정리하자면 이거겠지?


- 제가 태워달라고 했으니까 제가 다치든, 빠져서 트라우마가 생기든, 뭐 어찌 되든 고소 안 할게요. 태워만 주세요. 저는 고소대마왕이 아닙니다.-




능숙한 솜씨로 돌아온 사람의 카누를 들어 올리고 다시 호수로 카누를 스윽 미는 숙련된 직원들. (가끔 힘겨워하는 직원이 보이면 안쓰럽다) 드디어 카누를 타러 가는구나 싶을 때 동선에 자연스럽게 통나무 집이 들어있는데, 역시나 자연스럽게 보트하우스 기념품을 팔고 있다. 나도 자연스럽게 구경하고 카약을 타러 얼른 걸어 나왔다. 어떤 직원이 카누를 전해주든 상관은 없지만 내심 생활의 달인 느낌이 나는, 무심한 듯 시크한 듯 엄청 능숙하게 카누를 올리고 내리는 직원의 카누를 타고 싶었다.



사진 우측에 일부 담긴 곳은 페어몬트 호텔. 1박에 2백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저곳에서 숙박하면 카누 할인도 되고 예약도 되지만 나는 그냥 열심히 서서 대기하는 걸로.


간단한 설명을 듣고,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노를 받으면 이제 카누 여정이 코앞이다. 여행기를 책과 영상으로 만들 계획이라는 명목 하에, 실제로는 그냥 시야 걸림 없이 카누를 타고 싶은 마음에 앞자리에 앉고 싶어 가위 바위 보라도 해서 앞자리를 쟁취하려고 했는데, 그는 흔쾌히도 나보고 앞에 앉으란다. 괜히 민망하고 고마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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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20만 원짜리 한 시간이다~



세상에. 내가 그 '레이크 루이스'에서 카누를 타고 있다니. 비록 노래를 다운로드하고 이어폰을 가져오는 치밀함은 없었지만 마음만은 감동 폭발. 마음은 한 곳에 멈춰서 눈물 젖은 촉촉한 눈으로 한없이 호수와 산을 바라보고 싶지만. 막상 저 멀리 산이 보이고, 시간은 한 시간밖에 없고, 어쩐지 사람들이 열심히 배를 타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어쩐지 선수가 된 마냥 열심히 노를 젓기 시작했다. 제법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소다빛 호수에 내 노가 푹푹 들어가는 모습에도 감개무량했다.


멀리서 보면 한치의 흠결도 없어 보이던 아름다운 물결. 가까이서 보니 가련한 벌레들의 죽음이 가득하다는 걸 난 몰랐다. 자세히 보면 끝없이 보이는 검은 가련함을 애써 외면하며 아름다움에 집중해 본다. 바람에 따라, 우리의 노 움직임에 따라 이래저래 일어나는 물결 파동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른 시간에 왔지만 시간은 흐르고, 해는 뜨기 마련. 촉촉하고 어둡던 강에도 햇빛이 조금씩 밀려왔다.


햇빛은 물빛을 한순간에 확 바꾸는 환상적인 마법사였다.



흔히 상상하던 레이크 루이스의 그 빛깔이 점점 드러나는 중이다.



힘든 구간을 넘어가고 나니 같이 노를 열심히 젓고 있는 이 상황에 웃음이 터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굳이 저 산 아래, 그러니까 저 먼 호수 끝까지 힘들게 노를 저을 필요가 있었을까? 산 아래에서 쳐다본 레이크 루이스 저편에는 공사 중인 호텔만 보일 뿐인데.


아마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호수 끝 저편까지 노를 저어간 후 후회와 눈물로 같은 길을 팔에 불나도록 저어서 돌아와야 했겠지만, 중후반 정도까지만 갔는데도 자칫하면 추가 요금을 낼 판이어서 팔에 불나도록 노를 저어서 보트하우스로 돌아갔다.


우리 대신 산 바로 아래, 호수 끝까지 정 찍고 오셔야겠다는 분이 있다면, 보트하우스에서 출발 신호 울리자마자 기똥차게 팔 운동을 해 보셔라. 시간 대부분을 사용하면 가능할 듯하다.


... 사실 그냥 유유자적 호수의 아름다움을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노를 놓고 한참을 '멍' 때리던 순간들이었다.


이거 타려고 내가 돈을 벌었구나...




솔직히 처음에 빨간 카누 보고 안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배에서 유유자적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마음까지 착해져서 빨간 카누도 충분히 개성 있고 운치 있고 아름다워 보인다. 카누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내 기분도 더 싱그러워진다.





작고 반짝이는 그 보석을 파는 그 가게의 아름다운 시그니처색이 물색에서 나왔나 보네.




해가 적게 있던 날씨에서 쨍쩅한 날씨, 살짝 구름도 있는 날씨까지 한 시간 안에 다 만나서

그만큼 많은 물빛을 볼 수 있어 그저 행복했다.


이 날은 어떤 멋진 화가보다도 자연의 화가 해에게 리스펙을 보내고 싶었다.


좋았어요...



고풍스러운 그 호텔은 공사 중이라 생각보다 그리 예쁘지 않은 공사 view를 만들고 있다. 내가 이 호텔에서 못 묵어서 여우가 신포도 보듯이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레이크 루이스 카누에서 본 호텔은 생각보다는 평범한 느낌이 들었다. 호텔 감상 뷰 포인트가 여기가 아닌 거겠지.



꿈같은 한 시간을 금세 보내고 카누를 반납하고 나오는 길. 햇빛 덕에 색깔이 많이 밝아지고 예뻐진 레이크 루이스다. 멀리서 보면 또 다른 신비한 물빛. 보트하우스에서 걸어 나오면서 대충 찍은 사진이 알고 보니 베스트 샷인 듯한데?



아름다운 한 시간의 호강을 마치고, 한여름이지만 으슬으슬해서 호텔 카페에 가 보기로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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