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루이스 페어몬트 호텔, 레이크모레인 트레일, 록파일
아... 지금 봐도 너무 예쁜... 레이크 루이스.
(레이크 루이스의 사진 파티는 지난 글을 보러 와 주세요.)
20만 원에 한 시간 카누를 타고 감동에 차 있는 상태였다.
모레인으로 가는 셔틀을 타러 가기 전 페어몬트 호텔을 둘러보려 한다.
원래는 이 호텔의 애프터눈티를 예약해서, 아름다운 호수를 보며 애프터눈티를 먹으려 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맛있지 않았다는 후기를 보고, 또 이렇게 셔틀로 오는 데도 성공했고, 비용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애프터눈 티 아껴서 블루버드 스테이크집에 한 번 더 다녀오긴 했는데... 막상 지금 와서 호텔 사진을 보니 호수를 보며 즐기는 티타임이 조금 궁금해지긴 한다.
8월인데도 좀 쌀쌀해서 따뜻한 것을 마시러 카페에 가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아무렇게나 들어와선 곤란하므로 입구가 제한적이었던 기억이다.
관광지 + 호텔 물가임을 감안해야 한다.
약 육천 원? 짜리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줄을 기다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크루아상을 먹을까 말까 먹을까 말까 계속해서 고민했는데, 맛있는지 맛없는지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내 심장과 달리 머리에서 크루아상과 7,500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가 계속해서 나왔다. 겉보기에 아주 맛있어 보이지 않기도 했고...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냥 먹어볼 걸 그랬다.
역시 할까 말까 할 때는 해야 한다.
뭔가 마음껏 구경을 하기가 좀 떳떳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책 가게도 못 들어가 봤다.
마음은 애프터눈티가 있는 카페까지 가서 뷰를 훔쳐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민폐일 것 같아서
그러지 못하고 다시 나왔다.
몇 시간 새 사람이 더 많아진 느낌의 레이크 루이스.
이렇게 루이스에게 작별을 고하고.. 모레인으로 떠난다.
모레인으로 가는 셔틀 타는 곳과 주차장으로 가는 셔틀이 다 있으므로 잘 확인하고 타야 한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모레인까지는 많이 멀지 않았다.
차에서 금세 내려서 조금 걸어가니 바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물 색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금까지 호수를 여덟 군데 넘게 봤지만 이 물빛은 또 처음 본다. 그동안은 아예 내가 아는 평범한(?) 물색이거나 우유를 탄듯한 에메랄드 빛의 강이 많았는데 이곳은 조금 더 청록빛. 파랑에 가까운 색이었다.
뒤에 보이는 산이 무척 예뻐서 감탄이 나온다.
지금 보니 자기 패들보트 가지고 와서 타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네.
입구 쪽에서 왼쪽으로 가면 록파일, 즉 위에 올라가서 모레인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는 우측으로 먼저 가서, 호수를 낮은 곳에서 먼저 즐기기로 했다. 호수 반 정도를 쭉 걸었다.
햇빛이 비추니 호수 색깔이 더더욱 영롱하게 물든다.
멀리 보면 색이 아주 진한 물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한없이 맑은 물이어서 신기하다.
여기도 카누를 빌릴 수 있는 보트하우스가 있다.
루이스와 마찬가지로 한 시간에 세금까지 해서 거의 20만 원 돈.
예약에 성공한 자만 올 수 있는 호수이다 보니 + 그 빛깔이 워낙 예쁘다 보니 + 워낙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곳이다 보니 레이크 루이스와 모레인 보트 대여하는 값이 참 비싸다.
에메랄드레이크에서 카누 타면 1시간에 10만 원 정도인 데랑 비교해도 말이다.
그래도 첫 밴프 여행에서라면 나는 다시 와도 레이크 루이스에서 카누를 탈 것 같다.
호수를 따라 쭉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어 물을 감상하며 걷기 좋았다. 왕복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레이크루이스만큼 호수가 크진 않은데, 대신에 보트를 타는 사람도 적은 듯하다.
고즈넉한 느낌이 든다.
햇빛이 조금 빛을 거두면 이런 진한 청록빛의 호수도 볼 수 있다.
햇빛이 적은 레이크루이스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더 평온하고 깊은 느낌을 준다.
중간중간 사진 찍고 싶어지는 곳에서 멈추어 셔터를 연신 눌렀다.
걷는 걸 그렇게까지 즐겨하지 않는 우리였지만 이곳을 걷는 경험은 무척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걷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 않고 그리 시끄럽지 않아서 아름다운 정경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물이 탐스럽고 예뻐 보인다.
이렇게 침착한 모습이다가도
해가 비치면 금세 이렇게 쨍해진다.
아쉽게도 호수 한 바퀴를 삥 돌지는 못하고 중간 정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1인 패들보트에 누워서 호수와 햇빛을 한껏 즐기던 사람들의 유유자적함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나도 조금 더 길게 호수를 즐겼다면, 저렇게 누워서 한껏 호수를 즐겼다면 좋았겠다, 하며.
다시 걸어오는 길에도 햇빛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계속해서 눈과 카메라에 담는다.
다시 입구 쪽에 돌아왔다.
너무나도 귀여운 다람쥐는 성격도 귀엽고 수줍음을 탈 것 같지만 꽤 건달 같았다. 무언가를 먹는 사람들 다리에 거침없이 달려가거나, 사람들 사이를 달려가며 먹을 것을 찾는 모습에는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관광객들도 혀를 내두르는 수준.
기념품도 살짝 구경하고, 이제 드디어 록파일을 올라보기로 한다.
날이 조금은 흐려졌다.
록파일에 올라 보는 모레인 뷰가 그렇게 예쁘다.
올라가는 데 아주 많이 힘들지도 않다.
호수는 햇빛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이고, 또 이렇게 위에서 보느냐 아래서 보느냐에 따라서도 그 빛깔이 사뭇 다르다. 위에서 보니 완연한 파란빛을 띠고 있다.
너무너무 예쁘고 실제 같지 않아 감탄이 나면서도, 사람들이 너무 많고 와글와글 많이 시끄러워서 감상을 많이 깼다. 분명 아까 산책을 할 때는 모레인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은 위에서 찍은 사진들이 쨍하고 예쁘지만 좋기는 아래에서의 산책시간이 훨씬 좋았다. 시끄럽고, 사진을 찍기도 힘들어 기가 빨렸다.
저 앞쪽에 가서 사람이 걸리지 않게 사진을 찍으려면 꽤나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호수를 찍을 때 거슬리는 두 개의 나무.. 나라면 거침없이 베어 버렸을 텐데 이 나라 사람들은 자연을 참 존중해 주는 것 같다.
반대편에는 울창한 산과 숲이 보인다.
사람들이 많아 저 아래에 앉아 사진을 찍기를 잠시 포기하고 뒤쪽 둔덕에 서 봤다.
이것이 바로 관광지의 현실인가. ㅎㅎ
그래도 사진을 찍어야지 싶어 아래로 내려왔다.
겨우 아무 장애물 없이 사진 찍겠다 싶었는데, 이젠 누군가의 브이가 카메라에 들어온다. 휴~
물빛은 정말 특별하다.
겨우 구석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어색하게 둘의 사진도 남긴다. 다른 부부께서 우리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셨다. 그리고 우리 자리를 차지하셨다.
점점 구름이 몰려와 슬슬 내려가기로 했다.
이렇게 보니 꽤 높이 올라온 것 같네.
(저 나무들은 도대체 뭐지?)
약간의 아쉬움을 남고 모레인 호수와도 안녕.
정류장에 돌아와 천막 아래 들어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운도 좋지!
그는 파크 앤 라이드로 돌아오는 짧은 길에서 곯아떨어졌다.
이렇게 우리의 밴프 여행은 막을 내리고..
밴프에서도 안녕, 레이크 루이스에서도 안녕... 밴쿠버 쪽을 향해 다시 로드트립을 떠난다.
이번에는 출발했을 때 골든을 들렀던 것과 달리 켈로나라는 곳에 들를 예정이다.
그곳에서의 여정도 사뭇 기대가 되었다.
다녀온 지 7개월도 지난 지금, 여행 사진이 남아 이렇게 여행을 다시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