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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Sep 28. 2022

나이를 먹고 해야 할 것들

인생의 반환점을 돌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긴 마라톤에서 중간 지점에 도착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아마도 인생에서 50대가 그 지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50대에 도달한 순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잠시 멈추어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살아온 시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살아가야 할 모르는 영역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신체는 노화가 급격하게 진행 중이고, 생각을 다듬을 틈도 없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아이들은 성장해 각자 살기 바쁘고 나에게만 오롯이 주어지는 시간이 차고 넘치게 됩니다. 회사 생활 역시 어느 순간 그만두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로워져야 한다지만 그보다 훨씬 빠르게 뻔뻔함이 두드러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고집만 안고 가는 세월이 될지도 모릅니다. 어릴 때 자라면서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나이 들어서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하는 모습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살아온 시간과 모습들은 증거로 남습니다. 얼굴의 표정과 태도와 습관들로 스스로 드러납니다. 이젠 돌아가 지울 수 없는 시간이고, 앞으로 나아갈 때 기준이 되는 자신의 현재 모습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50대 후반을 보내고 있는 지금, 나이를 먹고 몇 가지 애쓰면서 스스로 다짐하는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잠시 숨을 고르고 내 삶이 어디쯤 도착해 있는지 멈춰 서서 바라봅니다. 낯설고 먼 길을 가다 보면 돌아갈까 계속 갈까 고민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라 설렘 반, 두려움 반이 겹쳐진 길이라면 더더욱, 어둑해 앞이 불분명하다면 멈춰 주변을 둘러보아야 합니다. 이럴 땐 잠시 숨을 고르고 방향을 가늠해 봅니다. 스스로 걸어온 뒤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둘째, 

앞으로 나아가야 할 자신의 힘에 집중하여 계획을 세우려 합니다. 어둑하다고 가던 길 위에 멈춰 설 수는 없습니다. 길이 아직 남았다면, 어떤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잠시 쉴 곳을 찾아야 합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도 지나온 길처럼 역시 처음 가는 길이기에 스스로에 집중하고 휴식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셋째, 

끊임없이 세상을 배우려 합니다. 삶의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나 다음 세대에게 나눠줄 지혜가 있다면 나눌 줄 알아야 하지만 그들의 세상엔 나의 세상과 다른 속도와 방법들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그들의 방식을 시도하면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시도의 결과일 뿐, 실패로부터 다시 배우면 됩니다. 방식은 다를 뿐 결국은 사람 사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시도해 본 또 하나의 경험일 뿐입니다. 사고의 유연함과 순발력을 놓지 않도록 세상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그 안에서 무던히 배우려 노력합니다.



넷째,

건강과 마음에 대한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도 기본적인 것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었기에 구체적인 계획으로 마음과 신체의 건강을 챙기려 합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휴식, 영양 좋은 식사는 모든 일상을 살아가는데 활력을 줍니다. 아직 모든 관심과 생각이 여러 군데로 향해 있어 쉽지 않지만 작고 쉬운 것부터 자신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건과 사물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화를 낼 일도 많이 줄어듭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은 모든 것의 시작점이 됩니다.



다섯째,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취미를 가지려 합니다. 비용 때문에 시간 때문에 혹은 가족을 돌보느라... 여러 이유로 하지 못했던 것들 중 꼭 하나는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취미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새삼스럽고 조금은 이기적이더라도 이젠 자신의 삶에 풍요로움을 만들어 가야 할 시간입니다. 그중 하나, 어느 시점 놓아버렸던 글쓰기가 앞으로 제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



여섯째, 

맞지 않는 것은 내려놓으려 합니다. 고리타분한 태도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살아오면서 몸에 혹은 생각 속에 들러붙은 군더더기들을 떼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살아오는 동안 눈치채지 못했지만 돌아보면 생각과 행동에 불필요한 찌꺼기들이 많이 들러붙어 있습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진 않지만 스스로의 삶에서 맞지 않는 것은 내려놓고 과감히 버리려고 합니다.







시기를 특정하진 않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100일간의 여행'을 계획합니다. 세상 어디가 되었든 상관없습니다. 처음엔 좀 어색하겠고, 가끔 심심할 테고, 또 어떨 때는 막막하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혼자 방법을 찾으려 애쓸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혼자 잘해 온 것처럼 인생 중반기를 넘어 반환점을 돈 시점에 남은 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간다면, 앞으로 5년 혹은 10년 뒤에 그래도 조금은 더 멋지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시기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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