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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Feb 05. 2024

하루에 사용하는 '어휘'가 얼마나 되나요?

어휘의 축소는 생각과 시야의 빈약함을 가져온다


우리 생활의 대부분은 가장 긴 시간을 직장에서 보냅니다. 직장인들은 하루에 몇 단어를 사용할까요? 생각보다 그리 많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자신들 업무의 특성에 한정된 언어와 그 외 직원들 간 안부 인사에 필요한 언어들에 한정되는 것 같습니다. 업무에 한정된 언어란 것이 극히 제한적이라 더더욱 자신의 어휘력을 발휘할 일은 없습니다. 한창 일하던 30대~40대 사이 어느 날 문득, 스스로 뇌와 언어, 생각의 순발력이 떨어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스스로 깜짝 놀라며 초조했던 적이 있어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말은 항상 위험하다


가볍게 내뱉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겪어보지 않으면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매일 같은 업무에 일상이 지겨워지는 회사일. 누구나 비슷할 것입니다. 업무의 종류와 상관없이 분업화된 우리들의 회사일은 지나칠 만큼 단순하고도 지루합니다. 부서 간 혹은 업체 간의 협업은 그래서 필수이고 중요합니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우린 개인의 성향이나 인간성으로 탓하기도 하지만...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늘 비슷한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대응하며 지내고 있을까요? 매일 같은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 지겨워!', ' 회사를 그만두던지 해야지!', '안 보이면 퇴사한 줄 아세요!'...... 이렇게 부정적인 말을 내뱉는 사람은 주변의 옆 동료들에게도 힘이 빠지게 하는 나쁜 영향을 줍니다. 본인은 아랑곳하지 않지만 듣는 사람은 지칩니다.




문제는 그렇게 함부로 내뱉는 말이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에 돌아올 때입니다. 말이란 것이 발은 없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되돌아옵니다. 그것도 무엇보다 아주 강력하게! 늘 퇴사를 입에 달고 실시간 방송처럼 말하던 직원은 결국, ‘퇴시한다며?’라는 제삼자의 피드백과 함께 조용해집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고도 회사란 곳을 몰랐을까요? 그동안 우쭈쭈하던 회사가 변한 걸까요? 이젠 그저 조용히 일만 합니다. 참 모양 빠지는 순간입니다.




몇 번의 이직을 겪으면서 보니, 한 곳에서만 근무를 한 장기 근무자와 대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결국 같은 방향으로 가더라도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가다 보니 업무로는 비효율적인 상황도 자주 발생합니다. 그 언어에 섞이지 못하는 저와 오랫동안 익혀온 언어 외 사용할 줄 모르는 기존 직원은 모두 잘못이 없습니다. 단지, 언어가 달랐을 뿐입니다.






우물에 깊이 빠질수록 하늘은 점점 작은 동그라미가 된다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면서 한정적인 공간에서 정해진 업무만 하느라 어휘가 줄어들고 언어생활이 단순해진다는 것은 좀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물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범위가 좁아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해의 폭도 함께 좁아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의식적으로 책을 가까이하거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면 점점 세상은 우물 위 동그란 하늘의 크기만큼만 인식하게 됩니다.




이왕 할 말이라면 침 한번 삼키고, 숨을 한번 더 고르고 뱉을 시간을 한 박자 늦추는 건 어떨까요? 사실, 그러다 보면 별로 할 말이 없어집니다. 어휘력이 떨어져서 말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휘를 조절함으로써 거리를 두고 대상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럼으로써 필요한 말만을 선택해서 하게 됩니다.




예전을 잠깐 되돌아보면, 직업이 달라질 때마다 사용하는 언어의 범위도 시용량도 같이 달라져왔고 생각의 범위도 덩달이 변해왔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할 때, 혼자 하는 업무량이 늘어날 때, 회의가 잦아질 때, 여유가 생겨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날 때... 제 생각의 크기와 삶의 폭과 크기도 그에 따라 같이 변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자신의 내면을 위해 자신을 환기해 줄 언어를 얼마나 사용했을까요? 스스로 인생에 대한 용기와 격려를 위해 얼마나 많은 긍정적인 어휘들을 사용했을까요? 기분 좋은 하루를 위해, 혹은 나의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어떤 말로 나의 하루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느 때보다 지치고 힘든 하루였지만 고단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또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해 줄 말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 박자 느려진 뇌의 움직임과 생각의 반응들이 나이를 먹으며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습니다. 그리고 난 이후 오히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던 때와 달리 미리 무언가를 늘 준비하고 있는 사람처럼 조금 여유 있는 시간을 번 듯한 기분이 듭니다. 비록 예전처럼 순발력이 민첩하지는 못하지만 답답함은 줄고 유연성이 생겨 말과 생각의 힘도 서서히 성장해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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