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치, 잘들 하고 계신가요?
덕질이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국어사전)
업(業)이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직업
(표준국어대사전)
자기가 좋아하는 한 가지 일에 푹 빠져 지내는 사람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어서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속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단은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자신의 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 받는 시선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 갈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여전히 좋아하고 잘하기 때문에 하고는 있지만 생계가 어렵다거나 노력에 비해 성과를 사람들이 크게 알아주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어린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난 나중에 커서 ~가 될 거야' 어찌 될지 모르는 자신의 앞날을 상상하며 말합니다. 물론 요즘엔 아이들도 허무맹랑한 기대는 많이 사라지고 굉장히 현실적인 목표(!)로 자신의 앞날을 설정(부모의 영향력이 매우 강력하게 작용합니다.)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성장 과정이고, 그래서 자라면서 꿈도 매번 달라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좋아하는 것과 나중 미래의 직업이 꼭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일치할 수도 있지만, 꼭 일치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 아이들의 꿈을 어른들이 자꾸 축소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교육과 환경 모든 것이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을 찾고,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쏠려 있다 보니 각자의 개성과 기질에 맞는 것을 찾기란 점점 더 그 폭이 좁아지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아이를 키울 때만 해도, 아이가 아이스크림이 되겠다는 말도 안 되는 꿈을 이야기할 때 무슨 맛이 되고 싶냐고 되려 황당하게 되묻던 때도 있었는데 말이죠.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면 좋아하던 일이 싫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심하게는 그 좋아하던 일을 아예 외면하기도(실제로 제가 매일 글을 접하고 살아야 했을 때 전혀 제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합니다. 왜 그럴까요? 덕질의 마지막이 업이 된다면 행복해야 할 텐데 왜 그렇지 못할까요? 공부와 다른 뭔가에 빠진 자식들을 보며 부모님들은 걱정을 합니다. 나중에 커서 뭐 해 먹고살려고 그러니?라고. 아마도 생존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그 누구도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요.
연예인을 쫓아 전국을 다니느라 학업에 소홀하던 사람이 나중에 엔터에서 일을 할지, 연예인에 기반한 콘텐츠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지 알 수 없습니다. 친구에게 주려고 그리기 시작한 한 번의 연필 스케치가 이모티콘을 만들어 수익을 낼 수도 있고 한 보따리 오천 원을 외치던 소꿉놀이가 멋지게 브랜딩 해서 창업으로 연결될지도 모릅니다. 고장 난 시계나 라디오를 부시고 고치고 반복하다가 공학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일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열정’입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크기만큼 세상을 향한 사랑의 방법을 찾습니다.
덕질을 해 본 사람은 덕질의 기쁨과 몰입감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열정이 자신의 직업에서 고스란히 실현되기는 요원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에 미쳐본 사람, 열정을 다해서 한 시기를 보내본 사람은 분명히 자신이 무엇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 더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본 사람은 그저 세상살이에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만족할만한 것이 설사 남들 보기에 무모해 보이더라도 그걸 이루어내는 사람입니다.
지금, 무엇을 덕질하고 계신가요?
덕질 한번 해 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