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그거 지금 꽃 피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왕년에는...!
요즘은, ~라떼라는 유행어가 자주 사용되면서 왕년이란 말은 거의 안 쓰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난날(젊은 시절)을 기억하며 한때 잘 나가던 사람이라는 의미로 으쓱거리며 말하고 싶을 때, 뭔가를 과시하듯이 입에 달고 쓰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을 좀 살아본 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모두 왕년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때 무엇을 했든 어떤 처지에 있었든 그 왕년은 누구에게나 꼭 존재합니다.
그것이 좋은 것이던 나쁜 것이든 따지지 않고 사용하던 그 말은, 다른 의미로 자기 삶의 전성기를 말하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자기 인생에서의 전성기 - 직업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한 삶의 흔적이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돈은 조금 덜 벌었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활 속에서 작은 성취들을 누리는 삶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젊고 활기에 찼던 시절 - 무엇이던 할 수 있으리라 자신 만만하던, 그때를 자신의 전성기라 기억합니다.
설사 성공한 삶의 한 축을 지금 현재 살고 있다 할지라도 우린 왕년을 기억하고 자신의 전성기를 그리워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돌아가지 못하는 '그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지금보다 미숙했을지라도 겁내지 않고 무언가를 시도해 보던 무모한 용기가 그리울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빛나던 자신의 젊은 모습이, 슬며시 미소 지어지는 실수투성이의 기억조차도 전성기였을 테니까요.
문득, 인간 삶에서 인생의 전성기는 언제인가? 궁금해집니다. 각자 개인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는 지난 어린 시절의 어느 지점을 가리키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앞을 모르는 지금이 혹시 전성기는 아닌가요? 아니, 지금 전성기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삶은 어느 지점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어느 지점 하나 예측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것이 삶입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조금은 확인할 수 있을 때 - 나이를 조금 먹은 때라도 스스로 만드는 전성기를 누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사회적 성공이든 자아실현이든 건강관리든 그 무엇이라도, 지금 만들면 됩니다.
너른 들판이 아니어도, 혹은 척박한 땅에 심지어 비탈진 바위에서 자신도 모르게 뿌려진 씨앗이 바람과 비와 햇빛을 겪으며 조금씩 싹을 틔우고 시간을 버티고 버텨 자신만의 꽃을 피우는 과정을 맞습니다. 한 해 두 해 세월을 겪으며 뿌리는 더 깊어지고 꽃은 저만의 색깔을 뽐내며 매년 자기 자리를 지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꽃의 뿌리는 더 단단하게 힘을 얻고 꽃송이들은 더욱 탐스럽게 피어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꽃의 성장은 가장 화려하고 멋진 시간을 만들어냅니다. 꽃은 그 한 번의 멋진 자신만의 그 전성기를 향해서 헤아릴 수 없이 피고 지고를 반복합니다. 마치 연습인 것처럼.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좋았던 전성기가 전혀 없다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했다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면 됩니다, 지금부터 라도, 피고 지고를 반복해 온 꽃의 그 긴 과정을 지금까지 잘 견디며 왔다면 우리 삶에도 그 전성기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겁니다. 그동안의 수고로움과 견뎌낸 시간이 내일은 반드시 꽃으로 활짝 필 테니까요. 자주 피지 않으면 어떤가요? 자신의 계절에 한 번만 피어도 좋습니다. '전성기'... 그거 하나쯤 지금 꽃 피어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