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계엔 정성이 필요합니다. 일방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서로 소통하고 관계가 돈독해지고 발전하려면 보이는 것 그 이상의 보이지 않는 배려와 성의와 약간의 조심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조심’이 안 되는 딱 한 가지 종류의 관계가 있습니다.
‘가족관계, 그것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
이 상황이 제일 어렵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이니 가장 오래된 관계지만 발전이랄 것은 별로 없고 ‘조심’이 없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고 오히려 점점 더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관계가 됩니다. 아니, 불편하고 싫습니다. 하지만 어쩔까요, 가족이고 더구나 엄마인 걸!
어쩌면,
제가 가족 관계에 어떤 결핍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더더욱 좋은 관계를 유지해 보려 애쓰는 중입니다. 때로는 버겁고 또 때로는 결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기적인 마음(나중에, 그때 잘할걸... 하는 후회는 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가족들과 잘 지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관계는 역시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인가 봅니다.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일방적인 것은, 역시 없습니다.
‘엄마는 내게 어떤 사람인가?’, ‘ 난 또 자식들에게 어떤 엄마인가?’ 동시에 질문을 해 봅니다. 남들 보기에 좋은 그런 관계를 원하진 않습니다. 살다 보면 매일매일 티격태격이 다반사이니 어쩔 수 없겠지요. 하지만. 매 순간이 오분 십 분을 못 넘기고 티격태격이라면 이건, 대화가 가능은 한가? 혹시 사이가 안 좋은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아마도 엄마에게 나는 어렵기도 하고, 기대야 할 대상이기도 하고 그런 자식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그동안, 나에게 엄마는? 솔직히 기댈 곳은 아니었습니다. 이상하리만치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음... 확인하고 나니, 놀랍습니다. 엄마는 천성이 부지런하고 억척스럽습니다. 그리고 자주 거짓말(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한 습성은 아직도 이해가 안 됩니다.)을 합니다. 금방 들통날 걸 알면서도, 아마 이건 살아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것 같습니다. 호랑이 같은 남편 시집살이를 하다 보니 부업을 하며 몰래(?) 돈도 불려야 했고 그렇게 몰래 이룬 스스로의 성취에 나름 흡족했던 기억의 연장에서 만들어진 습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도,
팔순은 처음 살아보니 힘에 부칠 거라 생각은 합니다. 그걸 바라보는 자식 역시 나이를 먹으면 스스로도 좀 달라질 줄 알았지만 모난 곳이 많아 아직은 자주 아프게 찌르기도 합니다. 자주 서걱거리는 엄마와의 관계를 조금 나은 쪽으로 바꿔보고 싶은 마음과 이젠 연로해서 당신 마음대로 살아지지 않을 때가 더 많은 엄마를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을 함께 기록해보려 합니다. 얼마나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작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