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냥 생각

완벽하지 않기에,

사소한 걸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by gruwriting



완벽은 무엇을 반드시 필요한 만큼 다 해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더구나 삶에서는 비교 대상이 되거나 판단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린 자신의 삶을 위해 매 순간순간 완벽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가요?






안전(?)하게 큰 문제없이 살다가 뭔가 하나 부족하거나 해결이 안 될 때 몹시 당황합니다. 그리고 전전긍긍합니다. 삶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삶이란 것이, 형용되지 않는 퍼즐의 완성된 그림을 마음속에 상상하며 조각조각 하나씩 맞춰가는 시간일 뿐이니까요.






결국은 단순한 것


나이를 먹고 겪는 신체 변화와 몸의 이상 증상은 젊은 시간에 겪는 것과 많이 다릅니다.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도, 소심해졌나? 더럭 겁이 나는 순간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자꾸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 멈추려고 하는가 봅니다. 잘못될까 봐, 회복이 안될까 봐, 때로는 이대로 끝이 날까 봐... 그렇게 걱정만 하다가 굳어버리나 봅니다.



눈앞이 캄캄해진다는 것, 세상이 뱅그르르 돌아버린다는 것, 하나의 입체 시가 되지 못한다는 것, 편 것도 안 편 것도 아닌 모양의 손가락에서 비롯되는 통증을 무덤덤히 쓸어내릴 만한 무던함이 필요한 것이 살아가는 일입니다. 결국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고, 잘 먹고 자고, 잘 숨 쉬며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혼자 거동할 수 있으면 되나 봅니다. 그 사소한 걸 못하는 날이 곧 올 수도 있다는 걸 망각한 채 말 그대로 우린 대부분의 시간을 ‘나대며’ 삽니다. 그 결과를 조금만 미리 눈치챌 수 있다면 모든 행동과 생각들은 달라지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인간은 미련해서 오늘의 내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거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늘 짱짱하던 자신의 모습을 환각에 씐 것처럼 뇌 속에 각인시켜 놓습니다.






풍경에 어울리는 꽃


망각은 좋은 것입니다. 삶의 대부분을 감싸고 있는 담요와 같습니다. 시시콜콜 따지지 않고 덮어버리는 것, 그 안에 시간을 녹여냅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더라도 충실한 역할을 합니다. 누구나 완벽하지 않습니다. 부가 창대해도, 건강이 월등해도, 성취가 남달라도, 개성이 아무리 뚜렷해도,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있어도 어느 누구 하나 상대적으로 우월하지는 않습니다. 비교가 필요 없습니다. 들판에 핀 여러 꽃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듯 그 안에 자신의 모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관념의 대부분은 뇌의 작용에서 시작이 됩니다. 그 관념이 만들어내는 의미와 행동은 사람이란 한 개체를 겉으로 드러냅니다. 들판의 꽃은 때가 되면 피기 위해 기다리고 기다리다, 자신을 드러냅니다. 모두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순리대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유독 인간은 그것을 참지 못하고 너무 이르게 어설픈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너무 빠르게 포기를 하기도 합니다. 타이밍을 못 맞춰서 애가 타기도 합니다. 살아 있지만 살아 있지 않은 시간처럼 스스로를 가두고 몰아붙이고 자꾸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곤 합니다. 쓸모없는 행위로 시간을 소비합니다. 그렇게 후회를 쌓아갑니다.







때론 기억하고, 때론 잊어가며 삽니다. 왕년을 노래처럼 입에 달고 산다고 그날이 다시 오진 않습니다. 완벽은 무엇을 반드시 필요한 만큼 다 해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한 세월을 충분히 나대고 살아서 도착한 곳에 자신이 어떻게 서 있는지, 앉아 있는지, 누워 있는지 그 자체만 남습니다. 다만, 한번뿐인 인생에 단 한 번씩 자신의 발자국을 남긴 것이면 족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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