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교육을 위해 꼭 가야 하는 '학교', 아이들과 부모 모두 오랜 시간 그 제도 안에서 숱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 학교는 하나의 강한 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기 위해 공교육은 점차 강화되었고 의무교육 기간은 무조건 입학과 졸업을 해야 합니다. 입학 시기가 다가오자 강한 틀에 갇힌 학교에서 커리큘럼에 맞춘 것을 배운다는 것 외에 아이들이 틀에 박힌 생각을 그대로 습득하고 어떤 질문도 하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습니다.
모두 각기 개성이 있는 개인들이지만 같은 생각을 한다고 상상하면 끔찍합니다. 판에 박힌 사고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관점,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해지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지금은 거의 학원과 학교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질문하지 못하는 학교, 관계 조정에 실패한 학교, 때가 되면 그냥 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저 일상 속에서 점점 무뎌지는 훈련을 받는 곳일 뿐입니다.
학교의 역할 일부를 체험하게 된 것은 1호가 초등학교 4학년때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왕따는 지금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이지만 당시에도 꽤 심각한 문제로 부모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습니다. 1호는 신체 조건상 그럴 일을 당할 일이 없었지만 거꾸로 가해자가 될 뻔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담임선생님은 문제가 된 아이들의 부모들을 학교로 호출했고 7~8명의 부모가 참석했습니다. 아이에게 들은 것과 달리 학교에서는 몇몇 아이들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확인하지 않은 확신은 위험합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부모들과 교사의 대화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들 간 합의 권고로 무책임하게, 간단히 끝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1호의 억울함은 벗어날 수 있었지만, 충격적인 것은 수업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피해 학생의 아빠가 자신의 아이가 지목하는 아이들의 뺨을 하나씩 사정없이 후려치는 풍경을 봐야 했습니다. 선생님도 멀거니 그 광경을 바라만 봅니다. 학교는 중재도, 판단도, 심지어 사실 확인조자 하지 않는 무책임한 곳임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뭘 알까요? 하지만 압니다. 차별이 뭔지는 느낍니다. 2호의 학교 참관수업이 있던 날, 미술 시간에 만든 것을 엄마들이 지켜보는 동안 선생님이 하나씩 품평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다소 형식적으로 보이던 품평 중 갑자기, 아무리 봐도 잘 만들지 못한 아이의 작품을 선생님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합니다. 그때 품평을 기다리던 아이들 속에서 '선생님은 왜 oo만 잘했다고 해요? **가 훨씬 잘 만들었는데요?' 2호의 목소리는 낭랑했고 또박또박했습니다. 참관하던 부모들은 수군대기 시작합니다. 저는 속으로 '잘했다!' 했습니다. 실제로 참관온 부모들도 노골적으로 차별이 심한(당시엔 나름의 촌지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던 때였고 엄마들이 열심히 학교를 다녀가던 시절입니다.) 선생님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터라 아이의 맹랑한 한마디는 부모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선생님을 화나게 합니다.
교사들의 수준도 학교의 기능도 참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좀 까다로운 질문에는 늘 같은 답으로,
지금은 몰라도 돼, 나중에 크면 알 게 될 거야,...라는 식의 답변만 돌아오니, 궁금한데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알면 안 되는 건가? 어차피 나중에 알 거면?... 혹시 선생님도 모르나? 라는 생산적이지 못한 의구심만 키우는 결과를 낳습니다. 학생이 태어나기도 전에 쓴 논문으로 그 학생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수업하는 교수가 비일비재한 공부(연구) 하지 않는 학교는 그냥 교수(교사)들의 안전한 돈벌이인 직업일 뿐입니다. 학교에 뭘 많이 기대하진 않지만 자주 학교의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여전히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점점 호기심을 잃어가고 창의성을 막아버리는 곳이 학교라면 의무교육이라도 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들이 많아지고 세상을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점점 학교 교육의 수준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교사 생활은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극성인 부모들이 이제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까지 갖추자 학교는 더 불안정한 곳이 되었습니다. 뉴스에 들려오는 소식이 극히 일부이길 바랄 뿐입니다. 본 대로 배운 대로... 아이들은 대부분의 행동이나 말을 자신이 본 대로 배웁니다. 엄마던 아빠던 결국 아이는 부모의 품성을 그대로 고스란히 담아 성장합니다. 사회에 독립해서 살아야 하는 인격체가 처음 배우는 부모의 모든 것, 그것이 그들 삶의 기반이 됩니다. 그래서 잘 가르치고 잘 배워야 합니다. 적어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함께 살아가는 방법, 규칙 정도는 제대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 기본 시작의 또 다른 장소인 학교에서 배우는 관계들도 건강한 시야와 판단을 길러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타고난 개인의 기질과 주변의 조화는 왜 늘 어려운지, 여전히 고민하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