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등교일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런 말들일 것이다. 내가 2학년이래도 할 맛 안 나겠다. 2학년이 어떤 학년인가. 어리바리했던 1학년 때와 비교하면 몸도 마음도, 생각도 훌-쩍 자라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는 때다. 할 수 없을 것 같은 것도 시도해 볼만한 배짱도 생길 때다. 말 그대로 스펀지 같은 시기이다.
움직임 욕구가 엄청난 시기의 아이들에게 움직이지 말라, 조용히 해라, 친구랑 가까이하면 안 된다, 와 같은 말은 고문에 가깝다. 그렇지만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또 어쩔 수 없이 아침부터 저 말들을 해야 한다.
우리 어릴 때처럼 하교 후 동네 친구들끼리 모두 모여 함께 놀지도 못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학교에서가 아니라면 또래 친구들이 함께 놀이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코로나 시대, 주 3일 등교해도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라고는 앉아서 조용히 듣는 수업이라니, 얼마나 재미없을까.
아이들에게도 숨구멍이 필요하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하는 놀이 활동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주간 학습에 넣은 '낙하산 놀이'. 주간 학습 안내장(일주일 간의 수업 계획 안내장)을 받은 직후부터 아이들의 관심은 온통 낙하산 놀이가 들어간 요일에 쏠렸다. 이거 진짜 학교에서 하는 거냐고 묻는 아이들의 표정에 기대와 간절함이 어려있다. 그럼, 하고 대답하니 환호성이 터진다. 놀이가 고픈 아이들이라니, 측은하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낙하산 놀이 날.
탱탱볼을 들고 들어오는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마스크 너머로 아이들의 입이 귀에 걸리는 표정이 보이는 것 같다. 오늘 할 놀이는 다섯 명의 팀원이 모두 낙하산 가운데에 놓인 공을 튕기며 반환점을 먼저 돌아오면 이기는 활동이다.
낙하산 놀이
간단한 준비 운동 후, 5인 6팀으로 나뉜 아이들은 여러 개의 손잡이가 달린 낙하산 위에 탱탱볼을 올려놓고 함께 튕겨보기 연습에 들어갔다. 쉽지 않아 보인다. 튕길 때마다 공은 튀어 나가고 다섯 명의 친구들이 같은 힘의 세기로 낙하산을 쥐고 있지도 않아서 기울기가 생기면 공은 여지없이 굴러 떨어지고 만다. 속절없이 굴러 떨어지고 튕겨나가는 탱탱볼에 아이들은 속이 탄다. 야아~! 낙하산을 잘 안 잡고 촐싹대는 남자 친구에게 보내는 여자 친구들의 눈빛이 매섭게 변한다.
몇 분 연습 후, 3팀씩 놀이를 시작했다.
출발 신호와 함께 몸이 앞서는 아이들은 탱탱볼처럼 튕겨 나가지만 몸의 움직임이 커질수록 공이 떨어지는 확률이 놓아진다는 사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다. 공을 떨어뜨리면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규칙에 아이들은 반환점까지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번호순으로 5명씩 나눴는데 공교롭게도 한 팀에 운동을 잘하는 남자아이 셋이 포진하게 되었다. 축구하는 아이, 보드를 배우고 있다는 아이, 수영하는 아이. 모두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평소에 그렇게 단속해도 움직임에 표가 나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 셋이 모였으니 굉장한 운동 신경과 엄청난 스피드로 놀이를 성공적으로 해냈을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저마다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힘 조절에 실패하여 그 팀의 공은 사방팔방으로 튀었고, 수차례 출발선으로 돌아와 몇 걸음 나아가지도 못했다.
"저 팀은 우리랑 공이 다르잖아요!"
민준이(가명)가 공 탓을 한다. 옆 팀의 공이 바람 빠진 탱탱볼이라 다루기 더 수월하다고 억울해한다. 그 팀의 문제는 다른 데 있었지만, 경기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면 수정해줘야 맞다. 공을 바꿔줘 본다. 민준이는 바꾼 공으로 기세 등등해 다시 시도해 보지만 바람 빠진 공도 힘의 균형이 무너져 들쑥날쑥한 모양의 낙하산에서는 얌전히 견뎌주지 못한다. 공만 바뀌면 당장 반환점을 쏜살같이 돌아올 것 같던 민준이도 더 우기지 못하고 화를 누그러뜨린다.
놀이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 놀이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낙하산 놀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다른 아이들 경기할 때 보고 있지 말고 연습을 더 많이 했어야 해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야 해요."
"같이 협동해야 해요."
아이들은 정작 놀이 시간에 몸을 움직일 때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얘기한다. 깨달음은 항상 늦게 오는 법이니까.
놀이를 해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물음에는,
"경기에서 져서 아쉬웠지만 재밌었어요."
"이기려고 욕심내지 않고 그냥 했는데 이겨서 신났어요."
한다. 아이들의 말 사이에 민준이 팀의 남자아이 하나가 손을 든다.
"속상했어요..."
평소에는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큰 아이인데 목소리가 잦아들더니 끔뻑, 이는 눈을 손으로 가린다. 용케 울음을 꾹 참는다.
"뭐가 속상했어?"
"이기고 싶었는데 자꾸 잘 안 돼서요."
"왜 잘 안됐을까?"
"서로서로 힘을 잘 모으지 못한 것 같아요."
아쉬운 마음속에서도 배움을 찾는 아이들. 누가 2학년을 철딱서니 없는 어린아이라고만 보는가.
모처럼 공과 낙하산을 이용해 온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하면서도 아이들은 생각보다 지켜야 할 수칙을 잘 따라 주었다. 내 몸 같지 않은 친구들의 몸의 움직임이 안타깝기도 하고, 함께 움직일 때 조화를 이루기에는 아직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만큼 즐겁고 배웠으면 그만인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