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가는데 마음도 간다
공직생활이 힘든 건 일보다 사람이 힘들어서인 경우가 훨씬 많다.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인맥과 사내정치도 한몫을 한다. 사내정치라고 해서 특정 인맥의 라인을 타라거나 상사의 비위를 맞추라거나 의도적으로 다른 직원을 험담하라는 말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항상 사내정치가 존재해 왔다. 대한민국 어느 조직에든 사내정치가 없는 곳이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공직 생태계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당신은 본래 사내정치를 좋아하지도 능숙하지도 않다. 하지만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독불장군으로 살겠다면, 승진 포기하고 지금 수준에 만족하며 살면 된다.
그런데 동료 직원들에게 미움 사지 않고 관계의 질을 현격히 높일 수 있다면?
약간의 관심과 투자로 가성비 최고의 사내정치 잘하는 방법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볼 의향이 있는지?
혹시 사무실에 출근해서 동료 직원과 하루종일 말 한마디 대화 없이 심지어 눈인사도 없이 퇴근하지 않았는지? 좀 찔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같이 근무만 한다고 저절로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관계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뭔가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각자는 서로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저 직장 동료일 뿐이고 각자 하는 일 외에 서로 잘 알지 못하는... 그저 그런 사이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사발령이 나서 헤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인맥을 멀리서 찾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 지금 가까이 있는 동료와 서로 반응하고 행동하면 된다. 의식적으로 말하고, 행동을 통해 직원과 관계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확고한 친밀감과 유대감이 만들어지게 된다.
혹시 사석이든 술자리든 회의에서든 당신이 주로 말을 많이 하고, 분위기를 끌어가는 성격인지? 인간은 대개 음식을 먹거나 성과상여금을 받거나 사랑을 나눌 때 즐거움과 쾌락을 느낀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쾌락은 자신이 하는 말을 상대방이 진지하게 들어주고 반응을 보일 때이다. 연예인, 강사, 가수가 무대에서 보이는 반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자기 말만 열심히 떠드는 습관이 있다면, 앞으로는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의견을 나누고 근황이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때 주로 질문을 하는 입장을 취하라는 뜻이다. 물론 상대방의 답변에 아부나 과한 칭찬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냥 듣고 느낀 솔직한 심정 정도의 반응을 보이면 된다. 아주 짧은 시간, 짧은 대화를 나누더라도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만들어줘라. 그 사람은 더 신이 나고, 깊은 유대감이 쌓이는 것은 분명하다.
혹시 돌아오는 출장길에 사무실 직원들을 위해 꽈배기나 순대 같은 간식을 사들고 가 본 적이 있는지? 굳이 출장길이 아니더라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동료 직원과 나누어 먹는 것이다. 속이 출출한 시간대라면 더욱 좋다. 어떤 대가나 조건 없이 그냥 베푸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이런 깜짝 이벤트가 일 년에 몇 번이나 있었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당신도 이미 알고 있다. 이 정도는 큰돈 드는 일이 아니다. 관심과 성의의 문제이다.
동료나 직원에게 차 한 잔, 밥 한 끼 사는 것에 인색하지 마라. 그렇다고 매번 자신만 살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먼저 계산하는 것과 빚진 마음으로 헤어지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차 한잔, 밥 한 끼 얻어먹은 직원은 당신의 후의의 마음을 담고 생활할 테니까. 필자는 현직에 있을 때 동료 직원과 식사한 후 먼저 밥값 계산하려고 카운터로 가면서... ‘난 밥 사는 게 취미야~’ 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던 기억이 난다.
한 사무실의 동료들과 단순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것에 위안 삼지 마라. 직원들과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인사하고, 말을 섞고, 가끔 맛있는 간식도 쏘는... 의식적인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동료 직원과 관계의 질을 높이길 권한다.
현실에 부합하는 행동. 이 정도면 어떨까? 자존심은 아침 출근 전에 책상 서랍에 잘 모셔놓고 나오지 않는가. 이 정도의 사내정치 라면 정말 쉽지 않은가? 사내정치! 공직생활의 성공 가도를 보장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동료를 내 편으로 만드는 즐거운 직장생활은 확실하게 보장해 줄 거라고 믿는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하면 하루 종일 내 일 하기도 바쁜데... 그런데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비록 그렇더라도 아주 약간의 시간과 관심을 투자하면 그것에 걸맞은 소중한 결실은 꼭~ 거둘 수 있다.
이게 세상 이치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 교수가 하신 말씀이 있다.
승진을 원하는 사람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사내정치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경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