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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장 꼭 챙겨야 하는 진짜 이유

표창장 하나가 당신의 생사여탈을 좌우 한다면?

by 경수생각


공직에서 근무하다 보면 가끔 표창받을 기회가 온다. 그런데 승진 가점도 없는 표창을 꼭 받을 필요가 있을까? 있다! 그 표창을 꼭 챙겨두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필자가 현직에서 상훈 업무를 담당할 때 아주 우연히 표창이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힘을 알게 되었다. 재직 중에 받은 표창장이 수렁에 빠진 당신을 구해 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필자가 공직생활을 하던 20여 년 전? 한참 전에는 표창이 승진 가점에 반영되던 시절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승진과 직결되는 서열명부의 순위는 경평과 근평보다 추가되는 가점이 뜻밖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표창은 훈격에 따라 가점에 차등이 있었다. 구청장 표창은 0.05점, 서울시장 표창(장관 표창과 동급)은 0.1점 그리고 국무총리 표창, 대통령 표창은 더 많은 가점이 있다.


그러니 당시에는 표창을 받아 가점을 쌓으려는 욕심은 공무원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 하고 예외가 없었다. ‘표창은 고참 순으로, 특히 승진을 앞둔 고참 순으로~’ 이것이 당시 공직 생태계의 암묵적인 룰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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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그만큼 표창을 서로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공공연하게 부조리도 심했다. 당시 구청장 표창을 받으려면 3만원, 시장 표창은 5만원을 상훈 담당자에게 찔러줘야 했다. 20년여 전 일이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필자가 승진 앞둔 선배 공무원의 봉투 심부름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물론 그런 부조리가 없어진 지 오래이다.


표창은 부상이나 승진 가점 여부를 떠나 수상을 통한 직원의 사기진작과 영예가 크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래도 승진에 도움이 안 되고, 표창을 받으면 팀이나 부서 동료에게 수상 턱을 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그런지 표창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표창이 갖고 있는 숨은 위력을 모르니 그럴 만도 하다.


표창에 단가가 있던 시절 에피소드

필자가 상훈 업무를 담당하던 2000년 전후는 표창의 승진 가점제도가 이미 폐지된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납의 폐습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공적심사위원회 개최를 위해 결재를 올릴 때는... 늘 결재판 안쪽에 상납금을 봉투에 넣어 함께 결재를 올리던 시절이다. 결재판을 놓고 물러난 후에 다시 결재판을 가지러 가면, 봉투는 그이가 챙기고 담당자는 심의자료만 가지고 되돌아오는 시스템이다.


그때 필자는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 상납하지 않았다. 물론 받은 돈이 없으니 상납할 돈도 없었다. 처음 한 두 번은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가’ 싶었던지 필자에게 별 내색을 보이지 않던 그이는... 계속 봉투없이 결재를 올리자 결국 결재판을 패대기치면서 엉뚱한 이유를 대며 필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이 앞에 우두커니 서서 모멸감과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필자는 한순간에 몰상식한 인간으로 찍혔으니까 말이다. 부패의 관행을 끊기 위해~ 쪽은 쪽대로 다 팔리고 필자로서는 좀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필자의 책상으로 돌아오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옳다.’


공무원이 맡은 업무와 관련된 법령과 지침서에 따라 일을 한다. 필자도 상훈 담당을 할 때 상훈법, 표창 관련 조례에 근거해서 일 처리를 했다. 그때 우연히 표창과 관련된 판례집을 들여다보다... 표창장이 엄청난 괴력을 품고 있는 사실 발견했다. 표창장이 있으면 재판이나 징계위원회에서 당사자에게 기대 이상의 감경 사유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퇴직한 공무원이 00사건에 연루되어 검사로부터 3년 징역을 구형 받았으나, 재판에서 피고의 자기 방어권 차원에서 친절유공 표창을 포함해 현직에서 받은 표창들을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그것이 반영되어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 사례
현직에 근무하던 공무원도 비슷한 사례로 재판에서 검사로부터 징역 2년 형을 구형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례를 접하면서 표창이 단지 승진 가점만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집어 볼 부분이 있다. 공증이라는 제도이다. 공증은 국가나 공공단체가 직권으로 어떤 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등기, 여권, 각종 증명서 발급이 있다. 증명서 중 대표적인 것이 인감증명서와 표창장인데~ 표창장도 국가나 공공단체가 직권으로 어떤 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판사가 범죄 사실과 함께 피고인의 과거의 선한 행실을 입증하는 표창장의 진의를 인정해 줬다는 사실이다.


누구든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건 사고에 휘말릴 수 있다. 복잡다단한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효과를 볼 수 있는 표창에는 선행&친절 봉사와 직무유공 표창이 대표적이다. 혹시 모를 불의의 사건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표창 받을 기회가 오면 굳이 사양하지 말고 꼭 챙기길 권한다.

선행&친절 봉사 표창이면 더욱 좋겠지만,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말이다. 화재에 대비해서 집에 가정용 소화기를 챙겨 놓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주겠다는 표창은 꼭 받아 챙겨라!
당신의 생사여탈이 표창장 한 장에 좌우될 수 있다.

경수생각









https://youtu.be/tEWhqxpf8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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