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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무관을 꼭 달아야 하는 이유

5급 승진의 가치&의미

by 경수생각
5급 사무관! 참 오랜 세월 동안 숱한 격무와 남은 모를 고충을 견뎌내고 드디어 관리자의 반열에 올라선 직급이다. 그런데 승진의 기쁨도 잠시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9급 임용장 받은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 참 빠르구나.’, ‘야~ 내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9급에서 시작한 대부분 공무원이 5급 사무관에서 공직생활의 황혼을 맞기 때문이다. 필자도 여기까지 올라가는데 25년의 세월을 보냈다.

자치단체의 9급에서 5급까지 승진 소요기간이 최소 17년 6개월(‘19년 세종)에서 최대 28년 3개월(’19년 전남)이고 전국 평균은 25년 4개월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9급에서 시작한 공무원이라면 거의 반평생을 쏟아부어야 가능한 기간이다. 그렇다면 반평생 공직에 몸담으며 일궈낸 5급 사무관, 이 사무관 승진이 허탈하고 무의미한 것일까? 아니면 나름 의미 있는 결실일까?


9급 공무원의 꽃, 9급 공무원의 꿈인 5급 사무관! 사무관이 아니면 절대 그 느낌을 없는 알 수 없는 사무관의 의미와 가치는 어떨까? 사무관도 국가직이냐 지방직이냐 지방직도 광역과 기초에 따라 그 역할에 차이가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시청과 구청의 사무관 즉 과장 중심으로 들여다보자.


사무관의 권한과 책임

5급 사무관이 되면 소관부서의 장으로 결재권과 부서 인사권이 주어진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대한 결정권도 함께 있다. 그간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부서를 이끌어 가는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과장이나 읍·면·동장이라는 직함의 변화로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바뀐다. 배우자도 으쓱하고, 자녀들도 부모 직업을 얘기할 때 별로 꿀리지 않는다. 물론 시장이나 구청장의 정책 추진의 의사결정에도 직접 참여하게 된다.


말단 공무원이 힘들다고 하지만...

물론 공무원보다 더 많이 벌고,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직업은 수없이 많다. 일부 직원은 민원 때문에, 격무 때문에, 선배의 꼰대질 때문에... 여러 이유를 들어 애써 들어온 공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안타깝다. 하지만 개인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회사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것이 공무원의 업무 강도보다 덜하다고 쉽게 말하기는 곤란하다.


공무원은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매년 오르는 봉급, 주기별로 찾아오는 인사 인동과 승진, 미리 계산이 가능한 연금. ‘공무원이 되면 자신의 미래가 훤히 보이고 너무 뻔해서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건 말이 아니고 단어의 조합일 뿐이다.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20~3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설계하고,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는 큰 장점이 된다. 나름 안정된 직장에서 말이다.


재산증식이나 여가, 문화생활도 계획성 있게 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같은 자기 계발도 충분히 가능하다. 필자는 온전히 재직 중에 대학과 대학원을 마쳤고, 20년 동안 휴가를 활용해서 전 세계 지구상 곳곳의 사막과 오지를 넘나들었다. 레이스 거리로 치면 6,400km는 족히 넘는다. 공무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25년 만에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사막에서 얻은 삶의 지혜

사막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필자가 하는 스포츠는 작열하는 사막과 오지에서 6박 7일 동안, 자신의 식량과 장비를 짊어지고 260km의 거리를 달리는 극한의 경기이다. 15kg가 넘는 배낭의 하중과 모래폭풍 속에서 선수들의 몸은 레이스 첫날부터 만신창이가 된다. 이때 선수들은 현실의 유혹에 쉽게 무너진다. 부상을 핑계로 경기를 포기하거나 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식량을 모래 속에 버리는 것이다.


저녁에 캠프에 도착하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식량을 버린 선수는 밥을 굶어야 하고, 그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캠프에 들어온 선수는 견딘 배낭의 하중에 걸맞게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사막에서 얻은 가혹한 체험이나 우리의 일상, 공직생활도 매한가지라는 것을 필자는 공직생활 내내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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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급 사무관이 되면

부서장이 하는 일을 얼핏 보면 대충 결재나 하고, 회의 주재하는 정도로 보일 수 있는데 실상은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회심이 숨 쉬고 있다. 자신이 입안한 정책이 구민과 시민들에게 반영되는 뿌듯함. 공직자로서 자부심과 자긍심 또한 이전 직급 때와는 남다르다.

바쁘다고 하지만 사실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 시간 관리를 자신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국가직 5급 사무관은 더 바쁜 만큼 자존감도 훨씬 높다. 물론 부서의 회식이나 술자리의 룰도 자신이 정할 수 있다.

5급 사무관! 사무관이 된 동료나 선배의 속내를 들어보면... 대부분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물론 9급에서 5급 사무관이 되는 기나긴 여정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인내가 필요하다. 사막 레이스에서 배낭의 무게를 견디는 것처럼 말이다. 또 약간의 열정도 필요하다. 많이는 필요 없다. 열정이 있기만 하면 된다. 미래 예측이 가능하니 중년 이후의 삶을 차곡차곡 준비하면서 약간의 열정과 배낭의 무게를 조금 견디면서 5급 사무관이 되면... 그것에 걸맞는 풍성한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5급 사무관의 직업 만족도가 높은 대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필자의 말에 공감 여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경수생각







https://youtu.be/5bfkzcsab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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