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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승 Mar 30. 2023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

나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힘을 꼽고 싶다. 이를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에서는 인지 혁명을 통해 인간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지 혁명을 통해 ‘산골짜기 너머 사자가 있으니 조심해.’라는 말 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사자와 산골짜기 위치를 상상하고 실존한다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상호주관적 개념인 국가, 종교, 가치에 대해서도 공통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의 차원은 부득이하게 확장되어 버렸다. 경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게 되어버렸다. 살아남기 위해서 적응했을 뿐인데 우리는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이 능력을 선물 받은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은 미래를 볼 수 있지만 미래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공포를 지닌 결함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고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위태롭다.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논리적으로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태생적 한계인 불확실성을 극복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불확실성을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들은 세상에서 가치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불확실성을 줄이는 행동으로는 좋은 학벌을 가지는 것이 있다. 좋은 대학에 나오면 생존과 번식을 하는데 유리하게 집단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을 사회 구성원은 그릴 수 있다. 즉,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예전보다는 가치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겪는 죽음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시도를 한다.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을 수도 있고, 윤회한다고 믿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근원적 공포로부터 불확실성을 해소하려고 노력한다.




이렇듯 불확실성을 제거해 준다는 것은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다. 삶은 원래 무질서하다. 그렇기에 질서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 견고하게 쌓아 올린 질서는 기존의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되어버린다. 지나고 나서는 그 어긋남도 질서로 재정의 할 수 있어 보이지만,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태도라기보다는 지난 것을 돌이켜 보는 학자의 태도에 적합하다.


그렇기에 인간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세상의 불확실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는 발라간(Balagan)의 태도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 된다. 발라간이란 미리 정해진 질서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질서가 혼란스럽다는 보편적인 생각과는 달리, 이스라엘의 발라간 정신은 주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발라간을 통해 세계는 처음부터 규칙과 질서가 존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규칙을 먼저 주입받는 것이 아닌 혼란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할 것을 장려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질서란 나 보다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일 뿐이라는 것을 체화한다. 내가 이것을 수용할지 안 할지는 직접 생각하거나 경험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자유 감각과 모호함을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정해진 질서를 따라가는 것보다, 모호함에서 오는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기를 수 있다.




조직의 차원에서도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본능을 극복하는 공동체의 특징을 미국의 조직이론가 칼 와익(Karl Weick)은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후츠파 - 인발 아리엘리 pp 238~239)

상황이 변화하면 언제든 계획을 포기할 수 있다.

조직이 소유한 자원과 자본을 잘 파악하고 있다.

명확한 청사진과 진단 없이도 원활히 운영된다.

구성원의 합의 아래 조직의 기본적 뼈대를 구상한 후 살을 붙인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데 거부감이 없다.

먼저 스케치를 하고 그 위에 다채로운 테마, 장식, 주제를 더한다.

새로운 상황을 과거 경험과 연관 지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해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다.

비슷하게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동료가 있다.

서로의 성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를 바탕으로 상호작용을 이어가는 데 익숙하다.

다른 사람의 즉흥적인 행동에 맞춰 줄 수 있다.

과거나 미래에 흔들리지 않고 현재에 집중한다.

조직구조보다 효율적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나 역시도 질서가 확립된 조직보다는, 질서가 지금 존재하지 않더라도 하나씩 쌓아나가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조직에 속하기를 원한다. 당신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함께해 보자.




오늘 하루도 이 안전한 국가에서 따듯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당연하지 않은 질서에 감사함과 동시에 불확실성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기도하며 하루를 마친다.




Reference.

후츠파 - 인발 아리엘리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인간의 진짜 욕망은 여기서 시작된다. - 날리지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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