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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승 Apr 07. 2023

내가 이 얘기를 하기까지 걸린 시간: 22년

리더가 된다는 공포, 그리고 그때 그 경험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


예전에 같이 일하던 곳의 팀 리드가 추천해 준 책이었다. 보통 좋아하는 사람이 해보라는 것은 최대한 시도하려 해 본다. 특히 이 책 전에 읽은 책이 <스탠퍼드식 리더십 수업>이라 과연 하버드 출신의 저커버그의 하버드식 리더십일까라고 생각하며 읽었다가 완전 예상을 빗나가게 되었다.


Meta(전 Facebook)의 조직문화를 7가지로 소개한다.   

Bottom-up Culture

Feedback Culture

Flat Culture

Manage up

Parallel Track

Strength-based Culture

Impact Driven Culture


예상할 만한 조직문화도 있고 처음 들어본 것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회사의 정체성이 그대로 조직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Meta라는 유기체의 고유한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Meta의 제품 철학이 그대로 조직문화에 들어 있었다. 이만큼 프로덕 문화가 조직에 잘 녹아들어 있을 수 있는것이 대단했다.


Meta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매력적인 조직이었다. 실리콘벨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하는 Netflix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문서를 읽었을 때는 그다지 Netflix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이 책을 읽고서는 나는 Meta의 조직문화를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그것은 조직 자체가 주는 유기적인 안정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정감은 동료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가 서로를 리딩하는 것에 있었다.




왜 리딩하는 것은 쉽지 않을까? 왜 좋은 리더는 많지 않을까?


리딩하지 못하는 이유는 거절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거절당하는 것을 무서워한다. 비단 남녀노소를 떠나서 누구나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못한다는 감각을 고통스러워한다. 이것은 우리 인류 초기 시절부터 내려왔다. 원시사회에서 집단 구성원에게 미움받는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다. 거절의 두려움이 우리의 DNA에 있는 것이다.


리더의 무게 역시 마찬가지다. 리더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죽음이다. 일인자에서 떨어지는 즉시 사회적 사망선고와도 같다. 왕관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면 죽는다. 왕권이 바뀌게 되면 기존 왕은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서 지워지는 것이 역사다.




어릴 적부터 내가 리딩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던 이유는 돌이켜보면 상처 때문이었다. 중학교 1학년 시절 반장이었던 나는 자습시간에 반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같은 반 동급생에게 침을 맞았었다, 그것도 얼굴에. 내가 생각해 봐도 내가 말을 짜증 나게 하긴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침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맞는 순간 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굉장히 차분해졌다. 모든 감정을 차단하고 이성만이 동작했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동물적으로 굴복당한 느낌이었지만 이건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내가 리더의 자리를 피하기 시작한 것이 이 시절 이후였던 것 같다. 이후로도 고등학교 때도 반장도 하고 임원도 하긴 했었지만 내가 원해서 했다기보다, 부모님의 등쌀에 밀려서 했던 것에 가깝다. 그래서 한 번은 해도 나머지는 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리고 나의 이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것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회피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쓰는 것 자체가 참으로 힘들었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공개된 곳에서 할 수 있을 만큼, 어릴 적 나를 애도한다. 살기 위해 방어기제를 동작시켜 감정을 차단해 버린 중학교 1학년의 어린 아이가 있다. 아직도 내 마음속에 그 아이가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충분히 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있으니 괜찮다.


어린 시절 몇 번의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경험을 통해, 내 감정을 끊어버리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리고 삶의 생존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축복이다. 나는 그만큼 불확실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상처는 이제 훈장이 되었다.




이런 사건을 겪은 덕에 알게 되었다. 내가 왜 그렇게 감정을 갈구했는지, 그리고 감정을 느끼기 힘들어했는지. 힘들면 몸이 먼저 반응했는지. 차단한 만큼 나는 더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주는 따스하고 안전한 감각을 말이다.


이제는 어릴 때 차라리 이런 사건들을 겪은 것이 나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걸 소화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렸다. 이제는 내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지, 소중한 감각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절의 흉터가 있는 내가 거절당하려 한다. 내 주변 사람이 당해야 할 거절의 리스크를 내가 끌어안으려고 한다. 먼저 이야기하고 먼저 다가간다. 내가 상처받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내 상처니까 괜찮다. 네 상처인 것이 나는 더 아프다. 나는 이 상처를 어떻게 가지고 살아갈지 잘 안다. 그러니 네가 당해야 할 상처를 내가 대신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결핍되어 있던 이 따스한 감각을 나눠주고 싶다. 안전하다는 이 느낌은 소중하다. 그리고 안전한 상태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함께 달성하면서도 구성원의 개별성을 융합하고 싶다. 안전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개인이 함께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리더십의 근간이다.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여라, 나는 나머지 모든 것을 하겠다.


삼국지의 조조는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버릴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세상이 나를 버릴지언정 나는 세상을 버리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다. 그게 내가 나의 세상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충분히 마련해 주는 것. 이것이 내가 가고자 하는 리더십의 방향이다. 그리고 이를 잘 시스템으로 만든 곳이 Meta인 것 같다. 점점 더 작은 조직을 찾아가고 작은 곳일수록 내 역량이 더 빛을 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Meta는 크지만 작게 운용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했다. 참으로 유기적이다. 몇 년 정도는 Meta에서 일하고 조직문화를 체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Reference.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 크리스 채>

사진: Unsplash의 Priscilla Du Pre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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