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탄생

세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by 이글라라

"으아아아앙"

"아이고 났져났져."

내가 엄마의 자궁 안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내가 태어나던 날, 세상에 나와 내가 처음으로 들은 소리는 엄마의 한숨이었다.

"아이구 똘이여"

나의 탄생은 환영받지 못했다. 아기를 받아낸 옆집 삼촌의 말을 듣고 엄마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이를 품에 안고서도 엄마는 기뻐할 수 없다. 엄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슴이 미어진다. 예쁜 아가!! 가슴에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지만 엄마는 아기의 얼굴을 외면한다. 따뜻이 아기를 응시하지 못한다. 허공을 헤매던 엄마의 시선은 천정에 머물러 있다. 방 밖에서 시어머니는 괸당들과 수군거린다.

"이번엔 아들일 줄 알아신디. 쯔쯔쯔."

"어떵헐거니. 아들호나 더 나사큰 게 이."

내가 태어나던 날. 나를 맞이한 것은 엄마의 한숨과 친척들의 동정, 연민의 소리였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엄마도 나를 기쁘게 품에 안지 못했다. 나에게 미소 짓지 않았다. 환호하며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엄마는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두 딸을 낳고 나서야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을 큰 집으로 양자 보내고 엄마는 마치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어미처럼 꺼이꺼이 통곡하며 울었다. 이제 당신 아들을 낳아야 했다. 마음속으로만 "내 찍시도 이서사쥬" 생각하며 아들 하나 더 낳기 위한 임신과 출산의 고군분투가 계속되었다. 한 번의 유산과 또 하나의 딸. 그러고 나서 나를 임신하였을 때 엄마는 속으로 환호했다. 어른들이 그랬다.

"뒤태를 보니 이번에는 아들인 게."

"이제 고생 끝났져. 이번에만 나믄 그만나도 되크라"

엄마는 나이 마흔에 나를 임신하고 동네 어른들 말을 들으며 기뻤다. 기쁘면서도 그 마음은 속으로 감추었다. 지꺼진 마음을 들킬까봐 크게 웃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다. 크게 기뻐하지 않고 그저 살포시 미소 짓는, 맘껏 통곡하지 못하고 꺼이꺼이 속으로 울음을 참아내는. 열다섯 꽃다운 소녀 적에 4.3 사태에서 부모님과 큰 오빠를 잃고 소녀가장으로 동생과 조카들을 키우고 가정 살림하며 꿋꿋이 살아온 엄마였다. 시어머니와 큰형님 시집살이에 말없이 묵묵히 일만 했던 엄마다. 엄마의 인정 욕구는 아들을 낳아 '내 찍시' 아들을 낳아야만 했다. 아들이 있어야만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태어나던 날, 내가 만난 엄마는 아들을 애타게 목놓아 기다리던 여인이었다. 나의 탄생은 세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괸당: 제주에서 '친척'을 일컫는 말.

*어떵헐거니. 아들호나 더 나사큰게 이: 어떡하냐, 아들 하나 더 낳아야겠구나.

*내 찍시: '내 것', '내 몫', '내 차지'라는 의미의 제주 사투리

*지꺼진: '기쁜, 흐뭇한' 의미의 제주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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