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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Nov 12. 2022

逆順(역순)

역사의 선택

* 역순(逆順) : 거꾸로 나아가는 순서
                                      - Daum 한국어 사전


우리가 역사(歷史)라고 부르는 모든 일은, 이미 발생되어 과거 속에 촘촘하게 박혀있고, 그것들에 이어 만들어진 수많은 결과는, 또 각각의 결과를 낳고, 시간은 그 모두를 마구 뒤섞어 거미줄처럼 엮어놓는다.


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고, 그래서 그다지 큰 의미도 없지만—이런저런 연유로 하여,


‘치열했던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글 ‘旣視感(기시감)' 참조)에서,

만약에 박근혜가 아닌 문재인이 당선되었다면, 이후의 우리 역사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는,

참 많이 가정해보고는 했다.


그랬다면 아마도, 그러나 거의 틀림없이, 다음 대선이었던 2017년 12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그가 오랜 기간 보수 쪽에서 가졌던 탄탄한 입지, 인기, 지지율을 감안한다면—박근혜가 당선되었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태블릿도, 촛불도, 탄핵도 없었을 것이다.

제19대 대통령 박근혜가 아직 현직 대통령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올 연말 2022년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을 것이고, 대선 레이스에서 각 정당들이 자신들의 대통령 후보를 앞세워, 지금쯤 온 나라가 선거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을 테지만, 대통령 후보 중에 윤(尹)씨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이점이 가장 유감이다. 현재에 대해.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 (*이미지 출처 : 나무 위키)

박근혜가 자력으로 훌륭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듣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심하게 부풀려져 있던 거품이 어떤 식으로든 조금 가라앉는다 해도, (특별한 일 없이는) 어지간해선 탄핵을 운운할 정도까지 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 퇴임이 임박한 대통령들의 평균적인 (대체로 낮은) 지지율 정도를 유지하며, 실패했다 단정 지을 수는 없는 평범(?)한 대통령이었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적어도 그가 가졌던 모든 신화까지 깨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쯤엔 조용히 퇴임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의 선택

그러나 역사는 제18대 대선에서 문재인에게 가까스로 승리를 안겨주는 대신, 굳이 역순(逆順)을 택하였다.

그리고는 같은 무대에 '손석희의 JTBC'를 함께 등장시켰다.


믿음이 너무나 강하여, 눈이 먼 이들에게, 거품 뒤에 가려진 실체를 확인시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歷史)가 마치 의도를 가진 듯,

‘문재인→박근혜’가 아닌, ‘박근혜→문재인’을 먼저 선택함으로써, 그는 실체가 드러났다. 


그를 감싸고 있던 거품과 과대포장이 완전히 걷혔고, 아버지의 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탄탄하게만 보였던 신화는 무너졌고, 그때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는 시작되었다.

역순(逆順)이 그의 참모습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것이다—물론 아직도 숭배하는 이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여러 겹의 가면과 거품 뒤에 감춰졌던, 대통령으로서 박근혜의 가장 큰 문제는, 상상 이상으로 무지(無知), 무능(無能)했고, 다른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데 있었다. 한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에 결코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다.


길지 않은 선거기간에 유권자를 속일 순 있어도, 긴 시간 국민들을 계속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그를 찍지 않았던 이들은,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질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고, 그것은 결국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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