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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나우 Jan 08. 2023

아바타: 물의 길

아이랑 함께 극장 데이트


아바타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 아바타 2, 물의 길을 선재와 함께 봤다. 전작 이후 13년 만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하는데 지금 선재가 10살이니까 결혼하기 전에 정희와 극장에서 3시간 가까운 영화를 보고 중간에 결혼과 출산도 하고 13년 후에 큰 아이랑 28분 늘어난 3시간 10분짜리 영화를 본 거다. 

히야!! 


아바타: 물의 길


방학을 하자마자 함께 스타필드에 가고 싶었는데 둘 다 '극장 팝콘'을 먹고 싶다는 이유로 스타필드가 아닌 극장으로 고고! 영화 티켓보다 팝콘을 먼저 와삭와삭 먹으면서 영화를 골랐다. 3시간 넘는 시간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단연 눈에 먼저 들어오는 영화도 아바타, 보고 싶은 영화도 아바타, 우리 둘의 마음은 "아바타"로 통했다.


영웅, 슬램덩크, 장화 신은 고양이를 아이랑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바타를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이야.


극장 팝콘 뿌수기! 오리지널 팝콘과 캐러멜 팝콘을 반반으로 사서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이미 영화 보기 전에 반 이상 먹어버린 우리는 들어가기 전에 한 통을 더 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두근두근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 감상문이 아님/ 영화관에서 아이랑 함께 영화를 본 감상문은 될 수 있겠다-ㅎㅎㅎ


3시간이 넘는 탓에 13년 전에도 이미 화장실을 한 번 들락거린 경험이 있어서 아이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비디오나 넷플릭스는 영화를 보다가 멈출 수 있지만 극장에선 화장실을 간 시간에도 끊임없이 영화는 돌고 돈다. 나는 잠깐 놓친 그 시간이 왜 이리 아쉽고 아까운지, 극장에선 될 수 있으면 볼 일은(?) 참을 만큼 참자는 게 내 생각인데 아이들에겐 강요할 수가 없으니.


선재야, 극장에서 될 수 있으면 음료는 자제하고 팝콘만 먹자, 그리고 극장 들어가기 전에 끝까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우리는 그렇게 극장에 들어가기 5분 전에 화장실 볼일을 마쳤다. 팝콘을 먹기 전에 한 차례,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한 번 더. 참고하시라. ㅋㅋㅋ


이 방법이 통한건지 뭔지, 진짜 화장실은 한 번도 안 가고 편안하게 영화를 끝까지 잘 봤다.


우리 자리는 G3, G4 내가 좋아하는 왼쪽 사이드 쪽 끝자리다. 아이는 안쪽으로, 내가 끝자리에 앉았다. 혹여나 가게 될 화장실을 생각해서라도 이 자리가 좋다. 오후 1시 반 영화였는데 가운데 자리엔 제법 사람들이 차있었다. 뒤에는 사람들이 5,6명 더 있었지만 우리 앞자리엔 아무도 없어서 앗싸! 입체 안경을 끼고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숨고'광고가 큰 화면에 나왔는데 둘 다 라면 광고인가? 큭큭 거리면서 수다를 떨었다. 영어를 잘 읽지 못하는 선재가 숨고를 삼양으로 읽고 라면 광고라고 유추한 것도 웃겼다. 나는 모든 광고가 끝나고 진짜 영화가 시작하기 전 몇 초 동안 암전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이 정말 좋다.

완전한 어둠, 이제 서서히 빛이 들어오면서 웅장한 음악이 시작되겠지. 이제 진짜 영화를 보는구나 실감하고 잠시 심호흡을 해본다. 

두근두근 기분 좋은 긴장감.




선재랑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는 "씽 (Sing)"이라는 영화였다. 광명 크로앙스에서 둘이 저녁을 먹고 영화를 봤다. 3살짜리 아이랑 처음으로 본 음악 영화, 선재는 영화를 보다 중간에 내 무릎에서 잠들었고 나는 슈퍼맘 돼지 '로지타'(리즈 위더스푼)의 노래를 듣다가 엉엉 울었다. 고된 육아와 살림에만 마음을 쏟은 로지타에게 감정이입이 된 탓일까, 내 마음은 기저귀도 떼고 이제 극장에서 같이 영화 관람할 나이가 되니 이렇게 영화도 즐길 수 있다는 환희와 감동에 휩싸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아이를 재우고 혼자서 몰래 영화를 봤던 시간들도 떠올랐고 선재가 자라기까지 혼자 울며 웃었던 시간도 떠올려봤다. 신랑을 마중 갔던 인천 공항, 둘이서 무작정 유치원을 빠지고 갔던 아쿠아 플라넷, 그리고 극장까지 이렇게 하나의 추억이 돼서 사실 영화 자체의 기억보다 내 무릎을 베고 잠든 아이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안타깝게도 둘째 선율이는 37개월이지만 기저귀를 못 뗀 관계로 같이 극장에 간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 통통한 그 손을 잡고 둘만의 영화관을 찾을 날도 오겠지.


아바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아이는 연신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 진짜 진짜 재밌다. 그렇지?! 정말 재밌지? 엄마도?

ㅋㅋㅋ 입체 안경을 낀 탓에 내가 잠든 걸로 보였는지

엄마, 안경 끼고 자는 건 아니지? 진짜 재밌어. 중요한 장면이야!
얼른 일어나!!


계속 나를 쿡쿡 찌르는 선재. 선재야, 엄마는 이 정도 가격을 내고 극장에서 잠든 적은 단 한 번도 없단다.

이제 자막도 알아서 척척 읽고 내용 파악도 빠르고 아이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기분은 이런 거구나, 새삼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

제임스 카메론은 이왕이면 같은 돈을 내고 극장에서 본다면 더 긴 영화를 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인터뷰했던데 그 말 그대로 세 시간짜리 영화는 충분한 볼거리들을 제공했다. 길고 지루한 영화는 아무도 안 보겠지만 그 반대로 길고 재밌는 영화라면 진짜 금상첨화 아닌가? 궁금한 호기심 폭발인 선재는 계속


영화가 물의 길인데 대체 물은 언제 나오는 거야?!


나를 재촉한다. 영화는 한시쯤 지나야 드디어 물이 나온다. -정확한 시간은 체크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초반 판도라 행성에서 장면 이후 본격적으로 물이 나오는 건 한 참 후이다- 계속 판도라 숲의 세계에서 멧케이나 부족 물의 세계로 건너올 때 그 장면이 얼마나 두근두근하는지 모른다. CG로 점철된 영화라고 해도 영화에서도 역시 스토리는 중요하다. 이야기의 구성까지 CG로 이루어진 건 아니니까. 그 시작도, 구성도, 재현도 모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출발한다. 어느 영화나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는 빠질 수 없는 주요 요소인 것 같다. 우주의 어마어마한 비밀보다 물의 신비를 사람들은 못 밝혔다고 선재가 늘 말해줬는데 선재의 말처럼 물의 세계란 엄청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물은 때론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존재이기도 한데 나비족들에게도 마찬가지, 자기들만의 둥지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다시 '가족'으로 정착해가는 과정이 뭉클하고 감동적이고 어떻게 3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벌써 저녁이 됐는데 하루 종일 영화로 시작해서 아바타로 끝나는 하루가 된 기분이었다.

쟤네들은 산전 공중전, 이젠 수중전까지 맨날 공격하고 난리네.
수중전이 이런 식으로 나올진 몰랐어, 엄마.
톨쿤은 범고래를 닮았다. 왜 자꾸 톨쿤을 잡아 죽이려고 하는 거야?

영화의 주요한 장면보다 아이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았다. 우리 선재랑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영화기도 하고. 영화가 전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선재가 말했다.

엄마는 또 이거 영화 끝날 때까지 노래도 다 듣고 일어날 거지?

네가 엄마 스타일을 아는구나, 그래 엄마는 극장에서 비싼 돈 주고 영화 볼 때는 영화 음악을 끝까지 듣고 일어나는 걸 좋아해. 특히 영화가 노래까지 다 끝나고 텅 빈 극장을 혼자 터덜터덜 나가면 끝까지 온전히 몰입하고 감상한 기분이 들거든. 그게 참 좋더라.

이제는 내 스타일, 내 방식도 존중해 주고 기다려 줄 줄 아는 첫째와의 극장 데이트, 즐거운 시간이었다.




(결말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시지 않았다면 여기서부터는 읽지 말아 주세요. 그래도 제 글이 궁금하면*이러면 좋겠네요! 혼자 뭉클* 그냥 읽으셔도 화는 안 나실 것 같아요.)


나는 두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 왈칵 났는데 항상 큰 형 네테이얌에 비해 말썽꾼으로 찍힌 로아크가 아빠를 당당히 구하고 같이 물 위로 둥둥 떠서 올라왔을 때 군인 아빠 제이크 설리가 처음으로 아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한다. 

당신을 봅니다. I See u.


항상 사고를 당할까, 가족을 잃을까 불안으로만 가득 차서 보는 눈빛이 아니라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태어났을 때 기쁨 그대로 존중의 마음을 담아서 해주는 말 같았다. 일 편에 이어 '아이 씨 유.'이 말은 단순히 본다는 뜻만 담고 있지 않다. 사물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나의 마음과 정성을 다해  대해주고 싶은 소망이 담긴 말 같다. 나는 그 대사가 왠지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케빈에 대하여'란 영화를 봤을 때도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에바(엄마)가 아들 케빈을 꽈악 끌어안는데 그 포옹은 영화 앞부분 여느 포옹과는 분명히 달랐다. 한 번도 아이한테 '왜 그랬냐고' 진심을 다해 물을 용기도 안아줄 마음도 없는 엄마처럼 보인 에바가 처음으로 아이를 그냥 있는 그대로 날 것 그대로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데 이 영화 감상문도 조만간 쓰고 싶다. 군인 아빠, 자기 일만 중요한 엄마에게 가족이 생긴 다는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지켜야 할 또 다른 불안감' 나를 옭아매는 또 다른 올무 같기도 한 법이다. 설리 가족은 하나다, 이 사실이 그 어떤 것보다 우리 가족의 약점이자 강점이라고 했는데 나도 2년 전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오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숱하게 해 줬던 말이라 웃음이 났다. 


우리가 어디에 살든, 또 어디에 있든 그냥 우리가 있는 곳이 우리 집이고 우리만 떨어지지 않으면 어디 살아도 다 괜찮아. 우리 가족, 우리 집은 우리 자체를 말하는 거니까. 


7살, 2살 아이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말이겠지만 뭐, 그때 당시 내 마음이 그랬던 것 같다. 저렇게라도 마음먹지 않으면 나도 무너질 것 같았으니까.


또 다른 장면은 네이티리가 막내 투크가 순식간에 아래로 빨려 들어가자마자 주저 없이 같이 빠지는 씬이 있는데 나는 그 장면이 수많은  CG들 중에서도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몇 초만에 휘리릭 지나가는 장면이 환상적인 바다, 압도적인 전투보다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뭐 때문일까.


주저하지 않는 마음.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그 길로 위험한 불길로 뛰어들지 않을 때 주저하지 않는다. 주저하지 않는 마음은 언제나 빛나고 강인하고 용감하다. 이미 한 명의 자식을 잃었기에 막내 아이가 험한 물길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 때 혼자 두기 싫었기에 엄마는 마주 잡은 손을 놓고 주저하지 않고 그 손을 놓고 자신의 아이를 감싼다. 네이티리는 순간 주저하지도 않고 휘리릭 아이와 같이 떨어져서 물속에서도 연신 작은 아이를 껴안기 위해 손을 내젓는다. 그 장면이 내 눈에 들어왔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선재가 무서운 개에게 쫓겼을 때 나도 모르게 개를 쫒기보다는 당황해서 어쩌지 못하던 순간이 있었다. 아이가 세네 살쯤이었을 때다. 끈이 풀려서 발발발 거리는 개 앞에서 나도 아이도 동시에 얼음이 됐는데 나는 나도 무서운 상황에서 선뜻 줄을 잡아당기고 아이를 구해내지 못한 걸 꽤나 오랫동안 가슴 아파하고 미안해했다.  내 안에 그런 마음이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제이크 설리는 자식이 죽었음에도 자꾸 스트롱 하트, 강인한 마음을 외치지만 나는 어쩐지 그 말이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들렸다. 상황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전사로서 엄마가 세상에 살아야 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도 구해야 하는 게 분명하지만 스트롱 하트 이전에 이미 엄마의 마음에는 주저하지 않는 사랑이 있었기에 누구도 그 마음을 강요할 수 없고 강조할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 


나도 모르게 그 장면에서 선재 손을 꽈악 잡았다.


수많은 클리셰와 수많은 할리우드 무비의 전형 '가족'으로 뭉친 영화라 해도 나는 아바타 2가 정말 재밌고 좋았다. 우리와 다른 종족 신비한 나비족도 우리와 다를 게 없는 모성, 가족으로 이루어졌고 상실과 죽음, 이별과 만남을 경험한다. 또 우리가 볼 땐 갸가 갸이고 전부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사실은 자기들끼리 왕따도 시키고 외모로 차별도 숱하게 한다. 손가락 네 개, 손가락 다섯 개가 뭐라고 참. 이상하지. 물에 살든 숲에 살든 공통점이 더 많은 나비족이 아닌가.


가장 마지막에 선재에게 인상 깊은 대사를 물었더니

하악! 캬아아악

ㅋㅋㅋㅋㅋ


나비족 흉내를 낸다. 어린 아가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깡 하나만큼은 아주, 전부 물어뜯을 기세로 고양이의 하악질을 엄청나게 한다. 손이 묶여있는 어린 막내까지도. 뭔가 멋있다고 해야 하나,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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