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 돌돌 구르고
겨울 난 사득 다리 사이로
찾아낸 계절
창은 바람새를 보며
길을 걸어왔다
나릿물 흐르는 골로
보리는 피리를 불고
찾아온 그 길은
바지랑대만 줄을 잡으며
알 땀을 흘리고 있다
* 아람 - 알밤의 순우리말
* 사득 다리 - 삭은 나뭇가지를 가리키는 우리말
* 바람새 - 바람이 부는 모양을 나타내는 우리말
* 나릿물 - 냇물의 옛말
* 바지랑대 - 빨랫줄을 받치는 장대
* 알 땀 - 이마에 맺히는 땀
어딘가에 나를 두고 올 수 있을까?
여행을 하며 만나는 계절들은 가끔 나에게 질문을 한다.
여기에 너를 두고 갈 수 있겠니?라고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돌아오곤 하였다.
나를 두고 온다...
그런데 다시 찾은 그곳들에는 내가 있었다.
두고 온 적이 없는데 나도 모르게 내가 그곳에 있었다.
그것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은 그래서 좋은가 보다.
잊고 있었던 나를 만날 수 있고,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봄엔 또 어떤 나를 만날 수 있을까?
행복한 나를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