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Apr 24. 2016

그리운 꽃의 書 -14-며느리밥풀 꽃

붉은 입술 무슨 설움이 그리 깊어 울고 있는가

넋이라도 달래려 가까이 다가서면

넌 아직도 입가에 밥풀 머금고 있구나


살아도 힘든 세상이

죽어도 힘든 세상이

너의 그 입술이 다물어질 때

그 허리도 펴 보렴


붉은 입술 설움이더냐 고개 들어

분봉을 만지작거려 하늘을 보아라

밤이면 밝은 달 보듯 그렇게 허리를 펴보렴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어머니와 아들이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끔찍이 귀여워했는데 아들이 장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며느리는 마음씨도 곱고 인물도 아주 고왔습니다. 아들은 색시와 한시도 떨어져 있으려고 하지 않았지요. 그러자 샘이 난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양식을 구해 오라며 멀리 보냈습니다. 그 후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가 아침밥을 지으며 밥이 잘 되었나 먹어 보려고 밥알 두개를 입에 넣었지요. 솥뚜껑 열리는 소리를 듣고 한 달음에 달려온 시어머니는 "저런 나쁜 년 같으니라고. 어른이 밥을 먹기도 전에 제 입에 먼저 쳐 넣어!" 그러더니 시어머니는 마구 며느리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며느리는 그만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뜨고 말았답니다. 소식을 듣고 아들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때는 늦었지요. 아들은 죽은 색시를 부둥켜안고 울다가 뒷동산의 소나무 아래에 묻어 주었습니다. 이듬해 며느리의 무덤에서는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는데 붉은 혓바닥 같은 꽃 잎술에는 흰 밥알이 두 알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며느리밥풀'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지요.

이름처럼 슬픈 이야기를 품었다. 어쩌면 우리네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보니 참 슬프게도 생겼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촉촉하게 이슬을 머금은 모습도 그랬다. 하지만 녹음이 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보여주는 붉은 입술은 탐 탐스럽기만 하다.

낮은 산이라도 야행화는 참 많이도 피어있다. 봄이면 이렇게 많은 꽃이 피는구나 하였는데 알고 보면 봄 보다 가을에 피는 꽃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면 놀라지 않을까?


꽃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참 많다.

꽃을 주고 싶은 사람도 참 많다.

하지만 여지 것 꺾인 꽃을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꽃 선물을 많이 못해봤다. 꺾인 꽃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을 해도 곧 시들어 버리기에 나는 싫다. 그렇다고 화분을 선물하려면 무거운 생각을 또 해야 한다. 잘 키울 수 있을까? 제일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꽃 선물을 꺼려한다. 이맘때면 선물하고픈 꽃들이 참 많은데... 

유독 봄이면 꽃을 선물하고 또 꽃을 사다가 햇발이 살금 거리는 창가에 두고 싶어 지는 것은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하지만 살아 숨 쉬는 생명이기에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을 알까?

그래서 나는 야생화가 좋다. 철 따라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고 꼭 그 자리에 있어야 어울리는 꽃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찾아가 만나면 되기에 굳이 창가에 둘까? 마당에 둘까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이번 쉬는 날에는 어디로 꽃 마실을 가 볼까?

벌써 설렌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운 꽃의 書 -13-바람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