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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25. 2016

그리운 꽃의 書 -15-할미꽃


고개 숙여 읊조리는 너는

허리가 굽은 것이 아닌데

흐느끼고 있는 것인데

구름조차 햇살을 삼킨다.


이슬이라 말하며

머금지 못하고 흘리는 것은

아침에 우는 너의 서러움이라

오른 해 조차도 말려버리지 못한다.


솜털이 솟을 정도로 놀란 것인가

고개 숙여야만 편한 아픔인 것인가

바람 조차도 멍하게 만드는 것이

네가 가진 슬픈 추억인 것을.           

꽃말 :   충성, 사랑의 배신, 슬픈 추억

어마나 슬픈 추억이 있어 저렇게 허리 숙여 우는 꽃일까?

봄살에 아장거리는 아지랑이도 할미꽃 앞에서는 숨죽여 슬금슬금 조용히 걸어가 버린다.

내 어릴 적 할머니는 장독 뚜껑에다 할미꽃을 심어 두고 봄이면 하얀 솜털 사이로 붉은 입술 보이는 꽃이 참 이쁘다 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이 꽃이 할미꽃인 줄 모르고 이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참 슬퍼 보이는 꽃이다 라고 말을 한다. 얼마나 추억이 깊으면 입술을 깨물어 저리도 붉어졌을까 한다.

간혹 묵혀 두었던 사진들을 하나 둘 꺼내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도 있고 차마 볼 수 없었던 그 사진들이 이제는 조금은 덤덤해지는데 해마다 피는 할미꽃은 여전히 붉은 입술이다.


죽일 놈의 그리움은
님 계신 북녘
절망의 무덤 위
흙먼지 뒤집어쓴
할미꽃이 지었다.

공석진 님의 황사 중에서


군대 있을 때 달래를 뽑으러 가는 길에서 만난 할미꽃은 그냥 길동무였다. 꾸부정한 허리에 솜털이 잔득인것이 까끌거릴 것 같은 느낌의 꽃이었고, 꽃이 지면 비로소 늙은 할머니의 희 머리 같은 늘어진 수염들이 왜 할미꽃인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내 추억 속에 자리 잡은 아련함이 마치 나를 할미꽃이 되게 만드는 것처럼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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