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봄비는 꽃비였다

봄비 속의 야간 진해 군항제

by 한천군작가

늦은 시간까지 비가 내린다. 마치 봄꽃의 화려함을 시샘하듯 종일 비가 내렸다.

비 오면 꽃이 다 떨어져 버릴지 몰라하며 늦은 시간 야간 운전을 한다. 그리고 잘했어라고도 한다. 어제 밤에도 가던 길을 돌려서 왔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니 막히기야 하겠어 했는데 -혹시 나 같은 생각으르하는 사람들로 또 길이 막힐까. 별 생각을 다하며 진해로 달렸다.


진해 경화역

길은 막힘없이 나를 진해 경화역까지 잘도 데려다줬다.

낮과는 또 다른 멋이 있구나 하며 그 풍경에 그 향기에 스르르 눈이 감겨 버렸다. 눈에 담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워서 숙연함까지 들 줄은 몰랐다.

키가 큰 조명은 나이 많은 벚나무를 배려하듯이 눈높이를 맞추고 그 빛으로 더욱 하얗게 보이는 꽃이 봄비에 젖어 더욱 풍만해 보인다.

4월의 봄비는 마치 꽃비가 내리 듯 향긋하고 희다.

봄 마실 나가기 전 새색시의 하얀 볼처럼 그렇게 희다.

꽃비가 내려 낮은 의자들이 꽃으로 젖어있고 곁에 살짝 앉고 싶은데 아직은 들 마른 의자가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오늘따라 봄비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저렇게 이쁜 꽃잎들이 금방 멱 감은 듯 수건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처럼 천진하기만 하니 얼마나 고운가.

지금은 폐역이 된 경화역은 달리고 싶은 욕망이 아닉도 남은 듯 때를 기다리는지, 열심히 달리던 추억을 홀로 떠올리는 듯 무궁화호가 아직도 선명하게 마산 진해라는 명찰을 차고 있다.

진해는 가는 곳 어디든 꽃길이다.

경화역에서 나와 편의점으로 가는 길에 만난 기다란 꽃길이 또 걸음을 멈추게 만들어 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100년이 넘은 나무부터 이제 막 심어진 어린 나무까지 너무도 많은 벚나무가 있는 곳이니 새삼스러워 할거 뭐 있냐 하르수 있지만 보는 이의 시선이 모두 다르기에 나 역시 이곳도 걷고 싶은 길이 되어버렸다.

오래된 우체국이 비를 맞고 서 있다. 진해를 올 때면 늘 들리는 곳이 저기 멋스럽게 서 있는 진해우체국이다. 그리고 그 곁에는 풍물시장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비가 와서인지 문을 많이도 닫았다. 걱정이다. 비가 그쳐야 많으느사람들이 박작박작할텐데.

드디어 여좌천으로 이동을 하였다.

실개천이라고 해야 할까 그다지 폭넓은 개천은 아닌데 왜 유명한 걸까 하며 바람개비를 따라 꽃향기를 맞잡고 그렇게 걸어가면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개천을 누비고 있었다. 물론 조명이 낯빛이 변한 꽃들이 간간이 수줍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저기 저 아래에서도 사진을 찍고 싶은데 그럴 만큼의 용기가 부족하다. 그리고 튀고 싶은 10대도 아니기에 나는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걷는다. 간간이 바람이 흔들어버리면 긴 생머리 아가씨 머릿결처럼 날리고 있다. 하얀 꽃들이...

비가 잠시 그쳐서인지 삼삼오오 연인들이 손잡고 풍경을 보며 걷는다. 때로는 까르르 웃으며 이 순간을 담기 위해 셀카봉에 디카에 연신 찰칵거린다. 개천 아래에는 간간이 유채도 보인다. 개인적인 욕심일까. 저 아래에 화단을 만들어 노란 유채가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다.

비 올 줄을 알았을까 빨간 우산이 꽃비를 맞고서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고무풍선처럼 혹은 젊음처럼 그렇게 팽팽하다. 이곳은 유채가 제법이다. 고개 들고 우산을 끌어다가 비를 피하려는 듯이 보였으니 말이다.

여좌천 옆으로는 군항제에 관련된 사진들이 붙어 있고 빛 축제 같은 느낌의 커다란 조형물들이 칸칸이 서있다. 이제 보슬비가 조금씩 시작을 하니 우산을 펼쳐 든 무리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무슨 청춘이라고 나는 우산도 없이 향긋한 미소를 보이며 꽃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데 어찌 우산을 쓸고 한다. 그 속에서는 저 풍경이 너무 작게만 보이니 차라리 비를 맏는 쪽을 택한 것이다.

다시 주차된 곳으로 걸어가니 아까처럼 여전히 꽃비를 맞고 선 우체국과 흠뻑 젖은 검은색 차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만약 우산을 썼다면 나도 저렇게 꽃비에 젖었을 텐데 하며 살짝 아쉬워한다. 하지만 이내 저걸 어떻게 씻어 내릴까를 걱정하게 되는 안도의 숨을 고른다. 그리고는 혼자 킥킥거린다.

이제 돌아가는 길.

그냥은 너무 아쉬워 안민고갯길을 달려본다. 진해 사는 지인의 도움으로 야간에 참 좋다는 말을 듣고 고갯길을 꼬불꼬불 올라갔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벚꽃 닮은 가로등이 모두 잠들어 있었고 간간이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에 꽃들이 단잠을 깬다. 그래서 예쁘다.

그래서 곱다.

안민고개에서 내려다 본 진해야경


초창기에는 이충무공 동상이 있는 북원로터리에서 제를 지내는 것이 전부였으나, 1963년부터 진해군항제로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하여 충무공의 숭고한 구국의 얼을 추모하고 향토문화예술을 진흥하는 본래의 취지를 살린 행사와 더불어 문화예술행사, 세계 군악페스티벌, 팔도풍물시장 등을 아름다운 벚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봄 축제로 해마다 알찬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군항제 기간 동안 2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5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 규모의 축제로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벚꽃놀이 중 최고인 진해군항제가 개최되는 춘삼월은 우리나라 상춘객들을 잔잔한 바다를 품은 군항도시로 모여들게 한다. 36만 그루 왕벚나무의 새하얀 꽃송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틀이면 세계 최대 벚꽃도시에서 봄날의 추억을 남기려 포토 홀릭에 빠지는 사람들과 꽃비가 흩날리는 봄의 향연에 취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출렁이는 모습은 축제의 장관을 이룬다.
군항도시의 특성을 살린 군악의장 페스티벌은 축제기간 중 금요일 저녁과 주말에 개최되는데 군악ㆍ의장이 융합된 군대 예술 공연으로 군악대의 힘찬 마칭 공연과 의장대의 멋있는 제복에 절도 있는 공연은 진해군항제 벚꽃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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