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가 내리는 날

by 한천군작가

새가 우는 것과 노래하는 것의 차이는

새가 아니라 내게 있었다.

카나리아의 지저귐에는 분명 내가 있었고,

가장 슬픈 날의 카나리아는 울고 있었다.

행복함에 날갯짓하는 내게 새는

아름다운 노래로 답을 해 주었다.


꽃이 지는 것과 떨어지는 것의 차이는

계절이 아니라 내게 있었다.

벚꽃이 바람과 친하게 지낼 때

가장 슬픈 날의 꽃은 떨어져 뒹굴고,

행복한 두 손 마주 잡은 날에는

꽃비가 되어 향기를 만지고 간다.




벚꽃은 두 가지 예쁨이 있는 것 같다.

수줍어서 혼자 피지 못하고 여럿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예쁘고,

바람의 꼬임에 넘어가 손 잡고 날아가는 꽃비가 예쁘다.

4월이면 늘 바쁘게 꽃을 보러 다녔다. 하동 십리 벚꽃은 장관이라는 말 밖에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내게 하동은 쌍계사 가는 길 보다는 다소 한적한 악양 최참판댁 오르는 길이 더 좋다. 많은 꽃이 피어 있지는 않을지라도 난 그 길이 좋다.

진해 여좌천도 좋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밀려다니기에 꽃을 구경하기가 조금은 어렵다. 그래서 늦은 밤에 가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좋다.

꽃비가 내리는 날에는 기차를 타고 싶어 무작정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를 탄 기억이 있다.

비둘기호의 추억이라도 찾을까 해서 두리번거리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아무 곳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단지 시골역에 설 때마다 알 수 없는 미소가 꽃잎에 내려앉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볍기만 하다.

이런 날이면 하동 쪽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는 한다.

시골역들이 참 이쁘니까. 이유는 그것 하나다. 그리고 하동역에서 내리면 어김없이 꽃비가 철로 위를 적시고, 바람은 간지럽게 꽃잎을 내 얼굴에 장난스럽게 붙이곤 도망간다. 그래서 나는 4월의 하동역을 좋아한다.

걸어서 하동읍내를 둘러보고 버스를 타고 악양으로 가는 길은 참 재미있다. 같은 머리스타일의 할머니들이 누구 집에 뭐가 잘 됐더라, 누구 집에 강아지를 낳았다더라 등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재미있다.

그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오늘 같은 날은 분명 꽃비가 내리고 새가 노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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