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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13. 2016

비 맞은 커피 향

커피 향이 창 밖을 바라보다

이내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비를 맞고서

갈 곳 없음에 고개 숙였다.


문 열어 들어오길 바라지만

향기는 비에 젖어 녹아버렸다.

내 그리움에 비 맞고 선 것처럼

녹아버린 커피 향은 내 그리움 같기만 하다.


내 속에 녹아 스며드는

두 손 잡고 들어서는 또 다른

그리움과 외로움이 길 건너

처마 밑으로 뛰어가버린 커피 향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을고하는 일이에요.
Melanie Safka의 The saddest thing


비 오는 날이면 하릴없는 사람처럼 창이 큰 커피숍에서 마음을 녹여줄 진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음악에 귀 기울인다. 참 오랜만에 멜라니의 곡이 흘러나오고 나도 모르게 추억 하나를 꺼내 놓았다.

테이블 위에서 내 추억은 낡은 영사기에서 나오는 흐릿한 영상처럼 커피를 함께 마시고 있다. 80년대 말 음악다방을 자주 다니던 그 시절 물론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 중 어떤 이들은 커피 맛보다는 어깨에 힘을 실어줄 팝송 두어 개를 적어 오곤 하던 그 시절 음악다방에서 흘러 나오 던 곡이 내 앞에서 또르르 구르고 있다.

유독 비 오는 날이면 이곡을 선곡을 하던 DJ아저씨(?)... 그 모습이 눈에 아른 안 것을 보니 그 시절이 그리운가 보다.


이슬비 나리는 길을 걸으며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며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도
외로운 가슴 달랠 길 없네
박인수 - 봄비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이 곡을 자주 듣는다.

아마도 영혼으로 부른 노래라 그럴까? 아니면 비와 잘 어울려서, 진한 커피 같은 곡이라 그럴 것이다. 어떤 이들은 슬픔의 영혼으르가지고 태어났다고도 표현을 할 정도로 깊은 맛이 있어서 그 시절 참 많이도 신청해서 들었다. 신중현의 곡과는 너무도 다른 창법과 흑인의 쏘울을 느끼게 만들어서 좋았다. 이렇게 창 넓은 곳에서 커피와 함께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기 멀리 달아나는 커피 향처럼 내 추억도 따라서 비에 젖어버린다.

커피에 자꾸만 물을 채우며 오늘만큼은 아주 연하게 마시고 싶다. 창 밖을 바라보는 내 추억을 잡아 두고 싶은 이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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