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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07. 2016

같은 하늘 아래 -9-

고쳐쓰는 같은 하늘 아래-9-

비가 오고 있습니다
얄밉도록 비가 내립니다
잠든 시간을 깨우고
등골까지 이른 그리움이
복까지 차 오르도록
비가 오고 있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하늘은
왜 그리도 슬퍼하는지
그대 하늘에도 비가 오는지
고여 있는 것 같은 마음은
같이 있었던 날을 그리워하는
비에 젖은 시간일 뿐 이여서
엷은 빗물은 슬프기만 합니다



비 오는 날이면 왜 그렇게도 음악을 많이 듣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종일 커피 향에 취해 비틀거릴 정도로 많은 양의 커피를 계속 리필하고 있는 나를 보면 외롭구나 한다. 유독 비 오는 날이면 더욱 그런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나에게 비에 대한 추억이 많은 것도 아닌데 유독 비가 오면 그렇게 변하는 내 모습이 마치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 같은 감춰진 감성이 아늘 변화시키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비 오는 날이면 감성지수가 높아지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왜 유독 난 심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라며 창밖을 바라보곤 한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어느 날 여고 교문 앞에서 우산을 두들기는 무식한 빗소리에 깜짝 놀라면서도 누군가를 기다렸던 그때는 참 풋풋했다. "이런 날 뭐하러 기다렸어"라는 말은 하지만 좋아하는 모습을 숨기려 하는 그 아이가 귀여워서 그 후로도 비 오는 날이면 그렇게 기다렸다. 함께 쓰는 우산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 아이도 알았을 것이다 함께 쓰는 우산이 포근하다는 것을 하지만 우산을 들고 있는 반대편 어깨는 늘 다 젖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꼭 집 앞에 도착하면 작은 손수건으로 내 젖은 어깨를 툭툭 털면서 "봐 이렇게 젖는데 꼭 둘이 같이 우산을 써야 해"라는 그 말이 아직도 귓가에 울린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그 아이의 입가에는 늘 미소가 안개처럼 자욱하였다는 것도 기억한다. "바보야 한쪽 어깨는 젖었지만 다른 쪽 어깨는 네 체온으로 따뜻하잖아 그럼 된 거지"라고 속으로 말하는 내 말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그 후로도 쭉 비 오는 날이면 한 우산을 쓰고 다녔다. 그리고 비 맞은 다음날은 꼭 감기약을 챙겨 먹는 습관도 가지게 되었다. 우스운 일이지만 그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믿을까?


여름에는
소나기를 닮은 
감탄사의 열정으로

이해인 님의 사랑의 사계절 중에서


이해인 님은 여름 소나기를 열정이라 하였다. 그랬을 것이다. 나에게도 여름 소나기는 그랬을 것이다.

진주성 담벼락을 손으로 쓰윽 그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걸었던 이슬비 내리던 그 해 여름도 수많은 날 중에 내가 가장 열정적이지 않았을까. 사랑이라고 하기엔 좀 어렸었다고 표현을 해야 할까? 아니 그냥 좋아서 라고 하기엔 그 마음이 너무 컸는데...

그래서 나는 열정이란 말에 동의를 하는지도 모른다. 그 열정이 어떤 면에서는 사랑으로 또 어떤 면에서는 수줍은 고백으로도 표현이 가능하니 말이다. 오늘 내리는 비는 어쩌면 그 시절의 그 풍경이 내 눈에 아련해서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비가 참 시원하게도 내린다. 

Cat stevens의 Morning has broken 이 잔잔하게 흐르는 지금 나는 노랫말을 음미하며 흐뭇해한다. 그리고 나도 비에 대한 소담한 추억이 있구나 하며 잔잔하게 미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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