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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08. 2017

같은 하늘 아래 -17-

미워하면 잊힐까 했는데
점점 없어지는 미움이
더욱 간절한 사랑으로
가슴에 가로 새겨지는데
그대 하늘은
아직도 시린 겨울이기만 합니다.


1990년 겨울.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주인공 강수연의 모습이 극장 정면에 크게 그려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딱히 약속을 정하지 않아도 그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만날 수 있는 시절이었다. 물론 전날 집으로 전화를 해 약속을 잡기도 하지만 그도 여이치 않을 때에는 가장 큰 극장 앞에서 기다리면 누구든 만날 수 있었기에 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동동거리는 사람, 두 손을 입으로 가져가 호호 불며 목도리를 다시 두르는 여학생의 모습, 두어 명이 함께 서서 함박웃음을 보이며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들이 풍경이었다. 그 앞을 스치듯 지나고 극장 앞 지하도를 내려가는 발길이 가벼운 것은 지하상가를 지나면 나 역시 누군가의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 진주극장 첩혈가두라는 영화가 걸려있다.

그리고 그해 여름 김민우의 노래가 겨울부터 거리에서 혹은 음악다방에서 흘러나오더니 그 노래처럼 그렇게 입대를 하였다. 

그해 여름은 참 더웠던 걸로 기억된다.

훈련을 받는 내내 점심시간 후에는 꼭 1시간씩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었으니 그해 여름의 더위를 지금도 짐작을 할 수 있다. 

모든 군인들이 그렇겠지만 편지는 그 시절 가장 위로되는 것 중 하나였다. 그것도 매일 저녁 이름을 불러주며 나눠주던 편지는 어떤 이에게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어떤 이에게는 고개를 떨구게도 만들었다.

나의 경우에는 전자에 속하였다. 매일 한 통의 편지를 받으며 주위 동기들의 부러움을 샀으니 말이다.

함께 있으면 참새처럼 재잘재잘 거리 더니 떨어져 있으니 그것을 글로 옮겨 적었나 보다.

그대를 그리워하기 전에
잠들지도 모르지만
어느 날 그대 편질 받는다면
며칠 동안 나는 잠도 못 자겠지

김민우 입영 열차 안에서 中

하지만 이 노래가 언제 부터인지 멀리하게 되었다. 슬프기 때문에...

어느 해 가을 면회를 다녀가던 그 사람의 모습이 떠 오른다. 그리고 그날도 여지없이 아니 어쩌면 눈치 없이가 어울리겠지. 터미널 안을 이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이...

오늘은 마음 것 들어 봐야겠다. 마치 20대의 나를 불러 보듯이 그렇게 그때로 돌아가 극장 앞을 걸어보고 싶다.

두 손을 마주 잡고서...


https://youtu.be/KW_Se3Evd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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