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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04. 2017

같은 하늘 아래 -16-

길을 잘 못 들어섰나 봅니다
늦은 시간
그대 창에 불이 꺼지고
깊은 피로와 상실감이
모든 것을 잠 속으로 밀어 넣는데,
발목을 잡는 그리움에,

마디마디 스며드는 바람소리에,
흔적뿐인 그대 영상
실핏줄 터져 나가듯
내 동공을 울려 버리고
초라한 골목길 가로등에
그대 향을 훔쳐 받아
거슬러 올라가고 싶은
시간 속으로의 여행이
같은 하늘 아래에도
밤이 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 줄 씌어질 추억으로
나를 외면하고 맙니다.


숲이 내게로 오지 않아 내가 숲으로 갑니다
이시하 - 숲으로 가는 길

숲이 내게로 오지 않아 내가 숲으로 간다는 이 글귀가 좋다.

가는 길은 늘 행복하였고, 돌아오는 길은 늘 쓸쓸하였다. 그것이 삶 속에서 우리가 걷는 길의 양면이 아닐까.

힘겨운 오르막 길을 만나지만 가는 길에서 만나는 그 오르막은 결코 힘겨움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 오르막이 내리막 길이 되어 있을 것이란 것을 알아 버린 탓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 길이 분명 존재를 한다. 한 사람에게로 가는 길에는 먼저 오르막 길이 생긴다.

그것이 첫인상으로 혹은 사귐의 시작으로 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처음의 오르막이 얼마나 가파른지를 모르고 그 길에 들어선다. 너무 가파르기에 실패를 하는 이들도 있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언젠가 이 길이 시원한 바람을 동반한 내리막이 될 것이란 것을 인지하는 사람은 그 첫 번째 오르막을 무사히 올라 첫눈 맞춤을 하는 것이다.

다시 두 번째 오르막을 만나면 처음 그 오르막을 떠 올리며 이겨낼 수 있다. 내리막이 주는 그 시원함을 이미 맛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그 시원함을 맛보지 못하였기에 사람과의 길에서 실패를 하는 것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은 결국 평지에서는 동등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진리가 길에는 숨어있다.

오르막의 시작이 평지이며 내리막의 마지막이 평지이기에 둘의 싸움은 결국 비기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하면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놓인 길을 평지를 걷듯이 할 것이다.



처음 그 사람에게 가는 길은 미소가 늘 머무는 아름다운 꽃길이었다. 그리고 몇 번의 오르막 길을 경험하며 내 발바닥에 사랑이라는 굳은살이 층층이 생겨나가는 것을 알았다. 단단해진 발바닥만큼이나 가슴도 더욱 단금질이 잘 된 방패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분명 어딘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였다. 그랬기에 그 단단하던 발바닥에도 물집이 잡히고 터질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처음 그 사람으로 단단해져 간 내 발은 그 이전에 그 길을 들어서면서 수 없이 많은 물집으로 헤지고 쓰라림을 맛보았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때 생긴 상처들이 어디 발뿐일까.

그래도 걸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단단해져 버린 가슴이라는 두터운 방패 때문일 것이다.


제법 따뜻한 날씨에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을 한다.

이젠 아주 편안한 신을 신고 걷는다. 가끔 휘파람을 불기도 한다. 그건 기분이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뭇가지 하나 없이 앙상하기만 한 키 작은 나무들이 길에서 줄 지어 함께 걷는 겨울이지만 오늘은 참 따뜻하다.

내 가슴이 두터워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 참 좋다.

이런 날씨가 참 좋다 라고 빙그레 웃으며 산책을 한다. 어쩌면 이 길의 끝에서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상쾌함을 이미 알기에 나는 오늘이 참 좋다.



문득 스치는
기억에 머물러
그대 이름을 부르면
말없이 그대는
미소로 답하죠
내 목소릴 듣나 봐요
머물지 않았던
시간 속에
잊혀 사라진 줄만
알았는데
그대와 난 그 시절 속에
사랑으로 남아있죠
두 손 꼭 잡고
온종일 거닐던
꿈만 같던 그 어느 날
수줍게 다가온
그녀의 입맞춤
눈을 감지 못 했었죠
늦은 밤 골목길
헤어짐이 아쉬워
밤새 나누었던 얘기들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시절 속에
남아있죠

머물지 않았던
시간 속에
잊혀 사라진 줄만
알았는데
그대와 난 그 시절 속에
사랑으로 남아있죠
곁에 있어도
그립던 두 사람
영원을 약속했었죠
어느새 이별은
우리 사일 비웃듯
가까이 와 있었는데
얼마나 울었나
멀리 손을 흔들던
그대 모습 바라보면서
이 순간도
그때 기억은 나를
눈물짓게 해요
어쩌면 난 아직 그대를
사랑하고 있나 봐요

Simply Sunday의 사랑해요

https://youtu.be/YnbZ6kxj5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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