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가 가더니
밤이 찾아오듯
일 년이 가버리고
가슴에 담은 것 하나
그 이름만으로 살았는데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
다시 네 이름을
적어서 채우고 있다.
지난 시간만큼
잊었다 싶었는데
그 이름까지도 잊었다 싶었는데
비워진 가슴으로
다른 이름 하나 적고 싶었는데
메마른 눈물도
널 닮아가고
가슴 한 켠에 조용히
눈물이 말을 않는다.
하늘을 한번 봐. 그 하늘이 우는지 웃는지...
그랬다. 하늘은 늘 비웃듯이 미소 짓고 있었는데 그 아래에서는 그렇게 눈물을 닮아가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별이 그런 것일까? 문득 떠 오르는 글귀들 마저도 우울하게 만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그때는 그랬다. 기다림이란 그저 좋아서 다가올 시간이 더 좋아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바보 같은 사람에게 기다림은 그저 막연함일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별 후에 제일 힘든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한결 같이 그렇게 말을 한다.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렵다고.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익숙함이 두려운 것이다. 당연함이 두려운 것이다. 만남이 있다고 혼자가 아니었을까? 그 순간만이 함께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 순간의 익숙함에 혹은 당연함에 힘들어하는 것이다. 쉬운 말로 비우면 그뿐인데. 오랜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 것과 같이 익숙함에서 벋어나려면 힘든 것이다. 그래서 흐르는 눈물마저도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 것이다.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서정윤 님의 홀로서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