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를 스치는 빗소리 들려
내 목소리도 삼켜버렸던
네 목소리도 적셔버렸던
비가 우리를 가둬버렸어.
흐리게 젖어가는 가로수
우산이라도 주고 싶은데
문 열면 달아날 것 같아
가로수도 빗소리만 듣는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내 모든 것을 적셔버리고
나를 떠밀어 버렸던
그 빗소리가 오늘도 들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비 오는 날이면 이렇게 혼자 우산 속에서 흥얼거린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 그런 사람 하나 없으면서... 그러다 문득 아니구나 그 사람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내게 우산이 되어준 그 사람이 있었구나. 그래 장대비 내리던 여름날 밤 여고 앞에서 기다렸던 그 사람도 있었지. 하며 혼자 허탈하게 웃으며 걸었다.
그런데 정작 비 오는 날이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우산도 없이 차가운 겨울비를 맞으며 누군가를 그렇게 찾아 헤매던 때가 그립다. 그 겨울 이름 모를 골목길을 여기, 저기 하며 솜가픈 가슴을 쥐어짜며 걷고 걸으며 속으로만 삼키다 끝내 어느 집 대문 앞에 앉아 젖은 손으로 전화기를 잡고서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무슨 의원 앞 버스정류장으로 와요. 찾을 수 있겠어요" 라던 그 목소리가 너무도 그리운 건 살며 다시는 오지 않을 그날이기에 또 가장 아플 때 곁을 지켜 주었던 사람이기에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이면 그 사람이 그립다.
나도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 하나가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