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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26. 2016

같은 하늘 아래 -33-

구름을 돌려보냈습니다
고샅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나무에게
저 끝 산모롱이로
구름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대 하늘에 멈추길
그대 하늘에 구름이길
인기척 느끼지 못하게
구름을 돌려보냅니다.
잊으려는 마음이 아닌
간직하려는 마음으로...


하늘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 탓으로 돌리기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언젠가부터 생긴 습관처럼 나는 그렇게 하늘을 자주 본다. 바다엘 가면 흘러가는 찌를 볼 때 보다는 하늘을 볼 때가 더 많다. 흐린 하늘은 그 나름의 멋이, 맑은 하늘은 눈 부심이, 비 오는 날의 하늘은 애잔함이, 눈 오는 하늘은 외롭지 말라는 듯이 그렇게 좋다. 특히 바다에서 보는 하늘은 우울하지 않다. 아무리 흐린 하늘일지라도...

하늘을 보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이끌림이었을 것이다. 어머니 같은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면 그 하늘을 바라보았고 딸아이가 그리울 때면 또 그 하늘을 보았다. 늘 그런 식이다. 하지만 바다에서 보는 바다는 그런 모든 것을 잊고 바라보는 것이라 얼마나 편안한가. 그런 하늘이 있는지....

왜 하늘은 그렇게 슬픈 이들에게 만 허락되어 있는지 모를 일이다. 하길 하릴없이 하늘만 보고 있다면 이상하긴 하다. 뭔가를 잊으려 할 때 혹은 어떤 대상이 그리울 때 우린 그렇게 하늘을 본다. 나처럼...



내 정직한
세상은
온통 너 뿐이야
그날 같은 하늘 아래라며
아쉬움의 너의 목소리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알 것만 같애
우리 서로 영혼을 보았던 게지.

천 원짜리 러브레터 중에서

"이건 이별이 아니잖아요. 우린 그냥 잠시 아주 잠시 떨어져 있을 뿐이에요. 알죠 당신이 바라보는 하늘 그아래에 내가 살고 또 내가 그리워 바라보는 그 하늘 아래에 당신이 살고 있다는 거. 조금만 참으면 우리 금방 다기 만나잖아요"

날 위로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을까? 그건 결코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 말이 주는 의미는 하늘만 봐도 널 그리워하는 내가 보일 거야 라고 난 믿었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도 반가운 얼굴로 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거 알아? 나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져도 심하게 호흡이 가파와도 내색하지 않고 5시간 버스를 타고 당신 만나러 다닌 거. 그리고 그날 새벽 버스에서 내리는 날 보고는 달려와 안긴 당신 모습이 가장 예뻤다는 거. 푹 눌러쓴 야구모자에 안경 그리고 잔잔한 미소로 달려오는 모습이 마치 닥터 슬럼프의 주인공인 아라레와 너무도 닮았었다는 거."

장거리 연애 시절부터 생긴 버릇 중 하나가 자주 하늘을 힐금거린다는 거, 특히 해 질 녘이면 하늘을 바라본다.

아무 이유 없이 습관처럼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연작시 같은 하늘 아래는 그렇게 쓰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매번 바라보는 하늘의 느낌이 다르고 매번 느끼는 하늘의 마음이 달라서 그래서 나는 하늘바라기가 되었나 보다. 한여름 뙤약볕에도 굴하지 않고 해를 따라가는 해바라기처럼 여전히 하늘을 본다. 그리고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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