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냐?"
"필승 어쩐 일이십니까
"어디냐니까?"
"네 지금 낚시 중인데요 왜 그러십니까?"
"어디서 낚시하나?"
"네 경남 산청 쪽입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래 많이 잡히냐?"
"조금이요 그런데 주임상사님은 어디십니까? 아니 어쩐 일이십니까?"
"야 이놈아 난 네놈 뒤에 서 있다 이놈아"
상민은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진짜였다. 김 종성 주임상사님이 상민의 뒤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하얀 이를 보이며 그렇게 웃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너무 반가워 서로를 부둥켜안고 빙글빙글 돌았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살림망을 들어 보이며 그 날의 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제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아시고 오셨습니까?"
"하하하 산청에서 약초축제를 한다고 하기에 구경 겸 여행을 하자고 마누라를 꼬셔서 왔는데 막상 진주 가까이 오니 네가 생각이 나잖아 그래 네놈 집에 전화를 했더니 원지에서 쏘가리 루어를 하고 있다고 해서 지나가는 길에 들렀더니 눈에 확 들어오는 사람이 있더라고 하하하"
그랬다 모처럼 부부동반 여행을 경남 산청으로 온 김종성 씨는 군 시절 낚시를 함께하며 좋은 추억을 가진 김 대리가 그리웠고 또 인근 지역이라 그냥 가기도 뭐해서 김 대리의 집으로 전화를 하여 강으로 나간 것이었다. 뭔를 좀 낚았나 싶어 살림망을 들어 보니 중치급 쏘가리가 세 마리 들어 있었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좀 더 잡아야 먹을 게 있죠 하하하"
"쏘가리가 어디 좋은지 아는가?"
"아뇨 그냥 맛있으니까 그리고 손맛이 좋으니까 낚시를 하는 거죠"
"산에는 웅담 강에는 궤돈담이 최고라고 하지 않나 그래 쓸개는 어떻게 먹는지 궁금하군"
"당연히 버리죠 회로 먹고 나머지는 매운탕 캬...."
"이런 멍청한 친구 난 낚시를 그렇게 잘하기에 박사쯤으로 알았는데 아니구먼 쯧쯧쯧..."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자타가 공인하는 꾼이 아닌가 그런 상민에게 멍청하다니 다른 사람도 아닌 주임상사 아니 백사가 그렇게 말을 하다니 하며 주임상사를 처다 보는데 뭘 보냐며 머리를 툭하고 친다. 그리고는 다시 쏘가리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자알 들어 이 멍청이 병장아."
상민은 대답을 하려 했는데 말 대신 씩씩거리는 콧소리만 나올 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고 또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옛날부터 괘돈담이라 해서 쏘가리 쓸개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 줄 아나 동의보감에도 몇 줄의 글이 나올 정도로 좋은 것인데..."
"아니 그게 그렇게 좋아요?"
"자네도 술 하지?"
"네에 그렇게 많이는 안 마셔도 간간이 마시는데.."
상민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말을 잘라먹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이 사람아 술 많이 먹는 사람이 쏘가리 쓸개를 먹으면 술도 취하지 않고 또 다음날 얼마나 개운한지 아나 나도 쏘가리 쓸개를 그렇게 자주는 아니지만 약이려니 하고 먹는데...."
그랬다 쏘가리의 쓸개는 아침에는 흑청색의 것이 많은 편이고 저녁때에 낚인 쏘가리의 쓸개는 담황색이 많다. 그리고 먹이를 먹고 난 후의 쏘가리는 그 쓸개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소화를 위해 쓸개가 비어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또 주낙이나 그물에 걸린 쏘가리의 쓸개도 먹지 않는단다. 그것은 오랜 시간 잡혀 있어 효염이 없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아침 일찍 잡은 쏘가리의 쓸개가 가장 효염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붕어 조사가 쏘가리 루어를 하고 그런데?"
"하하하 낚시라면 다 좋아하잖아요"
그랬다 상민은 물만 보면 낚싯대를 드리우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꾼 이었다. 그리고 주임상사는 그런 상민이 언제나 부러웠다. 오랜 세월을 군에 몸담고 있으며 자신은 정작 많은 것을 잃고 살았다는 생각을 하니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다 보니 군에 대한 것은 박사 수준이지만 정작 사회라든가 상민이 그렇게 즐기는 낚시라든가 그런 것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그래서 주임상사는 경남으로 내려 올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상민을 찾는다. 마치 먼 친척 동생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언제나 흥분된 마음으로 상민을 찾았다. 상민 역시 그런 주임상사가 좋았다.
"주임상사님 언제 올라가십니까?"
"음 우린 진주에서 하루 묵고 그리고 다음날 갈 건데 왜 그러나?"
"그럼 내일 은어낚시 어떻습니까?"
"은어.. 좋지 그 그윽한 수박 냄새.. 캬 생각만 해도 침이 줄줄 하는데 하하하"
이른 아침 물 한 모금과 담배 한 모금으로 낚시 장비를 챙기고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상민에게 누군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차에다 가방을 싣고는 시동을 거는데 그가 다가왔다.
"니 어디 가는데?"
"낚시 왜?"
"누구하고 가는데?"
"예전 우리 주임상사님 하고... 왜?"
"내도 시간이 많은데 같이 가모 안 되겠나? 안 그래도 니한테 오늘 낚시 가자 할라켔는데..."
"그럼 낚시 가방 가지고 내려와 난 전화 한 통하고 있을 테니까"
"쪼매마 기다리라"
"아.... 승윤아 오늘은 붕애가 아니고 은어니까 알아서 챙겨 알았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파트로 올라간 승윤 고교 동창인 그는 상민과 비슷한 과의 사람이었다. 붕어라면 아니 물이 고여있는 곳이라면 여지없이 찌를 세우고 입질을 기다리는 그런 부류였다. 그런 승윤의 눈에 상민이 낚시가방을 들고 내려오는 것을 보였으니 당연 그의 야성을 충동질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승윤을 차에 태우고 주임상사를 만나러 원지로 달렸다. 차창으로 보이는 짧은 풍경은 숨을 한 번은 참게 만들 정도로 좋은 풍경이었다. 주임상사를 만나 강으로 내려갔고 긴 장대를 들고 채비를 하고는 물길을 찾아 내려갔다. 은어낚시는 낭만이 있는 낚시였고 긴 낚싯대로 전해지는 손맛 그리고 은은한 수박 향이 나는 회가 일품인 민물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어종이었다. 그리고 그 어떤 낚시보다 잔재미가 있는 낚시였다.
"이거 오늘은 수박 냄새를 코와 입으로 맛보겠네 하하하"
"기대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챔질과 동시에 하늘로 날아 뜰채에 담기는 그 재미 하하하 벌써 두근거리네 어서 시작하자고"
"그럴까요 하긴 은어 낚시는 야구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드니 더욱 잔재미가 있겠죠 하하하 하여간 많이들 잡으세요"
예로부터 은어낚시는 아주 재미있는 낚시이고 또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낚시 중 하나여서 가끔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로 은어낚시를 하러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상민은 은어낚시의 매력이 아마도 그 챔질 후에 오는 그 뜰채까지 날아오는 은어를 받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두 낚싯대를 꺼내 채비를 하고 미끼를 끼워 물살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각자 자리를 잡았다.
"상민아 은어는 투망으로 잡는 거 아이가 이리 잡아가꼬 언제 썰어 묵겠노"
"허허 이 사람 성미하고는 낚시는 잡는 맛이 70이고 먹는 맛이 30이여 그런데 투망으로 잡으면 먹을 수 있는 양은 많겠지만 그래도 잔재미는 없지 않은가 젊은 사람이 그렇게 성미가 급해서 어디다 쓰누 허허허"
"그래 낚시를 즐기는 것이 우선이지 먹는 것이 우선이 되면 어종이 고갈되고 우리들 다음 세대에는 이런 낚시가 없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오늘만은 이런 잔재미에 빠져 보라고 하하하"
그렇게 낚시를 시작하였고 제일 먼저 입질을 받은 사람은 승윤이었다.
처음으로 올라온 놈은 은어가 아닌 피라미였다. 승윤은 은어가 아니라 조금은 씁쓸했는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시작을 하였다. 상민은 한 번에 두 마리씩 은어만 골라서 낚아 올리고 있었고 주임상사도 은어를 낚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승윤이만 피라미를 자꾸만 낚아 올리는 것이 아닌가.
"왜 자꾸 피라미만 낚는겨?"
"아이고 피라미나 은어나 거기서 거긴데 와그랍니꺼 하하하"
"하기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하더만 허허허"
"그라모에 고구마나 감자에 녹말이 나오긴 마찬가지 아입니꺼 하하하 일단은 둘 다 튀기 묵을 수 있다 아입니꺼 "
하긴 피리 튀김이라고 경상도에서는 인기 있는 먹거리가 아닌가. 그러고 보면 승윤의 말이 맞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구마나 감자나 왠지 그 말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간간이 올라오는 은어에 더위를 잊고 낚시를 즐기기를 몇 시간이 지났을까 승윤이 이제 더는 모사겠다며 즈 자리에 푹하고 주거 앉았다.
"아이고 내는 더 이상 못하겠네 이라다 열사병으로 쓰러질 거야 아이고 죽겠네"
"하여간 한국사람들은 죽는다는 말을 너무 많이들 해"
주임상사가 승윤의 말을 받아치며 그렇게 말을 다시 이어나갔다.
"내가 예전에 미군 부대에 있을 때 미군 상사가 그러더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말이야 한국사람들이 죽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 하더군"
"죽겠다는 말을요?"
"그래 배가 고파 죽겠네, 더워 죽겠네, 말을 안 들어서 죽겠네 등등 이렇게 죽겠다는 말을 많이 하면서 정작 죽는 사람은 없다는 거야 하하하"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하하하"
"그리고 그 미군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사람들에게서 세 번 놀랐다더군"
"세 번이요?"
"그래 세 번..."
하긴 한국사람들은 죽겠다는 말을 너무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무엇으로 놀랐다는 말일까? 상민은 주임상사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고 혼자 머릿속으로 무엇이 그 미군을 세 번 놀라게 하였을까를 궁리하였는데 주임상사의 말을 듣고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첫 번째는 매운 청양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을 보고 독한 사람들이네 하고 놀라고, 두 번째가 목욕탕에서 뜨거운 탕에 들어가 앉으며 어... 시원하다고 해서 한국사람들의 피부는 가죽으로 되어 있는 줄 알고 놀라고 마지막으로 밥을 물에 말아서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더군."
"아니 두 가지는 이해가 가는데 마지막에 밥을 물에 말아먹는데 왜 놀라요?"
"하하하 그 이유를 알고 나면 웃지 않고는 못 배길걸 하하하"
"아니 이유가 뭐래요?"
"그 마지막 밥을 물에 말아먹는데 왜 놀라느냐 하면 밥을 하기 전에 뭐를 먼저 하나?"
"그야 쌀을 씻어야죠"
"그렇지 그러니 안 놀라고 배기겠나 하하하"
아니 쌀을 씻어 밥을 하는 것과 밥을 물에 말아먹는 것이 왜 놀랄 일인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주임상사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 미군이 말하기를 쌀을 깨끗이 씻어 밥을 했는데 다시 밥을 물에 씻어 먹기에 한국사람들은 참으로 깨끗한 민족이구나 했는데 밥을 다 먹고 난 한국인이 남은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더러워서 놀랐다더군 하하하"
"아니 그게 뭐가 놀랄 일이라고 그런데 제가 외국인이라면 아마 놀랐을 겁니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찌개 문화도 이해를 못한다고 하잖아요 하하하"
그렇다 외국인들은 무슨 음식이든 들어서 먹는 것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의 찌개 문화를 이해하기가 좀 어려울 것이다. 그때 주임상사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자신이 처음으로 군에 발을 들여놓을 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 말고도 예전 각 지방 별로 별명을 부르는 것이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 그것이 아마도 70년인가 그랬을 거야"
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상민은 알 수가 있었는데 승윤은 무슨 이야기인지 하며 자리를 다가서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 있잖은가 각 도에 별로 이르는 별명들 말이야. 경상도는 문둥이, 전라도는 개똥쇠 충청도는 멍청도 더듬수 서울은 서울깍쟁이, 그리고 강원도는 감자바우 식의 별명들 말이야"
"아하... 저희도 들어 봐서 잘 아는 이야기네요 하하하"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는 건 아마 처음 듣는 이야기 일거야 하하하"
그랬다 살아 숨 쉬는 그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아마도 모를 수밖에 더 있겠는가. 하지만 상민은 그 이야기를 언젠가 들어 알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전우애가 돈독한 시절이었지 그렇다고 요즘의 군대는 전우애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 시절 신병들을 가르치는 기간병들 중에 꼭 장난기가 많은 녀석들이 하나씩은 있었지"
그랬다 어딜 가나 꼭 하나씩은 튀는 친구들이 있지 않은가 그랬을 것이다 그 당시에도 - 뭔가에 재미를 느끼기 힘들고 또 놀이 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군이라는 특수 조직에서는 더욱더 그랬을 것이다.
"그때 점호 시간이면 그 기간병이 신병들을 보고는 그렇게 점호 구호를 불렀다더군."
"어떻게요?"
"승윤아 좀 전에 주임상사님께서 말씀하셨잖아 그 지방별 별명을 불렀다고"
"아하 그랬지 그래서요?"
"그때 그 기간병이 처음에 부른 것이 문둥이 하고 부르자 경상도 신병들이 예하고 대답을 하는 거야 그리고 개똥쇠 하고 부르면 전라도 신병들이 그리고 깍쟁이 그리고 더듬수"
"하하하 그거 재미있었겠네요"
"그런데 그다음 강원도 신병들을 부르는데 감자바우 하며 말을 하자 강원도 신병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예 대신 금바우입니다 하는 거야"
"금바우요?"
"그래 금바우 하하하"
"아니 금바우가 뭡니까?"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강원도는 화전으로 일구어낸 땅에 감자와 옥수수를 심어 그것으로 먹거리를 대신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별명이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강원도 신병들이 감자바우라는 말을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서 그들은 금바우라는 말을 사용하였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일행의 낚시도 시들해질 무렵 주임상사가 다시 승윤에게 말을 했다.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승윤을 바라보며 그리고 상민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째 피라미만 잡는 것이 은어는 모르는 가보네 하하하"
"머라꼬예 은어를 몰라예?"
"하하하 그러니 자꾸 피라미만 올라오지 "
"은어나 피라미나 뭐 그기 그거 아입니꺼"
"은어와 피라미가 어떻게 같을 수 있나"
"튀겨 놔 보이소 그기 그기지"
"허허 그러니까 고구마나 감자나 같다는 말이군 하하하"
하긴 피라미 튀김이나 은어 튀김이나 그 형태는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 맛에는 차이가 많은 것을 몰랐다는 것 아니겠는가. 아마도 승윤은 아직 낚시의 그 깊이를 알기엔 멀었다는 생각을 할 때 서산으로 해가 지기 시작하였다. 주임상사와 상민 승윤은 열기가 식지 않아 따뜻한 바위에 앉아 다시 옛날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하하하 고구마나 감자나 그기 그거 아입니꺼 하하하"